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 361

아무나 책을 쓰는 시대에 [조형근의 낮은 목소리]

아무나 책을 쓰는 시대에 [조형근의 낮은 목소리]수정 2024-10-08 18:53 등록 2024-10-08 15:59  한국이 훨씬 심각하다고는 해도 책의 위기는 보편적인 현상이다. 유튜브를 비롯한 동영상이 활자를, 책을 죽였다는 진단이 넘친다. 하지만 책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지금, 역설적이게도 인류는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엄청난 양의 활자를 생산하고 있다. 소셜미디어 속 단문들은 물론이지만 책 자체가 넘쳐난다.  일러스트레이션 노병옥  조형근 | 사회학자  얼마 전 책을 냈다. 저자가 된 것이다. 글쓰기가 일상이라 늘 필자인 내게도 저자가 되는 건 드물고 귀한 경험이다. 내 이름을 단 한권의 책이 세상에 탄생하는 것이다. 저자에 책을 내보낸 심경은 노심초사 조마조마 각별하다. 또 있다. ..

책이야기 2024.10.09

'80 인생, 첫 책 나왔다'며 눈물 글썽이던 어르신

'80 인생, 첫 책 나왔다'며 눈물 글썽이던 어르신노인의 날, 만 65세 됐기에 더 의미 있었던 출판기념회에 다녀왔습니다24.10.03 20:17l최종 업데이트 24.10.03 20:17l 유영숙(yy1010)  10월 2일은 노인의 날이다. 노인의 날에 서구노인복지관에서 출판기념회가 있었다. 그래서 더 의미 있는 행사가 되었다. 실은 나는 출판기념회는 유명 작가나 정치인만 하는 줄 알았다. 평범한 노인복지관 글쓰기반에서 시니어들이 쓴 글로 출판기념회를 열 줄은 꿈에도 몰랐다. '찾아가는 시민저자학교' 출판기념회는 이번에 인천 서구도서관 '시민저자학교'에 참여한 9개 기관이 함께 하기에 우리 노인복지관이 아닌 조금 떨어진 서구노인복지관에서 진행되어 지하철로 이동해야 했다. 노인복지관에서 나이 많은 노인..

책이야기 2024.10.06

거울이자 창문이 되는 책 [한채윤의 비 온 뒤 무지개]

거울이자 창문이 되는 책 [한채윤의 비 온 뒤 무지개]수정 2024-10-02 18:56 등록 2024-10-02 18:47 한채윤 |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활동가  ‘2024 대한민국 독서대전’이 지난 9월 말, 포항에서 열렸다. 특히 올해는 어린이 해방 100년을 기념한 콘퍼런스가 열렸고, 그중 하나의 주제는 ‘어린이 책, 금기를 넘다. 다양한 어린이를 만나다’였다. 2020년 ‘나다움어린이책’ 사업이 개신교와 보수 정치인에 의해 좌초되고, 2023년엔 충남지역 도서관에서 성평등과 성교육 관련 어린이책이 검열을 당해 사라지고, 올해는 경기지역 학교에서만 성교육 도서 2500권이 폐기되는 등 ‘금서’가 어린이책으로 확대되고 있는 현실을 살피는 자리였다. ‘금기’를 넘어 어린이책이 지금보다 더 다양해..

책이야기 2024.10.05

가만한 가을 아침

가만한 가을 아침입력 : 2024.09.25 20:51 수정 : 2024.09.25. 20:53 고영직 문학평론가  거짓말처럼 온 세상에 가을이 성큼 왔다. 가을이면 양희은의 노래 ‘가을 아침’(1991)을 가만히 들으며 가을에 대한 예의를 갖춘다. 20대 시절 가을이면 자주 들어서인지 양희은의 원곡이 더 친숙하다. 그리고 가을이면 연례행사처럼 시집들을 들추며 읽는다. 요즘 권선희, 박경희, 박승민, 안현미 시집을 읽었다. 우리나라 시의 ‘진경’이 여기 있다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시인들은 저마다 음색도, 음역도, 언어도 다 다르지만, 시집 행간에는 무용(無用)하고 무력(無力)한 언어야말로 효율성보다는 ‘충분성’을 지향하는 삶이고 사회라는 생태경제학적 믿음이 깔려 있었다. 발전, 성장, 효용 같은 무력(..

책이야기 2024.09.26

내 안의 목소리를 찾기 위한 내 안으로의 여행

내 안의 목소리를 찾기 위한 내 안으로의 여행 글_김해리(문화기획자)   『일기 여행』, 말린 쉬위 저, 김창호 역, 산지니, 2019  사람들은 책을 읽을 때 어디부터 볼까? 나는 책날개부터 본다. 책날개에는 보통 저자가 이 책을 쓸 수밖에 없었던 독특한 사연이 요약되어 있고, 그 이야기를 읽으면 책이 다르게 보이기 때문이다. 『일기 여행』이라는 책을 발견했을 때에도 어김없이 책날개부터 펼쳐 보았는데, 저자인 말린 쉬위(Marlene Schiwy)의 이야기에 완전히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다. 말린 쉬위는 1954년에 태어나 대학에서 문학과 여성학을 가르쳐온 교수이기도 하지만 그의 행보 중 가장 흥미로운 것은 여성일기연구회(The Women's Journal Workshop)을 창립해 수십 년간 수많은 여..

