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장에서 머리 숙인 백종원씨에게 [뉴스룸에서]
주총장에서 머리 숙인 백종원씨에게 [뉴스룸에서]
김경락기자
수정 2025-04-03 08:51 등록 2025-04-03 08:00
김경락 | 경제산업부장
프랜차이즈 사업가이자 방송인인 백종원씨가 얼마 전 열린 주주총회에서 머리를 숙였다. ‘빽햄 논란’에서부터 ‘원산지 표기 오기’에 이르기까지 그가 꾸린 사업 전반에 흠결이 드러난데다 주식시장에서도 초기 투자자에게 큰 손실을 안겼기 때문이다. 주총에서 그의 사과는 꽤나 진실해 보였다. 방송에서 늘 푸근한 표정인 백종원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 둘을 둔 아빠로서 주말엔 두어끼를 직접 만들기 위해 백종원의 유튜브 영상을 탐하고 있다. 나에게 백종원씨는 어남선생과 더불어 우리 집밥을 ‘계몽’한 인물이다. 지난 주말에도 그 덕분에 ‘감바스 알 아히요’로 아이들한테 점수를 따고 어깨를 으쓱거렸다. 맛난 요리가 가정에 행복을 가져올 수 있음을 체감한다. 백종원씨한테 감사의 뜻을 담아 이 글을 쓴다.
더본코리아의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보면서 백종원씨의 성공 열쇠는 투자자(주주)와 가맹점, 소비자 간의 엇갈리는 이해관계를 토대로 한 의사결정의 균형점 찾기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느 상장사 대주주나 경영진과는 다른 성공 조건이다.
‘3각 진영’은 이해관계가 상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그 수가 다수라는 점이 특징이다. 백종원씨는 ‘시끌시끌’한 ‘복잡계’에 놓여 있다. 주총장에서 상장의 의미를 몰랐다는 그의 토로는 갈 길이 매우 멀다는 자기 고백으로 들렸다.
호텔, 유통, 지역개발 사업도 하지만 더본코리아의 사업 중심은 ‘외식 프랜차이즈업’이다.
성공을 위한 일차 관문은 점주와의 ‘관계 설정’이다.
더본코리아의 브랜드는 빽다방·한신포차·홍콩반점 등 모두 25개나 되며, 가맹 점포는 3066개(지난해 말 기준)에 이른다. 다수의 브랜드 운영은 교촌 등 다른 프랜차이즈 상장사와 가장 큰 차이다.
이는 무엇이 돈 벌 아이템일지 확신하기 어렵기에 채택한 ‘포트폴리오 전략’일 것이다.
다수 브랜드가 고전하더라도 한두 브랜드가 대박 치면 더본코리아는 성장할 수 있는 구조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외식 트렌드나 높은 경쟁도를 염두에 두면 영리한 전략으로 보이지만 더본코리아와 가맹점주 간의 건강한 긴장 관계를 무너뜨릴 위험이 이 전략에 내재해 있다.
더본코리아엔 망한 브랜드의 발생은 예고된 일이지만 그 브랜드의 점주는 인생에서 가장 큰 시련을 겪고 있을 수 있다.
최근 3년간 1612곳의 가맹점이 새로 문을 연 가운데서도 581곳은 폐업한 게 눈에 밟힌다.
폐점에는 1만가지 이유가 있겠으나 백종원씨와 더본코리아의 책임이 없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백종원씨가 ‘포트폴리오 전략’에 내재한 위험을 점검하고 폐점 이유를 분석하는 데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야 눈물 흘리며 사업을 접는 점주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백종원씨는 또한 상장사 대주주이자 최고경영자로서 주주의 목소리를 외면하기 어렵다. 남(주주)의 투자금이 사업의 종잣돈인 상장사 경영자의 숙명이다. 문제는 주주와 가맹점 간의 이해관계가 다를 수 있다는 점이다. 본사가 벌어들인 이익을 주주와 나눌지 가맹점에 투자할지를 놓고 백종원씨는 앞으로 더 많은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 브랜드 롱런보다는 단기 이익을 좇는 주주도 얼마든지 존재한다는 점은 특히 유념해야 하는 현실이다. 선진 시장의 상장사 경영진일수록 주주와의 대화에 공을 들이는 건 장기 성장과 주주와의 윈윈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백종원씨는 건강한 가맹점 생태계 없이는 윈윈할 수 없다는 프랜차이즈업의 특성을 주주에게 적극 알리고 보듬어야 한다. 점주가 피만 빨리는 프랜차이즈 기업은 주가도 오르지 못하고 배당도 어렵다고 얘기해야 한다.
마지막은 외식업의 가장 큰 난제이자 기회이기도 한 소비자와의 관계다.
더본코리아는 프랜차이즈업과 함께 유통업도 한다.
빽햄 논란은 정확히 소비자와 맞부딪친 이슈다.
백종원씨는 ‘선한 영향력’이란 이미지로 방송가의 유명인이 됐다. 백종원씨 실제 품성이 무엇이든 간에 ‘선함’이란 이미지에 금이 가는 사안이 발생하면 좀 더 격렬한 소비자들의 반발이 인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은 것처럼 기대치가 높을수록 배신감도 커진다.
이 배신감이 주는 파장은 방송인이 아닌 상장사 기업가에게 더 치명적이다.
그렇다고 이윤 추구가 목적인 기업가가 선함을 유지하기도 어렵다.
이 역시 그가 재구축해야 할 과제가 아닐까.
sp96@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