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해런’
수정 2026.04.06 21:26
김광호 논설위원

쓰레기 없는 친환경 마라톤인 ‘2026 무해런’ 참가자들이 지난 5일 서울 마포구 평화의 공원의 대회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정효진 기자
남녘에서부터 봄바람이 일렁이면 기지개를 켜는 건 꽃만이 아니다.
겨우내 움츠렸던 ‘천만 러너’들도 운동화 끈을 조인다.
지난달 서울에서 열린 대회만 19개. 도심을 달리는 형형색색 마라토너들의 모습은 봄을 실감케 하는 풍경이 되었다. 그러나 시민들로서는 여유로운 주말 일상을 방해하는 교통통제와 정체가 반가운 일은 아니다. 4년 새 마라톤대회 관련 교통 민원은 10배 폭증했다.
종이컵·일회용 우의 등 대량 발생하는 쓰레기 처리도 골칫거리다.
교통경찰 동원, 쓰레기 처리에 드는 비용도 결국 시민에게 전가된다.
국내 최초 쓰레기 없는 마라톤 ‘무해(無害)런’은 그래서 생겨났다.
‘2026 무해런’이 지난 5일 월드컵공원 평화광장에서 열렸다.
물은 플라스틱 컵으로 제공하고, 배번표 등은 기부받은 쇼핑백으로 만들었다.
난지천 공원길, 노을공원길을 돌아오는 10㎞ 코스는 도심 교통을 통제하지 않아 시민 불편도 적다. 여느 마라톤과 달리 1000여명 참가자들은 자신과의 경쟁이 아닌 ‘지속 가능한 달리기’에 의미를 두기에 여유롭고 유쾌하게 달렸다.
무해런은 “가장 아름다운 마라톤”이란 어느 참가자 말처럼 ‘착한 마라톤’이다.
기록을 소비하는 대신 ‘친환경의 삶’을 경험한다.
지난해 첫 대회 때 쓰레기는 대회 현수막 1개뿐이었다.
주최 측(지구닦는사람들)은 다른 대회로도 이 경험이 전해지길 바라는 뜻에서 ‘지속 가능한 세상을 위한 달리기 안내서: 무해런 가이드’를 무료 배포했다.
지난달 28일 열린 ‘제1회 쓰레기 없는 노원 느린달리기 대회’는 무해런의 확산 가능성을 엿보게 한다.
모든 ‘착한’ 시리즈가 그러하듯 관건은 지속 가능성이다.
무해런도 내년을 기약하기 어렵다고 한다.
수익을 낼 수 없는 구조이니 당연한 어려움이다.
게다가 일회용품을 쓰는 것보다 재활용품이나 다회용품을 쓰는 건 비용도 수고도 더 든다.
그렇게 착함은 점점 의지를 시험받는다.
시민이 서로 손을 내밀어 연결하지 않으면 착함은 지속하기 어렵다.
무해런 같은 ‘착한 경험’은 이윤으로 돌아가는 세상에서 혼자가 아님을 확인하는 과정이다.
정부·지자체·기업 같은 사회 다른 주체들도 다회용기 의무화 등 할 수 있는 일이 적지 않다. 내년에도 꽃 소식과 함께 무해런을 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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