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읽다

스타벅스코리아의 빚

닭털주 2026. 5. 25. 12:03

스타벅스코리아의 빚

 

수정 2026.05.24 20:01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명예교수

 

 

스타벅스코리아 불매운동이 거세게 확산되고 있다.

지난 518일 오전 10, ‘탱크데이라는 슬로건이 쓰인 텀블러를 출시한 이후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를 중심으로 시민들의 분노가 폭발하면서다. 대통령과 행정안전부 장관까지 나서 유감을 표명했고 정부 행사에서는 앞으로 스타벅스 상품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입장도 나왔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신세계그룹은 대표이사를 해임했고 최고 결정권자인 정용진 회장도 직접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른바 탈스타벅스(탈벅)’ 운동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스타벅스 앱을 지우고 회원 자격을 반납하거나, 선불카드를 환불받고 매장에 발길을 끊었다는 인증이 SNS에서 퍼져가고 있다.

 

친지 중 애용자가 적지 않아 생일이나 감사할 일이 있을 때면 스타벅스 기프티콘을 주고받는다. 스타벅스에서 판매하는 여러 가지 상품들, 텀블러나 컵은 말할 것도 없고 한정판 다이어리 같은 굿즈도 눈여겨보곤 한다. 아름답고 견고한 스타벅스의 상품들은 소비자의 마음을 끌기에 부족함이 없다.

 

가장 세련되고 감각적 폭력으로

광주·박종철 열사의 고통을 조롱

그럼에도 스벅이 필요한 사람들

민주주의 운동에 진 빚 갚았으면

 

그렇기에 스타벅스 사태를 바라보는 심정은 착잡하다.

세련된 디자인으로 설계된 공간에서 프렌들리한 서비스를 받으며 대화를 나누거나 작업을 하기에 이만큼 만족스러운 장소는 흔치 않다. 노트북 사용자들이 늘자 콘센트를 늘리고 공부하고 글 쓰는 이들을 위해 작업 데스크를 만들었다. 스타벅스는 노동자의 마지막 땀방울까지 쥐어짜는 쿠팡과는 분명 다른 기업으로 보인다.

 

그런데, 왜 이 지경까지 이르렀을까?

 

첫째, 이번 5·18 탱크데이 텀블러 판매 사건은 탱크의 의미가 무기가 아니라 물탱크였다는 해명을 감안하더라도 결코 납득할 수 없다. 518일 아침 시민들이 책상에 탁, 탱크데이, 5/18’이라는 문구를 마주했을 때 느낀 감정은 어떤 것이었을까? 그들에게 먼저 떠오른 광경은 군복 입은 전두환, 탱크가 밀고 들어가는 광주, 물고문으로 숨진 대학생 박종철의 죽음이 아니었을까? 우연이라고만 보기 어려운이 잔혹한 상징 폭력 앞에서 시민들은 제정신인가?”라고 되물을 수밖에 없었다. 적어도 이번 마케팅의 실무자와 책임자들 중 제정신을 가진 사람은 없었던 것 같다. 사건의 원인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

 

둘째, 스타벅스 사태의 이면에는 정용진 회장의 정치적 행보가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번 사태의 폭발성은 정 회장이 일으켜 온 소동(騷動)의 맥락에서 접근해야 한다. 정 회장은 그동안 인스타그램 등 온라인에서지만 소비산업을 이끄는 기업인으로서는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을 해왔다. ‘멸공을 비롯해 일일이 언급하기도 민망한 행동은 물론, 극우 정치 집단의 행사에 적극 참여해 주목과 비판을 받았다. 윤석열 같은 극우 인사들은 그에게 맞장구쳤지만, 스타벅스와 이마트 불매를 주장한 시민들도 많았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스타벅스 사태를 스타벅스 사건이라고 부르는 것은 적절치 않다. 스타벅스코리아의 최고 결정권자인 정용진 회장의 일탈적 행동 앞에서 그동안 쌓여왔던 시민들의 분노가 폭발했다는 것이 정확한 설명일 것이다. 정 회장의 사과문 중 저를 포함한 임직원의 역사교육과 반성등등의 표현에서 가장 반성해야 할 사람은 정 회장이다.

 

셋째, 그럼에도 스타벅스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있다. 친구를 만나고 노트북 작업을 하기에 그만한 장소를 찾기 어려운 사람들이 있다. 지금 스타벅스를 찾는 사람들이 불매운동을 조롱하거나 훼방놓으려는 이들만은 아닐 것이다. 스타벅스에서 고객들을 위해 진심을 다하는 직원들의 일자리도 지켜져야 한다. 그러므로 스타벅스를 더 위험하게 만드는 행위들은 중지되어야 한다. 탱크데이 마케팅에 전두환을 넣어 공격하는 영상을 제작·배포하는 행위는 2차 가해다. 스타벅스코리아 회사 차원에서 2차 가해 행위에 대한 법적 처벌을 요청하고 정치인들에게 경고를 보냄으로써 사태 해결의 의지와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

 

스타벅스 사태의 심각성은 가장 세련된 감각적 아름다움과 민주주의에 대한 가장 저열한 조롱이 결합될 때, 폭력적 쾌감이 얼마나 극대화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는 데 있다.

그만큼 침투력은 강하고 유해하며 위험하다.

민주주의의 역사는 기업 활동의 자유를 가능하게 한 역사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스타벅스코리아가

민주주의 운동에 진 빚을 조금이나마 갚아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