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 361

우리에겐 더 많은 상이 필요하다

우리에겐 더 많은 상이 필요하다입력 : 2024.10.23 20:57 수정 : 2024.10.23. 21:02 서진영 로컬 씨, 어디에 사세요?> 저자  10월 둘째 주 토요일 나는 태연한 척했지만 잔뜩 긴장한 채 무대에 올랐다. 한 시상식에 수상자로 초대받았다. 비밀스레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은 수상 소식을 전해듣기 전까지 이 상의 존재를 몰랐기 때문이다. 강원도 고성 아야진에 있는 출판사 온다프레스에서 펴낸 로컬 씨, 어디에 사세요?>(이하, 로컬씨)가 제8회 한국지역출판대상 대상을 수상했다. 책 만드는 사람들의 문화연대인 한국지역출판연대에서 지역과 지역출판의 가치를 이어가고자 2017년부터 매해 한국지역도서전과 함께 한국지역출판대상을 개최하고 있다. 서울과 파주를 제외한 지역 소재 출판사에서 전년에 ..

책이야기 2024.10.27

읽는 사회, 읽지 않는 사회

읽는 사회, 읽지 않는 사회입력 : 2024.10.23 21:00 수정 : 2024.10.23. 21:08 한숭희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  한 권의 소설이 주는 교육적 힘은 참으로 대단하다. 이번에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한강은 한국 사회를 단번에 ‘문학 학습’의 열풍 속으로 몰아넣었다. 좋은 교사는 한 반 아이들을 공부하게 만들지만, 좋은 작가는 그 책을 읽는 한 사회를 공부하게 만든다. 인간의 학습은 삶과 역사 전체에서 일어난다. 인간은 마치 호흡하듯 숨쉬는 순간마다 뭔가를 감각하고, 생각하며, 학습한다. 새로운 학습은 오래된 관습의 틀을 쪼개며, 역사적 기억의 상처에서 새살이 돋게 만든다. 특히 문학 학습은 교육의 역사에서 그 중심핵의 역할을 담당해왔다. 문학은 인간의 실존적 문제상황을 직시하고 ..

책이야기 2024.10.26

그가 아프지 않았더라면 [뉴스룸에서]

그가 아프지 않았더라면 [뉴스룸에서]서보미 기자수정 2024-10-24 16:36 등록 2024-10-23 17:08 서보미 | 뉴콘텐츠부장  지난 10일 밤, 한강 작가가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는 소식을 듣고선 4년 전 읽었던 소설 ‘채식주의자’가 떠올랐습니다. 정확히는 그 책의 맨 마지막에 나오는 작가의 말이었습니다. “‘채식주의자’와 ‘몽고반점’은 컴퓨터 대신 손으로 썼다. 손가락의 관절들이 아팠기 때문이다. 키 크고 눈이 맑은 여학생 Y가 타이핑 아르바이트를 해주었다.” 그나마 손으로 글을 쓸 수 있을 때가 좋았다는 걸 곧 알게 됐다고 한강은 말했습니다. “백지 한장을 채우기 전에 손목이 아파 계속할 수 없게 되자,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그래도 그는 2년에 가까운 자포자기의 시간을 ..

책이야기 2024.10.24

[이슬기의 무기가 되는 글들] 한강, 서미애 그리고 김혜순

[이슬기의 무기가 되는 글들] 한강, 서미애 그리고 김혜순이슬기『직업을 때려치운 여자들』공저자, 칼럼니스트입력 2024.10.22. 06:00  (왼쪽부터) 서미애 작가, 김혜순 시인, 한강 작가.  1994년 1월 28일은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의 서막을 알린 날이다. 이날 있었던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상식에 한강은 소설 부문 당선자로 참석했다. 이날은 또 다른 작가, 세계의 탄생을 예고한 날이기도 하다. 시상식 기념사진 속 한강과 나란히 자리한 여성은 오늘날 ‘K-미스터리의 거장’이라 불리는 서미애다. 그는 그해 소설 ‘남편을 죽이는 서른 가지 방법’으로 스포츠서울의 신춘문예 추리소설 부문 당선돼 한강과 나란히 사진을 찍었다. 그로부터 올해가 딱 30년이다. 그간 두 여성 작가는 자신만의 길을 묵묵..

책이야기 2024.10.23

문해력 붕괴시대

문해력 붕괴시대입력 : 2024.10.22 20:59 수정 : 2024.10.22. 21:02 송혁기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한글날마다 ‘요즘 아이들’의 우리말 실력이 문제라는 성토가 이어진다. ‘혼숙’, ‘두발’, ‘시발점’, ‘우천시’…. 자극적인 사례들을 거론하며 문해력 저하를 질타하는 글들이 올해도 지면을 채웠다. 기초학력 미달을 우려하고 독서 교육 강화를 강조하는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한자 교육이 부실해서 그렇다는 지적도 다시 제기되었다. 우리말 어휘의 상당 부분이 한자어니 우리말의 올바른 구사를 위한 한자 교육은 당연히 필요하고 중요하다. 하지만 어휘력은 문해력의 일부일 뿐이다. 더구나 우리는 모르는 어휘를 간편하게 찾아볼 수 있는 방대한 사전을 늘 손에 쥐고 다니고 있지 않은가. 문해력의 ..

