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만물이 모두 봄이 되려면
수정 2026.04.14 20:04
송혁기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교외는 물론 도심 거리도 온통 봄꽃으로 환하다.
‘아재 감성’이라는 핀잔을 감수하며 SNS에 꽃 사진을 올리곤 하지만, 고적 답사를 함께 다녀보면 학생들도 꽃 사진 찍기를 나 못지않게 즐긴다.
눈부시게 화사하고 아름다운 봄날이다.
그러나 봄날의 아름다움을 이렇게 마음껏 누리고 편하게 나눠도 될까, 마음 한편이 쓰려오기도 한다. 갈수록 미궁에 빠져드는 전쟁으로 인해 민간인 피해가 속출한다는 소식들이 들려올 때마다, 봄을 즐기는 것마저 죄스럽게 느껴진다. 얼마나 많은 이들이 당연한 일상의 행복을 송두리째 빼앗기고 있는지,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위험에 노출되어 두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에 생각이 미치면, 생동하는 봄날의 참담한 심정을 노래한 ‘황무지’의 첫 구절,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전쟁만큼 ‘자신이 원하지 않는 것은 남에게도 하지 말라’는 금언과 대립되는 행위가 있을까? 공자의 이 말은 동서고금의 보편적 도덕률이기도 하다.
개인이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는 명분이 아니라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당연하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한 문명을 석기시대로 만듦으로써 얻어내는 경제적 이익이라는 것이 과연 지속 가능할까? 이익을 위한 협상이라 해도 최소한의 공감 위에서 서로가 원하고 원하지 않는 것을 아슬아슬하게 맞춰가야 겨우 성사되는 법인데, 자신이 당한 아픔만이 인류가 기억해야 할 일이고 자신이 가하는 아픔은 악에 맞서 선을 지키는 길이라며 가차없이 무력을 휘두른다면 도대체 어떤 해법이 존재할까?
송나라 학자 진순(陳淳)은 경서재(敬恕齋)에 “남과 교유할 때 큰 손님을 대접하듯 하고 남에게 일을 시킬 때 큰 제사를 받들듯이 하며, 자신이 원하지 않는 것은 남에게도 하지 말라”는 공자의 말을 각자 실행할 때, 세상 만물이 모두 봄이 될 수 있다고 써 붙였다.
이 복잡하고 위험한 국제 정세를 해결할 방법은 참으로 요원해 보인다.
그러나 남의 마음도 나의 마음과 같음을 아는 데에서 우리의 일상이 회복되고 유지되는 길이 열린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그때 비로소 모든 것들이 생명으로 약동하는 봄을 마음껏 누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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