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읽다

우린 마을자치 할게요

닭털주 2026. 4. 5. 19:44

우린 마을자치 할게요 [서울 말고]

수정 2026-04-05 18:59

 

 

클립아트코리아

 

권영란 | 작가·‘경상의 말들저자

 

 

에나(정말), 마을 살림을 주민이 꾸릴 수 있다꼬?

지난달 31일 지방자치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었다.

주민자치회의 설치와 운영, 행정·재정적 지원 근거 등을 담은 법률안은 주민자치회의 완전한 법제화였다.

풀뿌리 지방자치가 읍면동 마을 단위에서 실현될, 주민자치 역사에 남을 일이다. 그동안 곳곳의 현장에서 애써온 이들 덕분이다.

 

경남 산청살이 3년 차로 접어들었다.

이전에도 가까운 진주에서 살았으니 이곳 산청 생활이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 여겼다.

하지만 인구 33천명 중 친인척이나 오랜 친구 등 말을 건넬 이가 없으니 주민이 되는 데 제법 시간이 걸리는 듯했다. 귀농·귀촌자들이 모이는 자리만 찾을 수는 없었다. 지역사회 동향을 좀 더 두루 알고 공동체 정서 안에 들어갈 길을 고민하다가 우리 마을 주민자치위원회모집 공고를 봤다. 토박이들로 구성된 관변 조직이라는 선입견이 있었지만 궁금했다. 주민자치위원의 역할은 어떤 것인지 어떤 활동을 하는지. 신청서를 보니, 사실상 해당 지역의 주민자치위원회 내부 추천으로 뽑는 형식이었다.

 

어찌어찌 주민자치위원이 됐다. 첫 모임을 한대서 갔더니 위원회가 어떤 일을 하고 어떤 구실을 해야 하는지 교육은 없었다. 단지 언제부터 어느 마을에 사는지, 무슨 일을 하는지, 나이 등을 대뜸 물었다. 나의 선입견 탓인지 니가 이 동네서 얼마나 살았노?’라는 텃세로 느껴지기도 했다. 다소 어색하게 첫인사를 나누는 동안 대부분 주민자치위원이 명예직이나 행정의 하부조직인 양했고 대민 봉사쯤으로 여기는 인상을 받았다.

 

아뿔싸. 고백하자면 솔직히 주민자치회와 주민자치위원회를 나 좋을 대로 생각했다.

주민 수가 6천명이 되지 않는 면 소재지에 살면서 실정에는 참으로 안일했다.

단체 명칭에 주민자치를 버젓이 달고 있으니 주민자치위원회가 주민자치회인 줄 알았다.

그 목적과 방향이 아주 다른데도 말이다.

위원회가 인맥 추천으로 구성돼 읍면동 행정의 하부단위로 관변 조직 같다면

자치회는 주민 스스로가 마을사업을 계획하고 주민총회를 통해 결정하는 독립기구라 하겠다.

 

그래서 주민자치회는 작은 정부가 되어야 한다고 했던가. 수년 전부터 이같이 주장해온 황종규(동양대 공공인재학과) 교수가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을 다시 보게 된다. 지방자치법 개정안 통과 다음날인 지난 1일 황 교수는 우리 손으로 만든 87체제를 거름으로 삭여 주민주권시대로 전환해야 주민이 만드는 작은 자치 시대가 된다고 언급했다. 주민자치회가 단순히 행정의 자문 기구가 아니라, 주민이 직접 마을의 계획을 세우고 예산을 결정하는 기초 단위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기존의 주민자치위원회는 어떻게 될까.

주민자치위원회는 어찌어찌 구성되고 아직은 자치 없이 관변 조직에 가깝게 머물러 있다.

시범 교육 기간을 거쳐 더러는 주민자치회로 새롭게 전환한 지역도 있고, 어딘가에서는 마을자치 학교를 열고 마을자원을 조사하며 마을자치 규약, 마을의 사업과 비전을 만들어 주민총회도 연습한다는데. 갈 길은 보이지 않는데 읍면동이 자치의 기본 단위여야 한다’ ‘주민이 마을 주인이라는 이 당연한 말이 얼마나 근사한 꿈을 꾸게 하던지.

 

그런데 말이다, 눈앞의 현실은 아사리판이다.

부울경은 자치 분권보다 서울·수도권에 맞서는 초광역권을 만들어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겠다지만 아시다시피 거기에는 자본과 규모가 우선이다. 모든 행정 결정권은 부산이나 울산, 창원이 중심이 될 건 뻔하다. 여기에 인구감소지역 농어촌은 한낱 주변 지역이고 초기초 단위인 마을은 안중에 없다. 마을자치 없는 지방분권을 이야기하는 셈이다. 두가지가 함께 속도를 맞춰야 한다.

 

그래요, 초광역권 만드세요. 우리는 마을자치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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