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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털주 2023. 1. 23.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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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7.25 03:00 수정 : 2022.07.25. 03:04 박병률 경제부장

 

 

주말 낮 무더위에 시달리다 비빔면 생각이 났다. 매콤한 비빔면에는 시원한 오이채가 들어가야 제격이다. 동네 할인마트에 들렀다. ‘소리가 절로 나왔다.

오이 두 개에 4980. 비빔면 4개들이 한 팩은 2790원이다.

이쯤 되면 오이채에 비빔면을 넣어먹는 것인지, 비빔면에 오이채를 넣어먹는 것인지 아리송해진다.

나는 이렇게 오늘도 미친 물가를 체감했다.

 

요즘 발표되는 경제 지표는 몇달 전에 봤던 그 지표가 아니다.

6% 물가, 무역수지 적자, 환율 1300, 코스피 2400. 경유 2100.

숫제 다른 나라 같다.

그렇다고 IMF 외환위기와 같다며 호들갑을 떤다면 오버.

우리만 그런 것도 아니고, 이 상태가 뉴노멀로 굳어질 것이라 보기도 어렵다.

하지만 얼굴에 웃음기를 가시게 하기에는 충분하다.

물가 폭등과 주가 폭락, 금리 인상은 분명 많은 사람을 불안하게 하고, 고통스럽게 한다.

 

하지만 유독 행복하게 보이는 분이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다.

보령 머드축제에 간 장면도 그렇다. 대중을 향해 손을 흔드는 그의 얼굴은 참 해맑았다.

최고권력자의 얼굴이 굳어 있으면 국민도 불안하다. 어려운 시기를 맞은 시민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대통령이 보여준 계산된 몸짓일까.

아니면 진짜 행복한 것일까. 후자를 의심한다.

윤 대통령은 진짜 행복할 수도 있겠다 싶다.

대통령 의전을 받는 자신도,

대통령을 지인으로 둔 주변도 5년간은 기분 좋은 일만 남았기 때문이다.

 

서울 법대 출신의 윤 대통령은 시가 30억원대의 서초 아크로비스타에 산다.

꽤나 풍족한 어린 시절도 보냈다. 주변 지인이나 이웃에 고학력자, 고소득자, 고액 자산가, 기업경영자들이 많을 것이라는 합리적 추론이 가능하다.

이들은 지난주 발표한 세법개정안에서 풍성한 선물보따리를 받았다.

국회의 반대만 없다면 내년에는 소득세, 법인세, 부동산 보유세가 올해보다 모두 깎인다.

소득세 감세는 연봉 1억원 내외 중산층이 가장 혜택을 받도록 설계됐다지만,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슬그머니 늘린 신용카드 공제, 식대 공제, 연금저축 세액 공제, 기부금 공제 등이 적용되면 결국 소득이 많은 사람이 더 많은 세감면을 받게 된다.

없는 사람은 더 긁을 카드와 더 부을 연금저축과 더 낼 기부금이 없다.

 

종합부동산세도 다주택자에게 가장 많은 혜택이 돌아간다지만, 그에 못지않게 고가의 주택을 보유한 1주택자도 쏠쏠하게 챙겼다. 기획재정부 자료를 보면 공시가격 20억원짜리 주택은 내년 종부세가 올해보다 190만원, 30억원짜리 주택은 526만원 줄어든다. 이는 특별공제 3억원과 공정시장가액비율 60%를 적용하지 않은 것이어서 인하폭은 더 크다. 물론 여기에는 윤 대통령 본인도 포함된다.

 

소득이 많고 자산이 넉넉하다면 인플레이션도 축복이 될 수 있다.

물가보다 자산가치가 더 크게 오르고, 예금금리가 상승하면서 금융자산도 빠르게 불어나기 때문이다. ‘영끌해서 내집 마련을 한 사람이나 주식·가상투자를 한 2030대는 금리 인상에 마음을 졸이고 있지만 현금부자들은 줍줍을 기다린다는 얘기가 들린 지 오래됐다.

 

권력이란 꿀은 윤 대통령에게도 달콤하지만 주변에게도 달콤하다.

대통령실과 내각에는 윤 대통령과 오랜 사적 인연으로 엮인 인물들이 다수 근무하고 있다. 이 중에는 강릉 황 사장, 동해 우 사장의 자제들도 있다고 한다. 엽관제든 사적 채용이든 윤 대통령의 지인들은 향후 5년간 자리를 보장받았다.

대통령실 근무 경력은 퇴직 뒤에도 큰 취직 메리트로 작용한다.

 

경제지표가 나쁘다는 것을 윤 대통령도 알 것이다. 하지만 자신과 주변 사람들이 실감하지 못해서는 그 고통을 체감하기 어렵다. 윤 대통령이 오늘 밤에 만나 술 한잔 나눌 사람들 중에 살기 어렵다며 인상을 구기는 사람이 몇명이나 될까.

 

최근 대통령의 행보가 지지를 받지 못하는 것은 시민들의 공감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파업, 52시간 노동시간 유연화 등에 비친 윤 대통령의 발언은 분명 한쪽으로 치우친 구석이 있다. 윤 대통령이 한쪽에 고통을 강요하는 동안 또 다른 한쪽은 그의 등 뒤에서 함박웃음을 짓고 있을지 모른다는 의심이 자꾸 드는 게다.

지지율 하락에 대해 신경쓰지 않는다고 뭉갤수록 신뢰는 사라진다.

대통령은 지인의 숲에서 탈출해야 한다. 본인과 지인만 행복해서는 안 된다.

함께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어야 한다.

그래야 윤 대통령의 해맑은 미소도 공감을 얻는다. 그래야 민심도 돌아온다.

 

물가 폭등주가 폭락금리 인상무역수지 적자환율 1300원코스피 2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