책이야기 2024.10.22

라틴어는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았다

라틴어는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았다입력 : 2024.10.15 21:07 수정 : 2024.10.15. 21:11 안재원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교수  라틴어도 처음에는 가난했다. 그 시절에 로마인들이 했던 일은 그리스 작가를 모방하고 번역하는 것이었다. 이는 훈민정음 창제 직후의 한글 작품 대부분이 월인석보> 두시언해>와 같은 언해들이었던 한국어의 초기 상황에 비견된다. 아무튼, 일찍이 그리스어는 일상생활에서도 라틴어를 압도했는데, 카이사르는 브루투스의 칼을 맞는 순간에도 그리스어로 “아들아, 너마저(kai su, teknon!)”(수에토니우스 아우구스투스전(傳)>, 82장)라고 했다고 한다. 시인 루크레티우스는 라틴어의 가난함을 극복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었는지를 잘 보여준다. “그리스인들이 발견한..

책이야기 2024.10.19

한강과 노벨 문학상 그리고 인문학

한강과 노벨 문학상 그리고 인문학입력 : 2024.10.15 21:02 수정 : 2024.10.15. 21:05 배기표 시인  소설가 한강이 올해의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였다. 반만년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피어난 꽃처럼 대한민국 국민 모두에게 선사된 감격스러운 선물이며, 위로이자 축복이다. 스웨덴 한림원은 선정 이유에 대해 “한강의 작품세계는 역사적 트라우마와 보이지 않는 지배에 정면으로 맞서는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이며, 그녀는 육체와 영혼, 산 자와 죽은 자 간의 연결에 대해 독특한 인식을 지니며, 시적이고 실험적인 문체로 현대 산문의 혁신가”라고 밝혔다. 2016년 5월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가 영미권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맨부커상을 수상했을 때, 나는 한 칼럼에서 “그녀의 ..

책이야기 2024.10.16

한강이 겪은 황당한 일... 노벨문학상이 한국사회에 준 교훈

프리미엄 오길영의 뾰족한 시각 ㅣ 10화한강이 겪은 황당한 일... 노벨문학상이 한국사회에 준 교훈[오길영의 뾰족한 시각] 세계문학과 한국문학의 역학: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말해주는 것문화 오길영(bloomogyjoyce)  한국 작가 중 최초로 한강 작가(아래 호칭 생략)가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이와 관련해서 많은 분석, 평가 기사가 나오고 SNS에도 후기가 봇물 터지듯 넘친다. 여러 가지로 우울한 시대에 오랜만에 나온 반가운 소식이라서 그럴 것이다. 나도 같은 마음이다. 한강은 나도 주목한 작가였고 언젠가 한국문학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는다면 유력한 후보라고 생각해 왔지만, 내 예상보다는 빠른 수상이었기에 놀랐다. 한강의 수상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를 평론가이자 독자로서 살펴보고 싶다. 노벨문학상..

책이야기 2024.10.15

범람하는 외국어…우리말로 쉽고 바르게

범람하는 외국어…우리말로 쉽고 바르게입력 : 2024.10.08 20:53 수정 : 2024.10.08. 20:54 김영환 한글철학연구소장 부경대 명예교수  쉬운 말을 쓰자. 이것이 우리말글 지키기 운동의 큰 원칙이다. ‘금일’보다는 ‘오늘’, ‘화폐’보다는 ‘돈’을 쓰자는 것이다. 이런 원칙에 따른 낱말들은 글말보다 입말의 성격을 강하게 띤다. 더 자주, 더 널리 쓰인다. 영어식 외래어도 ‘포스트모더니즘’은 ‘탈근대주의’ 또는 ‘후기 근대주의’로 바꿀 수 있고 ‘페미니즘’은 ‘여성주의’로 바꿀 수 있다고 본다. 이 경우는 외래어보다 번역어가 더 쉽게 이해된다. 이런 쉬운 말 쓰기에 대해 반대 의견이 있을 수 있다. 두 낱말이 서로 미세하게 뜻이 다르다고 보면 이 두 낱말은 바꾸어 쓸 수 없다. 모든 면..

책이야기 2024.10.10

눈동자의 사랑

눈동자의 사랑입력 : 2024.10.09 20:48 수정 : 2024.10.09. 20:53 인아영 문학평론가  얼마 전 좋아하는 시인의 시를 읽다가 마음에 오래 남은 구절을 보았다. “나는 나의 내면을 보려다 눈동자 하나를 발견한다./ 누구의 눈인가?/ 알 수 없다.” 배시은의 ‘수면의 신’(창작과비평> 2024년 가을호)이다. 화자는 생각이 많은 모양이다. 잠자지 않고 깨어 있는 동안 누군가를 보고 싶어하거나 무언가를 저울질하기를 멈추지 못한다.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려는 순간, 보이는 것은 누군가의 깊은 눈동자. 그러자 예상치 못하게 무언가를 보려는 능동적 행위는 곧 스스로가 보이는 수동적 행위가 된다. 이 매력적인 시를 읽고 나면 니체의 유명한 잠언에서 ‘심연’이라는 단어를 ‘눈동자’로 바꾸어도 ..

책이야기 2024.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