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은 무려 31개의 날을 안고 있다
목표를 수정하고 다시 노력해 보려 합니다
24.12.01 10:08l최종 업데이트 24.12.01 10:08l 박정은(bacaswon)
새로운 웹소설을 쓰기 시작할 때, 보통 100화를 목표로 한다.
꼭 그래야만 한다는 정해진 룰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저 나만의 목표다.
아마도 재미있게 읽었던 몇 개의 작품들이 대략 그 정도 선에서 완결하는 걸 본 탓에 내 안에 기준이 세워진 것 같다.
목표가 그러했지만, 지금껏 내가 완결했던 소설들의 회차 수는 꽤 다양하다.
60화 언저리에서 끝난 것도 있고,
100화에 근접한 97화나 93화 정도에서 마무리한 것도 있다.
좀 짧게 끝난 소설은 e북 두 권짜리로 출간이 되었고, 100화에 근접한 소설은 세 권짜리로 출간이 되었다.
두 권이면 권수가 적은 만큼 책정 금액이 약 8000원 선에 그친다.
세 권이면 약 1만 2000원 정도로 책정되니,
책을 많이 팔고 싶은 심리로는 세 권이 유리할 듯하다.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책을 읽는 독자의 입장에서는 만 원이 훌쩍 넘는 금액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구매를 망설이다 포기하게 되면, 오히려 판매량은 줄어들게 된다. 그런 관점에서는 좀 짧지만 강렬한 이야기도 나쁘지 않다. 박리다매. 가격을 낮추고 판매량을 늘리는 것이 수익에 더 효과적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이런 흐름의 경제적 수익 고려는 그다지 인기 없는 작가의 고민이라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정말로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확실한 스토리나 필력이라면, 그 분량이 뭐가 그리 고민이겠는가.
두 권이든 세 권이든, 60화든 100화가 훌쩍 넘든, 잘 팔리기만 하면 큰 수익이 따라올 테니 말이다.
연초에 출판사의 독려를 받고 기존에 쓰던 소설을 잠시 접었다.
정말 대작 하나 쓰고 싶은 마음에 1년 전부터 스케일이 상당한(내 기준에서) 스토리를 구상하여 쓰던 거였다. 하지만 나의 부족함과 한계를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고, 자연스레 집필 속도가 지지부진했다. 출판사에서는 다음 작품을 기다리고 있다며 연이어 연락이 왔지만, 이렇다 하고 내세울 만한 작품이 없어 마음이 어려웠다.
골머리를 앓으며 아주 느리게 집필하던 소설을 끝내 보류시키고 말았다.
인풋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충분히 인풋을 한 뒤에 '다시 너를 찾으마' 하는 심정으로 연재를 멈춰 버렸다.
그리고 쓰기 쉬운 소재로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했다.
우리 주변에서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쉬운 이야기.
휘뚜루마뚜루 써서 연말에는 꼭 출간하겠다는 마음이었다.
4개월이면 50화를 거뜬히 넘을 수 있을 거야. 8개월이면 90화 정도는 쓸 수 있겠지.
이전의 집필 속도를 생각하면 얼마든지 가능한 목표였다.
2024년 연초 나의 계획은 이것이었다. 이야기 하나를 완결 짓고 8번째 책을 출간하자.
그러나 벌써 12월이 코앞이다. 현재 집필 중이며 무료로 연재 중인 나의 소설은 34화를 간신히 넘겼을 뿐이다.
목표의 3분의 1밖에 이루지 못했다. 큰아이가 고3이어서, 둘째 아이가 고등학교에 입학해서, 셋째 아이가 중입을 준비하는 시기여서, 수필을 제대로 쓰기 시작해서, 시민 기자로의 활동을 시작해서... 댈 수 있는 핑계는 끝도 없다.
동시에 두 가지 일을 하지 못하는 나라는 인간의 속성도 있겠지만,
목표를 향한 열정이 사그라든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목표에 한참 부족하다는 인식은 나에게 조바심을 갖게 한다. 이러다 더 이상의 출간을 하지 못하게 되는 건 아닐까 초조하기까지 하다. 밤잠을 아껴가면서까지 쓰고 싶어 안달 났던 그날의 내가 그저 추억 속에 갇히게 되는 건 아닌지, 생각만으로도 입 안이 쓰다.
그렇다고 그저 주저앉아 버리기에는 12월이 너무 아깝다.
12월은 무려 31일이라는 날을 안고 있지 않은가.
연초에나 세워야 할 목표를 11월 말인 지금, 다시 세워보고자 한다.
한 달 안에 10편의 회차를 완성해 보자. 그리고 내년에는 꼭 8번째 이야기를 완결해 내자.
"목표를 세우면 목표가 나를 이끈다."
온라인상에서 만난 정호승 시인의 명언 한 구절이 나를 독려하는 오후다. 내가 세운 목표가 나를 이끌어 가고, 종국에는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었으면 좋겠다. 비록 지금까지 실패한 것만 같은 한 해이지만, 목표를 수정하고 다시 노력할 때, 실패가 아닌 '나름의 성공'으로 이름 붙일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마음을 다잡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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