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G, 이름처럼 따뜻하길
수정 2025.11.13 21:26
김지연 사진가

‘빈방에 서다’ 연작 중에서. 2015. ⓒ김지연
HUG는 영어로 ‘사람을 껴안는다’는 뜻이다.
정치적으로 서로 질시하고 적대시하는 우리 사회에 필요한 일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에 걸맞은 역할의 HUG(Housing and Urban Guarantee Corporation), 즉 주택도시보증공사가 있다. 국토교통부 산하 공공기관으로, 1993년 설립된 대한주택보증 주식회사를 기반으로 2015년 주택도시보증공사로 확대·개편되었다.
설립 목적은 서민의 주거 안정과 도시의 균형발전 지원이다. 쉽게 말하면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제도를 운용하는 기관이다.
세입자가 전세 계약이 끝났는데도 집주인에게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경우 HUG가 대신 지급한다. 또 분양사업자가 부도나 공사를 중단하더라도 분양 계약자에게 환급이나 완공을 보장하는 소비자 보호 제도도 맡고 있다.
전세사기가 급증하면서 HUG의 역할은 더욱 주목받았다.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면 HUG가 대신 지급하니,
말 그대로 서민의 구세주처럼 보인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국토부와 HUG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전세금 미반환 사고는 연간 3만건이 넘고 피해 금액은 5조원을 돌파했다.
그중 제때 보증금이 지급된 비율은 절반에 불과하다.
피해자들이 보상받기까지의 과정은 고통스럽다.
HUG는 ‘심사 중’ ‘서류 검토 중’ ‘경매 절차 완료 후 지급’ 등의 이유로 수개월,
길게는 1년 가까이 지급을 미루는 경우가 많다.
피해자는 이미 집을 비워야 하는 상황인데, 돈은 받지 못해 길바닥에 나앉을 판이다.
의식주는 인간의 기본권이다.
누구나 입고, 먹고, 잘 권리가 있다.
나이를 불문하고 아프거나 무지하더라도 그 기본권을 지켜주기 위해 국가가 존재한다.
그러나 세도가들이 똘똘한 한 채를 넘어 여러 채의 집을 보유한 현실에서,
몇천만원 혹은 몇백만원으로 삶의 터전을 잃는 서민의 절망은 잘 들리지 않는다.
일부 부유층에게는 먼 나라의 뉴스거리처럼 들릴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제는 집을 재산 증식의 수단으로만 여기는 풍토를 멈춰야 한다.
좁은 국토에서 누군가 많은 집을 가지면 누군가는 살 곳을 잃는다.
공공기관인 HUG는 제도 취지에 걸맞게 신속하고 적극적인 방법으로 서민의 삶을 따뜻하게 보듬어야 한다.
서민들의 고통이 더 오래가지 않도록, 서로 등 두드리며 이름처럼 진정으로 ‘허그’하는 제도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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