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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것인가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것인가입력 : 2025.03.05 20:51 수정 : 2025.03.05. 20:57 전재학 전 인천 산곡남중 교장  철학자 게르트 아헨바흐는 나이와 나이 들어감에 관한 19세기의 금언과 속담을 500개 넘게 수집해 책으로 엮었다. 그는 그 책에서 이렇게 단정했다. “여러 민족의 속담 522개 중 오늘날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표현은 하나도 없었다. 확실히 이 비슷한 것조차 없다. 다시 말해서 이것은 정말 현대인들의 표현이다. 그것이 존중해야 할 ‘서민의 지혜’ 또는 ‘길거리의 지혜’인지는 좀 더 살펴봐야 한다. 세련되고 제법 그럴듯하게 들리는 표현이라고 해서 삶의 참된 지혜를 표현하는 것은 아니다. 이 표현도 마찬가지다.” 한 해 한 해 ‘나이 들어감’을..

칼럼읽다 20:26:05

긍정보다 부정이 쉬운 이유

긍정보다 부정이 쉬운 이유입력 : 2025.03.05 20:52 수정 : 2025.03.05. 20:58 이은희 과학저술가  생물학적으로 본다면 인간은 여타 동물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한갓 미물이라 여기는 생쥐와 인간의 유전적 일치율은 80%에 달하고, 진화상 가장 최근에 갈라진 침팬지와의 유전적 차이는 1% 남짓이다. 그러나 나무 위의 침팬지들이 수백만년 동안 별 변화 없이 살아온 데 비해, 땅에 내려선 인류는 지형을 뒤바꿀 정도의 문명을 이루며 무려 80억이 넘는 수로 불어났다. 무엇이 침팬지와 인간을 이토록 다르게 만들었는가. 이런 의문에 일차적으로 떠오르는 답은 ‘지능’이다. 소위 ‘생각하는 존재’인 인간은 커다란 두뇌를 가졌기에 주변을 관찰해 얻은 정보와 경험을 통해 습득한 기억을 바탕으로 다..

칼럼읽다 2025.03.06

양보의 대갚음

양보의 대갚음입력 : 2025.03.04. 21:14 이소영 제주대 사회교육과 교수  “이쪽 자리에 앉으세요.” 금요일 오후 10시쯤, 4호선 지하철 안이었다. 상경해 공부 모임에 참여한 후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부근의 숙소로 향하던 중이었다. 열차 칸 모퉁이에 서 있는데 대각선 방향에서 20대 후반 정도로 보이는 분이 일어나더니 조심스레 다가와 어깨를 톡톡 쳤다. 그리고 저렇게 말씀하시는 것이었다. “네? 어… 고맙습니다.” 엉겁결에 꾸벅하고 앉긴 했으나 기분이 묘했다. 생물학적으로 이제 청년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지하철에 서 있기 힘들 나이는 결단코 아닌데. 소속된 연구자 집단이나 직장 공동체에서 이른바 ‘막내라인’은 벗어났으나 여전히 주니어급으로 분류되는데. 구태여 다가와 자리를 양보하신 이유가 무엇이..

칼럼읽다 2025.03.05

사각지대는 위계를 가린다

사각지대는 위계를 가린다입력 : 2025.03.03 21:37 수정 : 2025.03.03. 21:40 임아영 정책사회부 차장  어떤 죽음은 앞선 죽음의 결과다. 죽음에 이른 이유가 해결의 실마리조차 찾지 못했을 때 또 다른 죽음은 이어진다. 지난해 9월 직장 내 괴롭힘으로 자살한 기상캐스터 오요안나씨의 죽음으로 ‘무늬만 비정규직’인 방송사의 문제가 다시 드러났지만 5년 전에도 비슷한 죽음이 있었다. 2020년 2월4일 자살한 이재학 PD 역시 오요안나씨처럼 ‘프리랜서’였다. 그는 14년간 청주방송에서 일하는 동안 2015년 14편, 2016년 12편, 2017년 11편 등 쉴 새 없이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프로그램의 아이템, 방송 구성안, 촬영 장소 등을 수시로 CP, 국장에게 보고했고 결재를 받았으며..

칼럼읽다 2025.03.04

박사 ‘백수’

박사 ‘백수’입력 : 2025.03.03 18:15 수정 : 2025.03.03. 21:52 조홍민 논설위원  지난달 14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한 구직자가 구인정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최악의 청년실업 문제로 골치를 앓던 중국에서 ‘란웨이와(爛尾娃)’란 신조어가 유행했다. 직역하면 ‘썩은 꼬리를 가진 아이’라는 의미로, 고등교육을 받았는데도 끝 무렵이 좋지 않음을 뜻한다. 이 말은 ‘짓다 만 아파트’ ‘마무리가 좋지 않은 집’이란 뜻의 ‘란웨이러우(爛尾樓)’에서 유래했다. 자금부족으로 시공이 중단돼 방치되거나 미분양된 아파트에 빗대 화려한 스펙을 지니고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고학력자를 가리킨다. 이들은 부모에게 기대 생계를 꾸리거나 ‘울며 겨자 먹기로’ 낮은 임금의 일..

