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 360

내가 있는 자리에 내가 없는 건 아닐까

내가 있는 자리에 내가 없는 건 아닐까배정한의 공간이 전하는 말수정 2024-12-13 13:16 등록 2024-12-13 12:01  혼자 밥 먹는 건 세상 외로운 일인 줄 알았는데 언제부턴가 ‘혼밥’이 편하다. 나만 그런 건 아닌 것 같다. 학교 식당에서 둘러보면 어림잡아 절반은 스마트폰을 친구 삼은 혼밥족이다. 나는 단 15분이라도 ‘디지털 디톡스’를 실천하자는 마음으로 한 손에 잡히는 가볍고 얇은 책 한 권을 들고 식당에 간다. 가장 아끼는 동반자는 줌파 라히리의 ‘내가 있는 곳’. 아무 데나 펼쳐 두세쪽 읽으며 혼밥을 즐긴다. 표지가 너덜너덜해져 다시 샀는데, 얼마 전엔 그만 된장국을 엎질러 또 한 권을 샀다. ‘내가 있는 곳’은 영국 런던의 인도 벵골 출신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나 미국 로드아일..

책이야기 2024.12.15

한강 “느낀 감각들 문장에 불어넣어…언어, 우리를 잇는 실이라 실감”

한강 “느낀 감각들 문장에 불어넣어…언어, 우리를 잇는 실이라 실감”동아일보업데이트 2024-12-08 10:582024년 12월 8일 10시 58분 “내가 느끼는 그 생생한 감각들을 전류처럼 문장들에 불어넣으려고 하고, 그 전류가 읽는 사람들에게 전달되는 것을 느낄 때면 놀라고 감동합니다. 언어가 우리를 잇는 실이라는 것을 실감하는 순간에.”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소설가 한강(54)이 7일(현지시간) 31년간의 집필 인생을 회고했다. 이날 스웨덴 스톡홀름 한림원에서 열린 노벨상 수상자 강연에서 한강은 ‘빛과 실’이라는 제목의 강연문을 낭독했다. 노벨상 수상자의 강연은 노벨 주간 행사의 하이라이트로, 사실상 수상소감으로 여겨진다. 한강의 강연에는 스웨덴 현지 교민, 국내 출판사 관계..

책이야기 2024.12.14

심장에 남은 만남과 인연 [서울 말고]

심장에 남은 만남과 인연 [서울 말고]수정 2024-12-01 18:57 등록 2024-12-01 16:45 백창화 | 괴산 숲속작은책방 대표  인생을 살면서 사람들은 가족을 제외하고 생의 전반을 뒤흔드는 결정적 만남을 몇번이나 경험할까? 때로 책과의 만남이 도끼처럼 우리 정수리를 내리치고 삶을 뒤흔들듯 어떤 인물과의 만남은 우리에게 전혀 새로운 세상을 열어준다. 11월의 마지막, 내게 그런 인연을 열어준 이를 만나러 일본 요코하마에 갔다. 그의 아버지는 식민지 시대 조선인이었고 어머니는 일본인이었다. 한국전쟁이 끝난 직후 일본에서 난 그는 분단된 조국의 뒤편에서 차별받는 조선인으로 살며 온몸에 아픈 역사를 새겼다. 언젠가 통일이 되면 아버지의 고향 경상도로 돌아가리라 생각하고 자식들을 조선학교에 보내 ..

책이야기 2024.12.06

12월은 무려 31개의 날을 안고 있다

12월은 무려 31개의 날을 안고 있다목표를 수정하고 다시 노력해 보려 합니다24.12.01 10:08l최종 업데이트 24.12.01 10:08l 박정은(bacaswon)  새로운 웹소설을 쓰기 시작할 때, 보통 100화를 목표로 한다. 꼭 그래야만 한다는 정해진 룰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저 나만의 목표다. 아마도 재미있게 읽었던 몇 개의 작품들이 대략 그 정도 선에서 완결하는 걸 본 탓에 내 안에 기준이 세워진 것 같다. 목표가 그러했지만, 지금껏 내가 완결했던 소설들의 회차 수는 꽤 다양하다. 60화 언저리에서 끝난 것도 있고, 100화에 근접한 97화나 93화 정도에서 마무리한 것도 있다. 좀 짧게 끝난 소설은 e북 두 권짜리로 출간이 되었고, 100화에 근접한 소설은 세 권짜리로 출간이 되었다...

책이야기 2024.12.03

한강 이후의 한국 문학과 출판

한강 이후의 한국 문학과 출판 이광호(문학평론가, 문학과지성사 대표) 2024. 11+12.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의 의미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2024년 10월 10일은 한국 문학사와 출판 문화사에서 기념비적인 날이 되었다. 노벨문학상(Nobel Prize in Literature)에 대한 한국인의 갈증은 ‘서구=중심=보편’이라는 ‘타자’의 인준을 목말라하는 것이었고, 한국 문학이 중심이 아닌 주변부에 속해 있다는 의식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서구 중심의 ‘보편’이란 그 자체로 제국주의적 허위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 문학과 지식 시장에 일종의 위계가 작동한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었다. ‘세계 문학’이 영어·불어·독어로 창작된다는 것도 허위이지만, 그 허위가 오랫동안 세계 문학 시장을..

