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님만 모른다…과제는 AI가 해준다는 걸 [왜냐면]
교수님만 모른다…과제는 AI가 해준다는 걸 [왜냐면]
수정 2025-06-18 18:53 등록 2025-06-18 17:40
신두관 | 중앙대 기계공학부 1학년
많은 대학생이 보고서의 대부분을 인공지능(AI)으로 작성한다.
주제만 간단히 입력하면 몇분 안에 그럴듯한 글이 완성되고, 문장 구성도 매끄럽다.
“다들 그렇게 해요. 교수님도 자세히 보진 않잖아요. 표절 검사만 넘기면 문제없어요.”
한 학생의 말은 오늘날 대학가에 퍼진 분위기를 정확히 보여주는 단면이다.
요즘 대학생들 사이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한 글쓰기는 새로운 능력으로 여겨지기까지 한다.
챗지피티, 퍼플렉시티, 구글 제미니(제미나이)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은 주제만 던지면 순식간에 수천자 분량의 글을 만들어낸다.
처음엔 참고 목적으로 사용하던 인공지능이 어느새 보고서를 통째로 대체하는 수준에 이르렀고, 학생들은 이를 시간 절약을 위한 “똑똑한 방법”이라 말한다.
하지만 실상은 글쓰기 자체를 포기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문제는 단순히 누가 인공지능을 사용했는가의 문제가 아니다.
대학에서 글쓰기란 단지 문장을 만드는 행위가 아니라, 자료를 조사하고 내용을 분석하며 자기 생각을 구성하는 사고의 전 과정이다.
그런데 그 중요한 과정을 인공지능 때문에 건너뛰고 있다.
그렇게 쓰인 과제가 좋은 점수를 받는 동안,
학생은 정작 아무런 성찰도, 성장도 하지 못한 채 남는다.
이런 상황은 특정 학생의 책임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학생들은 점점 더 빠르고 효율적인 결과물을 원하고, 교수는 많은 과제를 일일이 세심하게 읽기 어려워 표절 검사 결과에 의존한다. 대학 쪽도 형식적인 윤리 규정만 제시할 뿐, 실질적인 교육적 대안을 마련하지 않는다.
모두가 알고 있지만, 아무도 진지하게 말하지 않는 ‘공공연한 비밀’이 되어가고 있다.
인공지능 사용 자체를 문제 삼자는 것은 아니다.
아이디어를 정리하거나 글의 구조를 잡는 데 보조 도구로 활용하는 것은 충분히 의미 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글쓰기 과정 자체가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글쓰기는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
생각하고 정리하고 표현하는 모든 과정이 글쓰기를 통해 길러지는 능력이다.
인공지능이 그 과정을 대신한다면, 결국 우리는 사고력과 표현력을 동시에 잃게 된다.
이제는 대학이 먼저 물어야 한다.
“인공지능이 써준 과제로 학점을 받는 현실, 이대로 괜찮은가?”
단순히 인공지능 사용을 금지하는 규정을 만드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수업 설계부터 평가 방식까지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직접 글을 쓰는 시간을 늘리고, 개별적인 피드백을 제공하며, 학생들이 스스로 고민하고 표현하는 기회를 넓혀야 한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비효율적으로 보일지라도, 그것이 진짜 ‘학습’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글을 쓰지 않는 대학은 결국 생각하지 않는 인간을 만든다.
인공지능이 아무리 정교해져도, 사고하고 성찰하는 힘은 인간만이 가질 수 있다.
문제는, 우리가 그 힘을 스스로 내려놓고 있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