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읽다

‘수○자’라는 용어 쓰지 말자

닭털주 2022. 9. 18. 12:47

라는 용어 쓰지 말자

입력 : 2022.09.06 03:00 수정 : 2022.09.06. 03:01 송용진 인하대 수학과 교수

 

 

우리 사회는 요즘 빠른 속도로 정보화, 디지털화가 진행되고 있다. AI, 빅데이터 등의 발전이 세상을 크게 바꿀 것이라고 예상하는 사람이 많다. 그래서 수학과 수학교육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는데, 우리는 수학교육에서 학습 부진아 문제라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나는 수학교육 전문가로서 이 문제를 오랫동안 고민해왔다. 수학교육 관련 학술대회도 10여차례 주관하였고, 수시로 현직 교사들과 소통하며 교육현장의 이야기를 들어왔다. 그래서 나의 의견이 어느 정도 정립돼 있고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전문가도 요즘에는 아주 많다. 나의 생각을 다 풀어서 설명하기에는 지면이 부족하니 여기서는 내가 보기에 이건 아니다 싶은 것 두 가지만 지적하고자 한다.

 

우선 제발 라는 용어의 사용을 자제해주면 좋겠다. 원래 용어는 개념을 고착화하고 그것을 확대재생산한다. 굳이 그런 용어를 써가며 학생들에게 수학을 포기한다라는 개념을 상기시킬 필요가 없다. 최근에는 이 말로부터 파생된 ’ ‘’ ‘라는 말도 유행한다고 한다.

 

최근에 한국에는 왜 수자가 많을까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변별력집착이라는 제목의 신문기사를 읽었다. 이 기사는 이상한 나라의 수라는 시리즈 중 제1편이다. 이 기사에서는 수능의 킬러 문항이 교육과정을 벗어나 있어 선행학습과 사교육을 유발한다. 시험에서 변별력 있는 문제를 출제하는 것이 수자 수를 늘리는 주요 원인이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기사를 읽은 독자 중 상당수가 맞아, 왜 그렇게 문제들을 어렵게 출제해서 수자들이 늘어나게 하고 사교육만 키우는 거지? 교육부는 상황을 잘 모르고 있고 수학 교육자들은 자기들 영역에만 집착하는 것 아닌가?’라고 생각할 것 같다.

 

문제 쉽게 내도 부진아 해결 못해

 

수학교과 내용을 줄이거나 문제를 쉽게 내면 사교육과 수학부진아들이 줄어들 것이라고 믿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중요한 점은 우리의 수학교육은 치열한 입시 경쟁과 함께한다는 점이다.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늘 뒤처지는 학생이 생긴다. ‘교과내용 축소와 쉬운 문제 출제가 부진아와 사교육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것은 대부분의 전문가가 많은 사례들을 통해 알고 있는 사실인데, 아직도 그것을 일부 언론과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어느 사회단체는 주장하고 있다. 치열한 경쟁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쉬운 문제만 출제한다면, 한 문제라도 틀리면 손해가 크기 때문에 틀리지 않기 위한 반복 교육을 하는 사교육을 받는 학생들이 더 유리해질 수 있고, 수학교육의 목적 자체도 훼손될 수 있다. 나는 거꾸로 이런 표어를 만들었다. “틀리는 아픔보다, 맞는 기쁨이 더 크게 하자이다. 다른 한편, 입시에서는 공정이 매우 중요한 가치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다.

 

 

앞서 언급한 기사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국회 ○○○ 의원실이 공개한 ‘2021년도 전국 수자 실태 조사를 보면 자신을 수자로 생각한다는 비율이 초등학교 6학년에서는 11.6%에 그쳤지만 중학교 3학년 22.6%, 고등학교 2학년 32.3%로 급증했다.” 아니, 학생들에게 물어보았다는 말인가? 예전에 어느 단체에서 그런 통계를 발표하여 놀란 적이 있는데 아직도 그런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니. 높은 자살률이 걱정된다며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당신은 인생을 포기했는가?”라고 설문조사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학생들에게 수학 포기를 자꾸 떠올리게 하는 것은 이 문제를 악화시킬 뿐이다.

 

수학은 본질적으로 어려운 과목이다. 수학이 어려운 이유를 두 가지만 들자면, 첫째, 수학은 수천년간 지식을 쌓으며 발전해왔기 때문이다. ·고등학생들이 배우고 있는 내용은 몇 백년 전에는 천재 수학자들조차 몰랐던 것이다. 지금 학교에서 배우고 있는 수학의 개념과 기호들은 수많은 수학자가 오랜 세월에 걸쳐 어렵게 얻은 것들이다. 학생들이 그냥 자연스럽게 습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둘째, 세상이 복잡하기 때문이다. 수학은 생활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뿐 아니라 모든 자연현상에 대해 무엇인가를 계산하고 그 원리를 설명하기 위해 생겨난 것인데 세상이 복잡하니 수학도 어려운 것이다.

 

교육의 문제는 너무 많은 사공

 

우리 교육의 근본 문제는 한마디로 사공이 너무 많다이다. 사람들은 교육에 대해 저마다의 의견을 내고 있고, 교육전문가들이 설 자리는 좁다. 올여름에 예정됐던 국가교육위원회의 출범이 늦어지고 있다. 이 위원회가 부디 좋은 전문가들로 구성되어 국가의 교육정책을 잘 이끌어주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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