책이야기 2024.11.28

단어의 시민권에 대하여

단어의 시민권에 대하여입력 : 2024.11.26 20:58 수정 : 2024.11.26. 21:02 안재원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교수  서기 1세기 로마에 포르켈루스(Porcellus)라는 사람이 살았다. 싸움 잘하는 장군도, 말 잘하는 정치가도, 노래 잘하는 가수도, 멋진 근육의 검투사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그는 로마 역사의 한 귀퉁이에 자신의 이름을 남겼다. 사연인즉 이렇다. 그는 문법 학교의 교사였다. 까칠하고 꼬장꼬장한 라틴어 ‘훈장’이었다. 특히 사람들이 라틴어 문법에 어긋나는 말을 하거나 어떤 단어나 문장을 제멋대로 해석하는 것을 참지 못했다. 자신의 이익이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순간의 위기를 모면하거나 자신의 편의를 위해서 말과 언어를 자의적으로 사용하거나 해석하는 것에 대해서는 목숨까..

책이야기 2024.11.27

저게 날 속였어

저게 날 속였어입력 : 2024.11.25 21:35 수정 : 2024.11.25. 21:41 심완선 SF평론가  나는 간혹 스스로 서프라이즈를 준비한다. 덕분에 영화 그래비티>(2013)를 매우 당황스러워하며 보았다. 나는 오로지 두 가지만 알고 있었다. 등장인물이 우주에서 조난당한다. 배우 조지 클루니가 주연을 맡았다. 작중 인물들은 허블 우주 망원경을 수리하기 위해 우주왕복선에 탑승한다. 신참인 라이언 스톤 박사(샌드라 블럭)는 망원경 수리를 위해 우주 유영을 시작한다. 그런데 갑자기 인공위성 파편 더미가 그녀를 습격한다. 팀의 지휘를 맡은 맷 코왈스키(조지 클루니)는 그녀를 구조해 귀환한다. 하지만 우주왕복선은 이미 파괴되었고 다른 승무원들은 모두 사망한 상태였다. 두 사람은 살아남기 위해 90분..

책이야기 2024.11.26

책 버리려거든 통도사로 보내시오…“책들한테는 절이 최고 안전”

책 버리려거든 통도사로 보내시오…“책들한테는 절이 최고 안전”[토요판S] 커버스토리책의 오디세이 ⓷ 영축의 도서관 폐기 장서 구조하는 ‘생명 은인’조계종 성파 종정, 2018년부터 통도사에 ‘책 무한대 모으기’도서관서 버려진 책들과 퇴임 교수 책 70만권 ‘올 곳’ 마련“책 지키는 것도 일종의 호국…영축산 전체 도서관 되는 꿈꿔” 이문영기자 수정 2024-11-16 19:36등록 2024-11-16 07:30  지난 3일 경남 양산시 하북면 통도사의 ‘하우스 서고’에서 조계종 종정이자 통도사 방장인 성파 스님이 그동안 모아온 책들을 보고 있다. 서고는 2018년부터 전국에서 보내온 ‘갈 곳 없던 종이책’ 70여만권으로 가득하다. 김진수 선임기자 jsk@hani.co.kr 산이 병풍처럼 둘러친 너른 사찰 ..

책이야기 2024.11.22

인생이라는 이름의 회전목마

인생이라는 이름의 회전목마입력 : 2024.11.21 20:05 수정 : 2024.11.21. 20:07 김봉석|문화평론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집 회전목마의 데드히트>.  잠이 잘 들지 않는 밤에는, 빗소리나 조용한 음악을 들으며 잠을 청한다. 재클린 듀프레이의 첼로 연주들, 영화 토니 타키타니>에 나오는 사카모토 류이치의 ‘솔리튜드(Solitude)’와 함께 자주 듣는 음악은 히사이시 조가 작곡한 ‘인생의 회전목마(人生のメリ-ゴ-ランド)’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메인 테마곡. 왈츠풍의 ‘인생의 회전목마’는 차분한 피아노 연주로 시작하여 활기찬 어린 시절에서 청년을 거쳐 절정에 이르렀다가 천천히 정리되었다가 다시 이어지는, 인생을 회전목마에 비유한 곡이다. 어린 시절,..

책이야기 2024.11.22

사람이 어떻게 그래요

사람이 어떻게 그래요입력 : 2024.11.20 20:05 수정 : 2024.11.20. 20:14 성현아 문학평론가  노벨 문학상 수상의 여파로 한강 작가의 소설에 관해 글을 쓰거나 이야기할 일이 생겼다. 담당할 한 권을 택해야 할 때마다 나는 5·18 민주화운동을 다룬 장편소설 소년이 온다>(창비, 2014)를 골랐다. 그것이 한강 작가의 가장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지만, 다른 이유도 있었다. 초등학생이던 때, 우연히 년 5월, 푸른 눈의 목격자>라는 다큐멘터리를 보게 되었다. 이는 5·18 민주화운동이 진행 중이던 당시의 현장을 촬영한 독일 기자 힌츠페터의 이야기를 기반으로 한 영상물이다. 왜 사람을 쏘아 죽이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로 총에 맞아 입이 사라진 시신을 봤다. 그날 이후로 ..

책이야기 2024.1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