칼럼읽다 2025.03.04

봉준호 감독의 영화 제목 읽는 재미

봉준호 감독의 영화 제목 읽는 재미입력 : 2025.02.27 21:23 수정 : 2025.02.27. 21:28 이갑수 궁리출판 대표  예측불가. 그 자체로 하나의 장르인 봉준호 감독의 작품들. 살인의 추억> 괴물> 옥자>에 이은 기생충>이 가족의 갈등을 다뤘다는 몇 줄의 예고가 흘러나왔을 때, 그레고르 잠자가 어느 날 갑충으로 변한다는 변신>을 쉽게 떠올렸다. 그러나 제 역할을 못해 가족에게마저 버림받는 밥버러지에 관한 게 아니었다. 나의 안일한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카프카의 소설과는 전혀 다른 지점이었다. 식충이로 변신한 식구들 사이의 관계가 아니라, 서로 다른 세 가족 간의 대립을 통해 사회 계층 문제를 다룬 영화였다. 개봉박두. 봉 감독의 신작이 6년 만에 한파도 뚫을 기세다. 먼저 공개..

칼럼읽다 2025.03.03

광주 드라이브

광주 드라이브입력 : 2025.03.02 20:35 수정 : 2025.03.02. 20:42 복길 자유기고가  여행을 자주 다니지 못한 것을 부끄럽게 생각한 적은 없었지만, 불과 200㎞ 떨어진 이웃 도시에 한 번도 가본 적 없다는 사실을 끝내 사람들에게 말할 수 없었다. 왜였을까? 문장을 좀 더 또렷하게 고치면 그 이유를 알 수 있으려나. 내가 사는 도시가 대구이고, 내가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도시가 광주라는 사실이 그 감정의 원인이 될 수 있느냐는 말이다. 광주에서 본 장면들 지난달 소규모 독서 모임의 초청을 받아 광주에 갔다. 내비게이션에 숙소 이름을 입력하니 경로를 표시하는 녹색 선이 비교적 짧고 곧게 그어졌다. 분명 산도 넘고 강도 건널 텐데 왠지 가는 내내 평평한 길일 것만 같은 그래픽이었다...

칼럼읽다 2025.03.03

15년째 국립공원을 훼손 중인 국립공원공단

15년째 국립공원을 훼손 중인 국립공원공단입력 : 2025.03.02 20:37 수정 : 2025.03.02. 20:45 강제윤 섬연구소장  통제 만능주의에 빠진 국립공원공단이 어떻게 국립공원을 훼손하고, 국민들의 삶을 도탄에 빠지게 만드는가? 전남 신안의 섬 우이도는 대표적인 피해 사례다. 우이도는 다도해해상국립공원에 속해 있는데 80m 높이의 사구(砂丘)가 섬 속의 사막으로 유명해지면서 특별한 여행지로 각광받은 적이 있다. 사구 덕에 한동안 관광객들이 줄지어 찾아와 활황을 누렸다. 하루 한 번밖에 다니지 않던 여객선이 2회로 늘었고 주말이나 성수기에는 유람선까지 수시로 드나들었다. 중간 기항지 없는 직항까지 생기면서 목포행 배 시간은 4시간에서 절반이 단축돼 유사 이래 처음으로 교통이 편리해졌다. 해..

칼럼읽다 2025.03.03

나훈아와 남진, 그리고 어른

나훈아와 남진, 그리고 어른입력 : 2025.01.14 20:29 수정 : 2025.01.14. 20:31 김택근 시인  은퇴 무대에서 나훈아가 왼팔을 들었다.“니는 잘했나?” 누가 묻지도 않았는데 12·3 내란사태를 입에 올렸다. 작심했던 모양이다. 얼핏 들으면 정치권을 싸잡아 개탄하는 양비론처럼 들리지만 새겨보면 왼쪽을 향한 조롱이다. 내란을 획책한 대통령을 단죄함이 어찌 왼쪽·오른쪽 문제인가. 그럼에도 자신의 노래인생을 정리하는, 어쩌면 생의 가장 중요한 무대에서 왼쪽을 힐난했다. 가황이라 불리는 나훈아가 정치적 발언의 파장을 모를 리 없다. 아마 은퇴를 하기 전 꼭 하고 싶었던 말이었나 보다. 자신의 어머니도 형제가 싸우면 둘 다 팼다고 했다. 어머니라면 그럴 수 있다. 하지만 나훈아는 만인의 어..

칼럼읽다 2025.03.02

내 나이는 내가 정한다

내 나이는 내가 정한다입력 : 2025.02.25 21:08 수정 : 2025.02.25. 21:10 김기연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  요즘 저속노화 식단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MZ세대들의 관심을 보며 나이에 관계없이 누구나 느리게 나이 들고 싶어 하는 마음은 같다는 것을 느낀다. 얼마 전 한 신문기사에서 69세 백발의 여성 서퍼가 멋지게 파도 타는 모습을 보았다. 그는 “서핑을 통해 인생의 파도를 타는 법도 배웠다”며, 늦은 나이에도 열정적으로 도전에 나섰다. ‘이제 와서 뭘 할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을 깨고 새로운 도전에 나선 그처럼, 노화를 늦추는 비결은 바로 마음가짐에 있다. 1979년 어느 날, 미국의 한 시골집에서 70~80대 노인 8명은 재미있는 경험을 하게 된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20..

칼럼읽다 2025.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