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읽다

토대 잃은 문명은 사라진다

닭털주 2024. 12. 25. 10:56

토대 잃은 문명은 사라진다

입력 : 2024.12.01 20:39 수정 : 2024.12.01. 20:42 박이은실 여성학자

 

 

11월의 난데없는 폭설로 아수라장을 겪은 곳이 많았다. 불안정해진 기후만큼이나 인간세계도 불안정해지고 있다. 그나마 든든하게 기댈 토대가 있다면 이 불안을 안고도 삶을 지속해 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가장 큰 불안은 바로 그 토대가 부지불식간에 붕괴되고 있다는 사실에서 온다.

 

토대(土臺)라는 한자어가 가리키듯 토대의 기본은 ’, 바로 흙이다.

 

전 세계에서 해마다 흙이 240억여t씩 흩어져 사라지고 있다.

전 세계 사람들이 각자 해마다 몇t씩이나 되는 흙을 없애고 있는 셈이다.

 

개발과 늘어나는 인구를 감당하기 위한 과도한 농업과 같이 흙을 돌보지 않고 침식되게 방치하다

결국 토대를 잃은 문명은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져 갔다.

흙 침식의 문제를 면밀히 들여다본 학자들에 따르면 메소포타미아, 고대 그리스, 고대 로마 등의 유구했던 문명이 하나같이 침식과 토질 고갈로 결국 붕괴되었다.

흙 문제를 알게 된 후에도 당장의 개발과 소비를 위해 흙 돌보기를 외면했던 까닭이다.

 

지구 표면을 두께 30~90정도로 덮고 있는 흙은 새 암석에서 새 흙이 만들어지는 속도와 침식 속도가 균형을 이루는 한 잘 보존되어왔다. 인간이 지구에 등장하기도 전에 여러 미생물들과 풍화작용 등이 손을 보태 그 균형을 이뤄온 것이다. 지렁이는 부엽토 등의 유기물을 흙과 섞은 똥을 만들어 내보내며 유구한 시간 동안 흙이 기름지게 돌봐왔다. 덕분에 비옥해진 땅에서 인간은 농사를 짓고 각자의 문명을 일궈올 수 있었다.

 

우리는 뉴스 등을 통해 한때 비옥했던 땅이 침식으로 인한 토질 고갈로 황폐해져서 해결할 길 막막해 보이는 빈곤과 분쟁에 시달리며 처참한 삶을 이어가는 얼굴들을 이미 수십년째 보고 있다. 모두 결과적으로 삶의 토대인 흙을 지키지 못해 일어난 일이다.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발전한 과학기술이 마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양 믿고 싶더라도 현실은 인간이 흙을 없애는 문제를 과학기술로 해결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 , 식물군 전체는 함께 진화해왔고 이들 사이의 상호 의존성은 흙의 침식과 생성 사이에 이루어지는 균형에 기대 있다. 인류의 생존은 과학기술이 아니라 이 균형에 기대 있는 것이다.

 

역사가 증명하듯 그 어떤 인간문명도 사람들을 먹여 살리기에 충분한 기름진 땅을 유지하는 만큼만 지속될 수 있다.

인간이 흙을 보호해야 흙이 인간을 지켜줄 수 있다는 뜻이다.

찰스 다윈이 생애 끝에서 낸 책은 어떻게 지렁이가 흙을 만들어내는지에 대한 것이었다.

그는 죽기 직전 해에 이 책을 출간했다.

죽음을 앞둔 이가 남아 있는 생의 에너지를 모두 모아 다급하게 써냈을 만큼 그도 어느새 흙의 중요성을 널리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흙 침식을 흙 생성 속도에 맞추려면 흙을 기계가 아니라 손이 조심스럽게 만져야 한다.

호미를 든 소농들이야말로 흙을 돌보며 농사를 짓는 이들인 셈이다.

여성농부 대다수가 소농이다.

시골의 텃밭을 생각하면 당장 할머니들이 떠오르는 것도 이런 까닭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