책이야기 2024.09.22

고통에서 탈출하는 방법을 찾고 있나요

고통에서 탈출하는 방법을 찾고 있나요[리뷰] 정보라 장편소설 고통에 관하여>24.08.04 17:20l최종 업데이트 24.08.05 17:24l 강지영(logos9454)  재난은 예고 없이 다가와서 조금씩 몸과 마음을 갉아먹는다. 얼마 전 우리 집에 일어난 화재는 신체에 갇혀버린 내 병증을 밖으로 끄집어냈다. 병증은 마음까지 아프게 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몸이 먼저인지 마음이 먼저인지 결국은 둘 다 나를 괴롭혔다. 내 몸과 타인의 몸이 공간적으로 분리되어 있듯이 나 또한 고립감이 더해졌다. 타인이 느끼는 고통을 온전히 이해하고 공감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통증이 신체적인 아픔이라면, 괴로움은 심적 아픔이다. 고통 그 자체는 통증과 괴로움을 아우르는 말이다. 아무도 대신할 수 없는 고통, 그 쓸쓸함이..

책이야기 2024.09.18

두 단어 사이로 숨쉬기

두 단어 사이로 숨쉬기입력 : 2024.09.11 20:46 수정 : 2024.09.11. 20:48 인아영 문학평론가  사라 바트만(Sarah Baartman)은 18세기 말 남아프리카의 코이코이족으로 태어나 서유럽으로 끌려간 뒤 프릭쇼에 전시되었던 흑인 여성으로 알려져 있다. 백인 사이에선 흔치 않은 커다란 엉덩이의 체형을 가진 그녀는 당시 유럽인들의 인종주의적인 호기심으로 동물과 비교되는 등 과학적 논쟁의 대상이 되었고, 사망 후에도 기괴하고 특이한 신체의 표본이라는 명분으로 200년 동안 여러 박물관에 전시되었다. ‘호텐토트의 비너스’라는 별명은 식민주의 시대의 아이러니한 멸칭이지만, 이후 여러 예술가들은 비극적인 삶을 살다간 여성의 이름을 재해석해왔다. 평생 백인 사회에서 아시아 여성으로 살아온..

책이야기 2024.09.17

SNS·블로그 글쓰기가 어렵다면…나의 장점을 하나씩 지워보세요

SNS·블로그 글쓰기가 어렵다면…나의 장점을 하나씩 지워보세요 [한겨레S] 손소영의 짧은 글의 힘수정 2024-03-16 09:16등록 2024-03-16 08:00 요 근래 글쓰기 강의를 듣는 분 중에 자기 자신에 대한 글을 쓰고자 하는 분들이 부쩍 늘고 있습니다. 그런 분들의 목적은 주로 자신을 홍보하기 위한 것, 나아가 자신을 브랜드화하는 셀프 브랜딩 혹은 퍼스널 브랜딩에 관심이 있어서인데, 에스엔에스(SNS)나 블로그, 유튜브 등을 이용해서 자기 자신을 드러내고 알리고자 하는 글쓰기에 고민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동안 익혀온 짧은 글 쓰기를 어떤 식으로 적용하면 좋을지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최소한의 단어로 나를 표현한다면 나 자신에 대해 쓰는 글만큼 어려운 글도 없는 것 같습니다. 저 역시도 자기..

책이야기 2024.09.14

삶의 중간점검 ‘자서전’…살아갈 나 위해 살아온 날 정리

삶의 중간점검 ‘자서전’…살아갈 나 위해 살아온 날 정리 [한겨레S] 손소영의 짧은 글의 힘 수정 2024-04-13 14:49등록 2024-04-13 11:00  게티이미지뱅크 돌아가고픈 시절, 실패 극복 과정기억에 남는 장소, 영향 준 사람 등돌파구 필요한 터닝포인트에새로운 시작 ‘나를 위한’ 글쓰기  지난 연재에서 자신을 홍보하는 셀프 브랜딩에 대해서 이야기했는데, 셀프 브랜딩만큼이나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지는 분야가 자서전입니다. 자서전이라고 하면 은퇴한 뒤에 인생을 돌아보면서 기억을 더듬는 나이 지긋한 사람을 떠올리게 되는데, 요즘은 젊은 층에서도 자서전을 쓰고 싶어 하는 욕구가 높은 듯합니다. 수명이 길어지면서 중간 점검의 의미로 내가 어떤 사람이었고 지금은 어떤 사람인지, 그런 것들이 내 삶..

책이야기 2024.09.14

덧붙임에 불안이 숨는다, 간단명료하게 핵심만

덧붙임에 불안이 숨는다, 간단명료하게 핵심만 [한겨레S] 손소영의 짧은 글의 힘 말보다 글  메신저·SNS·이메일 소통 늘어 길면 요점 흐려지고 오해 소지불편한 마음 전할 때도 마찬가지‘짧은 글’ 흥분한 감정에도 제동 수정 2024-06-05 16:44등록 2024-05-11 11:00  우리 삶에서 많은 소통이 점점 더 말보다 글로 이뤄지는 것 같습니다. 업무에서도 일상에서도, 가까운 사이에서든 잘 모르는 사람에게든, 문자나 이메일, 메신저, 에스엔에스(SNS)로 대화를 주고받는 일이 현저하게 많아지면서 말보다는 글이 일상이 된 느낌입니다. 하루라도 무언가를 쓰지 않고, 누군가의 글을 읽지 않고 지나가는 날은 없지 않나 싶을 정도로 말이죠. 그래선지 제 강의에도 글로 사람들과 소통하는 어려움을 해결하기..

책이야기 2024.0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