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4 24

내가 그와 살아가는 법

내가 그와 살아가는 법 [이상헌의 바깥길] 이상헌 | ‘왜 좋은 일자리는 늘 부족한가’ 저자 중세 사람들은 혜성을 보고 불길한 징조를 읽었다. 최첨단 과학의 시대에 우리는 휴대전화를 열고 어느 나라 대통령의 새 게시물부터 읽는다. 오늘의 운세다. 너나없이 한 사람의 입만 쳐다본다. 그가 쏟아내는 글과 말을 분 단위로 확인한다. 새벽 바다로 나가야 하는 어부가 일기예보를 재차 들여다보는 심정과 비슷하다. 바다는 험하고, 하늘은 변덕스럽고, 예보가 틀리면 생계가 흔들린다. 그래도 날씨는 과학이다. 저 말은 최첨단 통신망을 타고 오지만, 그것이 정책인지, 협박인지, 기분인지, 공연인지, 아니면 그 네 가지가 한 문장 안에서 합창 중인 것인지 알 길이 없다. 그의 나라만 그런 것도 아니다. 힘깨나 쓴다는 나..

칼럼읽다 12:06:26

아주 오래된 질문

아주 오래된 질문 수정 2026.04.09. 20:05 우숙영 디자이너·작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오랜만에 만난 친구의 말이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는 대상은 친구의 아이다. 초등학생과 중학생, 두 아이를 둔 친구는 아이들의 교육을 생각하면 고민이 앞선다고 토로했다. 인공지능(AI)의 발달로 지식 노동이 외주화되고 많은 것이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 아이들에게 무엇을 배우게 하고, 어떤 직업을 권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고민이다. 이런 종류의 고민을 하는 사람은 친구만이 아니다. AI 관련 책을 출간한 이후로 다양한 자리에서 비슷한 질문을 자주 받았다. ‘AI시대에 어떤 직업이 안전한가요?’ ‘AI시대에 무엇을 학습해야 하나요?’ 같은 질문이다. 인간만이 가능하다고 생각해왔던 많은 것들이 AI로..

칼럼읽다 2026.04.11

용인에 있는 특성화고등학교에서 특강을 하고

양산에서 용인까지 특강을 갔다. 그런데 그곳에서 한 학생을 만났다. 2시간 특강인데, 1시간 강의하고 쉬는 시간에 ‘선생님, 저 아세요?’ 그랬다. 그때서야 분명 낯익었다. 서울시교육청 위탁형 대안학교에서 내 수업을 들었던 아이였다. 깜짝 놀랐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들었던 생각은 사람은 착하게 살아야한다는 것. 그게 나를 옥죄는 것이 아니라 당당한 착함 같은 거라고.3년 전에 나한테 2년 동안 인문학 수업을 들었다.그리고 한 가지 더 아직도 나는 학생들을 만나서 책 이야기를 나누는 게 즐겁다.몇 년 살았고 가끔 가는 곳에서 아이들을 만났다. 하루가 따뜻해졌다. 2026년 4월 11일 오후 3시반 경, 용인의 한 고등학교에서

하루하루 2026.04.11

단순한 딸깍

단순한 딸깍 수정 2026.04.08 20:00 김선기 국립부경대 HK연구교수 바야흐로 ‘딸깍’의 시대다. 생성형 AI가 거의 생활필수품이 된 시기에 대학 강사 일을 시작했고, 나에게는 AI가 쓴 글을 판별해내는 능력과 직업적인 의심병이 남았다. 그것 또한 AI인 AI 표절률 검사기보다 내 직감이 더 정확하다는 믿음이 생길 정도다. AI가 쓴 문장을 너무 즉각적으로 눈치채다보니, AI와 함께 글을 쓴 인간 공저자 대신 내가 부끄러움에 휩싸이는 일이 잦다. 정치인이나 정치평론가가 올린 장문의 글, 중요한 정책 토론회의 토론문, 심사위원으로서 읽기 시작한 대상 논문 초록과 본문 등 곳곳에 비인간의 흔적이 입혀져 있다. 몇몇 교강사가 학생의 수업 과제가 뛰어나다며 SNS에 긁어다 게시하기도 하는데, “선생님..

칼럼읽다 2026.04.09

술 반 잔을 버려야 하는 이유

술 반 잔을 버려야 하는 이유 수정 2026.04.07 19:58 김월회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원장 TV 드라마나 영화를 보다 보면 상충되는 장면을 종종 접하곤 한다. 흡연하는 장면과 음주하는 장면이 그것이다. 흡연 장면은 철저하게 모자이크 처리된다. 흡연 장면을 통해 흡연에 대한 호기심이나 친근감 등이 유발되지 않도록 방지하자는 취지다. 반면에 음주 장면은 아무런 조치 없이 그대로 방영된다. 아니 무척 과장되게 묘사된다. 등장인물에게 어려운 문제나 힘든 일 따위가 생기면 곧잘 음주 장면이 등장한다. 테이블 위에는 어김없이 술병이 몇 병씩 놓여 있다. 혼술을 하는 장면에서도 소주 두세 병이 기본인 양 놓여 있다. 값이 꽤 나가는 양주를 맥주잔에 부어 벌컥벌컥 마시는 장면도 드물지 않다. 술은 마신다면 ..

칼럼읽다 2026.04.08

박종철 고문실보다 더 끔찍한 곳

박종철 고문실보다 더 끔찍한 곳 / 김누리 수정 2019-06-02 17:41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다룬 영화 갈무리 올해 초 전 경찰청 남영동 대공분실에 들어선 ‘인권센터’에서 ‘인권과 민주주의’를 주제로 강연을 한 적이 있다. 대학생 박종철을 고문해 죽음에 이르게 했고, 그로 인해 87년 6월 민주항쟁의 도화선이 됐던 역사의 현장에, 군사독재 시절 민주화운동을 이끈 김근태를 평생 고문 후유증에 시달리게 한 악명 높은 ‘남영동’에, 이때 처음 가보았다. 국가폭력의 상징인 ‘남영동’이 저잣거리의 한 모퉁이에 위치하고 있다는 사실에 적잖이 놀랐다. 중학생 시절 매일같이 지나다니던 바로 그 거리였던 것이다. 고만고만한 회사와 호텔과 음식점이 모여 있는 범용한 공간에 극악한 폭력이 은밀하게 자행된 야만..

칼럼읽다 2026.04.07

‘무해런’

‘무해런’ 수정 2026.04.06 21:26 김광호 논설위원 쓰레기 없는 친환경 마라톤인 ‘2026 무해런’ 참가자들이 지난 5일 서울 마포구 평화의 공원의 대회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정효진 기자 남녘에서부터 봄바람이 일렁이면 기지개를 켜는 건 꽃만이 아니다. 겨우내 움츠렸던 ‘천만 러너’들도 운동화 끈을 조인다. 지난달 서울에서 열린 대회만 19개. 도심을 달리는 형형색색 마라토너들의 모습은 봄을 실감케 하는 풍경이 되었다. 그러나 시민들로서는 여유로운 주말 일상을 방해하는 교통통제와 정체가 반가운 일은 아니다. 4년 새 마라톤대회 관련 교통 민원은 10배 폭증했다. 종이컵·일회용 우의 등 대량 발생하는 쓰레기 처리도 골칫거리다. 교통경찰 동원, 쓰레기 처리에 드는 비용도 결국 시민에게 ..

칼럼읽다 2026.0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