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읽다

우리 시대의 시

닭털주 2025. 5. 25. 12:36

우리 시대의 시

함기석

 

시청광장에서 처형된 사형수다

그녀의 눈동자에 고인 12월의 밤하늘이고

목에 걸린 인조 목걸이다

 

육교 계단에서 추위에 떠는 고아들

녹슨 빗속을 최면 상태로 걸어가는 부랑자들이고

젖은 불빛이다

 

낫들이 활보하는 도시

거리엔 웃음 없는 무녀의 피가 떠돌고, 우리의 얼굴은

죽음이 화인 火印으로 남긴 검은 판화들

 

잠들면 종이가 자객처럼 내 눈을 베는 소리 들리고

고열과 오한 사이에서 나의 펜은

눈물을 앓는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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