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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과 실

빚과 실 수정 2025.06.22 22:12 복길 자유기고가 말할 수 있는 빚이 있고, 말할 수 없는 빚이 있다. 말할 수 있는 빚은 ‘반은 은행 거야’라는 말로 자신의 집을 소개하거나, 운영에 부침을 겪는 업주가 희망을 찾을 때의 것이다. 겸손하고, 성실하고, 명예롭다. 반면 말할 수 없는 빚은 말해진 적 없기에 예를 들 수가 없다. 생존이나 중독에서 기인했을 것이라 짐작할 뿐. 숨기고 감추느라 어둠 속에서 축축해진 그것들의 이미지는 오만하고, 나태하고, 굴욕적이다. 말할 수 없는 빚에 대한 글을 쓰기로 마음을 먹었을 때, 나는 지극히 사적인 채무에 대해서만 말하자고 다짐했다. 병든 몸으로 여러 직장을 전전하며 얻은 괴로운 부채, 이자를 갚기 위해 다시 빚을 내야 했던 슬픈 밤, 빚을 갚으며 많은 사..

칼럼읽다 2025.06.23

살다보니 알겠더라 조관희

살다보니 알겠더라조관희 떠오르는 수 많은 생각들 속에한 잔의 커피에 목을 축인다 살다 보니 긴 터널도 지나야 하고안개 낀 산 길도 홀로 걸어야 하고바다의 성난 파도도 만나지더라 살다 보니 알겠더라꼭 만나야 할 사람은 만나고스치고 지나야 하는 것들은꼭 지나야 한다는 것도 떠나야 할 사람은 떠나고남아야 할 사람은 남겨지더라 두 손 가득 쥐고 있어도어느샌가 빈손이 되어 있고빈손으로 있으려 해도그 무엇인지를 꼭 쥐고 있음을 소낙비가 내려 잠시 처마 밑에피하다 보면 멈출 줄 알았는데그 소나기가 폭풍우가 되어온 세상을 헤집고 지나고서야멈추는 것임을 다 지나가지만그 순간은 숨을 쉴 수 조차 없었다지나간다 모두 다 떠나는 계절저무는 노을힘겨운 삶마저도 흐르는 것만이 삶이 아니다저 강물도, 저 바람도저 구름도, 저 노을..

시를읽다 2025.0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