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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임을 증명하는

나임을 증명하는 수정 2026.06.09 20:11 이소영 제주대 사회교육과 교수 모교 후문엔 조그맣고 오래된 사진관이 있었다. 수십년 전 나의 지도교수님이 유학 떠날 때도 여권용 사진을 찍어주셨다는, 연륜이 느껴지는 사진사 할아버지가 운영하시던 가게였다. 선배들이 입대하거나 원서를 쓰거나 취직할 때 증명사진란에 부착한 것 중 팔 할은 그분의 작품이었을 거다. 나 또한 열아홉 살 이래 항상 거기서 사진을 찍었다. 얼굴이 너무 못생기게 나왔다며 시무룩하던 내게 “아니, 학생이 원래 그렇게 생긴 걸 나더러 어떡하라고!” 역정 내셨던 대학원 시절 어느 봄날 전까진. 나는 충격을 받았다. 예쁘진 않아도 그 정도로 생겼을 거라곤 짐작 못했으니 말이다. 법철학을 공부하면서도 “너 자신을 알라며 툭 내뱉고 간 말을..

칼럼읽다 2026.06.10

모자 천국

모자 천국 [포토에세이]수정 2026-06-08 18:58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재래식 시장 모자 가게에 겹겹이 쌓인 모자들이 사람들의 시선을 붙잡는다. 가판대에서 벗어나 손님들의 머리 위에 앉으면 어떤 것은 햇살을 가려주고 어떤 것은 패션의 완성이 된다. 거울 속 얼굴에 웃음꽃이 피면 비로소 고단한 일상 속 행복이 된다. 여기는 모자 천국.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사진놀이 2026.06.09

오일장도 차별하는 ‘기본소득’

오일장도 차별하는 ‘기본소득’ 수정 2026.06.08 19:56 강현석 전국사회부 부장 ‘농어촌 기본소득, 면 주민 사용불가.’ 전남 곡성군 곡성읍 가게들에는 이런 안내문이 붙어 있다. 농어촌 기본소득 가맹점이지만 면 주민들은 읍내 가게에서 사용할 수 없다. 곡성 전체 인구 2만7643명 중 읍 주민은 8032명뿐. 대부분인 1만9611명은 10개 면에 산다. 소멸위기에 처한 농어촌은 그나마 읍을 중심으로 생활 인프라가 유지되고 있다. 주요 관공서와 병원, 상점이 읍에 있다. 도시에서는 흔한 치킨 가게도 대부분 읍에만 있다. 곡성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면 주민들은 기본소득을 받아도 읍내 병원과 약국, 학원, 영화관, 안경점을 제외한 가게에서는 쓸 수 없다. 가맹점의 경우 곡성읍에는 523개가 있지만 ..

칼럼읽다 2026.06.09

반짝이는 이야기꾼들의 교실

반짝이는 이야기꾼들의 교실 수정 2026-06-01 19:46 송아름 | 초등교사·동화작가 글쓰기에 대해 말할 기회가 있을 때마다 나는 모든 사람에게는 자기만 쓸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고 말하곤 한다. 작가는 재능을 타고난 사람이 아니라 자기만 쓸 수 있는 이야기를 왜곡 없이 투명하게 꺼내어 남들에게 내보일 수 있도록 훈련한 사람이라고 말이다. 어떤 능력이든 그 이면에는 시간과 자원,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니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다면 재능을 의심하지 말고 자신의 고유한 언어를 찾는 데 시간과 자원,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는 말을 덧붙인다. 내 말을 들은 사람 중에 단 한명이라도 자기만의 언어를 찾기로 결심한 사람이 있다면 성공이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과 글쓰기를 하면서 어른들이 그토록 찾기 위해 애쓰는 ..

칼럼읽다 2026.06.08

청소의 신. 김지나

청소의 신. 김지나 첫문장종수가 죽었다.종수가 죽은 게 아니라 종수 어머니가 죽었는데 나는 종수가 죽었다고 생각하고 산다... 종수는 남편이 나에게 물려준 사람이다. 남편에게 오기 전 종수는 영주권 비자 신청에서 여러 번 엎어져 애를 먹었다고 들었다...종수는 남편이 청소회사를 운영할 때는 팀장이었고 남편이 부동산 임대 중개업을 시작한 뒤에는 계약 매물의 모든 청소를 했다.“종수는 이제 쓸모 없어?”대답 대신 남편은 종수를 나에게 보냈다... 모텔 운영...직원들은 나를 우습게 여겼고 내가 모르는 사각시대에서 나를 속였다. 정산금액은 매번 틀려서 건너왔고 애를 태우는 사람은 나 하나 뿐이었다...남편은 ‘사장님’이라 부르면서 나는 ‘누나’라 부르는 것은 이상한 일이었다. 그 말은 잇새에 낀 음식물처럼 까..

책을읽다 2026.0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