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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 없이, 함께, 꿈을 꿀 수 있을까?

후회 없이, 함께, 꿈을 꿀 수 있을까?입력 : 2024.02.28 20:16 수정 : 2024.02.29. 10:25 손희정 문화평론가  여러분은 영화를 좋아하시는가? 제일 좋아하는 작품은? 대답이 쉽지 않을 것이다. 내 경우엔 인생의 굽이굽이마다 열광했던 영화들이 있었고, 그런 영화와의 마주침이야말로 내가 삶에서 발견한 행운의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그렇다면 기억에 남는 대사는 어떤가? 가장 좋아하는 대사를 꼽는 것도 간단하진 않다. 너무 많으니까. 그런데 최근 우리의 기억을 물화한 놀라운 책이 한 권 나왔다. 이름 하여 대사극장>. 총 850여 쪽에 달하는 이 작업에 붙은 부제는 “한국영화를 만든 위대한 대사들”이다. 출간의 변은 이렇다. “한국영화의 전통하에서 대사는 시대와 인간을 드러내는 압축적..

칼럼읽다 2024.12.29

공간에 머무는 기억

공간에 머무는 기억입력 : 2024.06.05. 20:49 성현아 문학평론가  학교 축제에 가수 ‘뉴진스’가 온다는 소식을 듣고 들뜬 마음으로 졸업한 동기들을 불러 모았다. 나는 학부를 졸업한 대학교에서 대학원을 다녔고, 이제는 여기에서 강의를 한다. 그러니까 스무 살부터 서른이 넘은 지금까지 같은 캠퍼스를 수없이 오간 셈이다. 친구들은 이렇게 오랜 시간 한 장소에 매여 사는 나를 ‘지박령’이라고 놀리곤 한다. 오랜만에 학교를 찾은 동기들은 이곳저곳을 둘러보고는 새삼 옛 기억이 떠오른다고 했다. 나는 머무르는 사람이라 그런 걸까? 익숙한 교정을 거닐 때 딱히 새로운 기억이 떠오르지는 않는다. 그저 얇은 반죽이 겹겹이 쌓인 크레이프 케이크처럼 캠퍼스의 공간마다 여러 기억이 층층이 자리 잡고 있을 뿐이다. ..

칼럼읽다 2024.12.29

요리와 글쓰기

요리와 글쓰기입력 : 2024.06.12 20:36 수정 : 2024.06.12. 20:37 오은 시인  “오밤중에 뭘 또 만들어?” 방문을 열고 나오며 형이 묻는다. 별도리가 없다는 듯 씩 웃고 만다. 도마 위에는 토막 난 애호박과 양파가 가지런히 놓여 있다. “오늘도 글이 잘 안 풀린 거야?” 형이 다시 묻는다. 나는 여전히 웃고 있다. 곧바로 들기름을 두르고 프라이팬 위에서 지지고 볶는 시간이 이어진다. 다진 마늘을 듬뿍 넣고 새우젓을 넣어 간을 맞춘다. 이윽고 완성된 애호박볶음 위에 통깨를 솔솔 뿌린다. 오밤중에 뭘 또 만드는 시간이 끝났다. 시계를 보니 고작 20분 정도가 지났다. 원고가 잘 안 풀리거나 다 쓴 원고가 영 마음에 들지 않을 때면 요리에 돌입한다. 요즘 들어 요리하는 횟수가 부쩍 ..

칼럼읽다 2024.12.29

도심 먹자상가의 쓸쓸함

도심 먹자상가의 쓸쓸함입력 : 2024.06.06 20:46 수정 : 2024.06.06. 20:49 박찬일 음식칼럼니스트  페이스북에 꼬박꼬박 점심 먹은 걸 올리는 친구가 있다. 서울 강북 도심의 한 빌딩에서 일하는 그는 매일 메뉴를 바꿔가며 먹는다. 더러는 전날 음주 상태에 따라 새로운 해장거리를 찾아다니기도 한다. 덕분에 서울 도심에 ‘이런 집이 있어?’ 할 정도로 깜짝 놀랄 만한 식당을 발견하곤 한다. 5000~6000원에 백반 한 상 차리고 찌개 올리고 돈가스도 주는 집 같은. 같이 식당을 하는 처지에서 당최 그 값에 어떻게 저런 음식을 차려내는지 놀랍다. 사실 원가에 밝은 내가 보면 짐작이 안 되는 것도 아니다. 송구한 말씀이지만 이른바 자기 착취다. 주인이 자기 이익을 상당 부분 녹여내어 반..

칼럼읽다 2024.1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