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자신을, 그다음 세상을 사랑하라
입력 : 2024.01.05 07:00 수정 : 2024.01.05. 07:01 이영경 기자
세상을 받아들이는 방식
메리 올리버 지음 | 민승남 옮김
마음산책|232쪽|1만6000원
자연의 경이감과 생의 기쁨을 영혼을 울리는 시어로 노래해 온 메리 올리버(1935~2019)의 시집 <세상을 받아들이는 방식>이 출간됐다.
전미도서상과 퓰리처상을 수상한 올리버가 일흔 중반에 접어들어 쓴 시들이다.
자연과 깊이 교감하며 느끼는 경이를 변함없이 노래하면서도
생의 끝자락에서 느끼는 삶의 유한성을 담담하고도 명징하게 전한다.
“가끔 나는/ 어디서든/ 그저 서 있기만 해도/ 축복받지.”(‘이른 아침’)
이런 지극한 행복의 감각은 어디서 오는 걸까.
올리버는 스물아홉에 첫 시집을 낸 후 미국 매사추세츠 프로빈스타운에 자리 잡고 매일 새벽같이 일어나 숲과 들판, 바닷가를 걸으며 그 모습을 눈에 담고 가슴에서 차오르는 기쁨을 노트에 받아적었다.
그는 들판에 숨겨진 새 둥지에서 따스한 알들을 발견하고는
“뉴욕시의 전기를 다 합친 것보다/ 더 큰 경이를 느끼”는 사람이다.
그렇기에 “예순을 넘어 조금 더 나이를 먹었고, 날개를 단 기분을 느끼는 날들도 있지”
(‘할렐루야’)라고 노래한다.
노년의 올리버는 생과 사를 삶과 자연의 섭리로 받아들인다.
연못가에서 발견한 기러기 새끼 여섯 마리 가운데 한 마리는 날지 못하자
“내가/ 세상을 받아들이는 방식-/ 훨훨 날아간/ 그 다섯 마리 새끼와// 두 부모에 대해선/ 기뻐하고/ 남아야만 했던 날개 없는 한 마리는/ 가슴에 품어주었지”(‘연못에서’)라고 노래한다.
시인은 과거의 고통을 내려놓고 한결 자유로워진 모습을 보인다.
올리버는 유년 시절 아버지에게 성적 학대를 당했고,
집 밖으로 나와 숲속을 거닐며 상처를 회복하고 기쁨을 찾았다고 한다.
그리하여 시인이 발견하고, 전하고픈
“내 앎의 전부인 이 진실”은 이렇다. “먼저 자신을 사랑하기를. 그다음엔 그걸 잊어./ 그다음엔 세상을 사랑하는 거지.”
(‘우선, 달콤한 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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