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읽다

한국 교육의 ‘남루한 유배지’를 말한다

닭털주 2026. 4. 25. 19:46

한국 교육의 남루한 유배지를 말한다

 

이병곤 | 건신대학원대 대안교육학과 교수

 

 

아이들이 보여주는 작은 변화 하나도 우리에겐 벅찬 감동입니다.”

답변 이어가던 박동우 센터장의 음성 끝자락이 미묘하게 흔들린다.

신나는배움터두런두런’.

내가 근무하는 건신대학원대학교에 부설된 대안교육 위탁교육기관이다.

대전광역시 관내 고등학교 소속 학생 서른여섯명이 등록하여 학업을 이어가는 현장이다.

 

“10여년 전에는 일탈 행위자들이 더 많았어요. 요즘엔 마음이 아프고 위축된 아이들이 대부분입니다.”

위탁교육기관에 와야만 했던학생들의 일탈범위는 우리의 상상력 범위 안에 있다.

오토바이를 잇달아 훔친 아이, 몸의 절반이 문신으로 가득 찬 아이, 자해로 인해 입원과 퇴원을 반복했던 아이들.

 

최근 맞이하는 학생들은 우울증을 감기처럼 달고 지내요. 여기에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ADHD), 경계선 학습장애, 불안 같은 심리 증세 한두가지씩이 겹쳐 있지요.”

몇몇 아이들은 학교라는 틀 안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자유롭게 펼치기 어려워서 두런두런의 문을 두드린다.

아이마다 지닌 사연은 오색찬연하나, 마음엔 하나의 목표가 자리한다. ‘학교 다니기에 괴롭지만 어쨌든 졸업장은 따야 한다.’

 

수업은 하는데 정작 학교는 아니고, 열심히 가르치기는 하나 졸업장은 원적 학교에서 받는 장면을 지켜보는 그림자 기관.’

민간 대안교육 위탁교육기관의 서글픈 위상이다.

2001년에 서울시교육청이 첫걸음을 뗀 이후 다른 시·도 교육청들이 이 제도를 따라갔다.

대전시교육청은 2008년에 이 제도를 도입한 이래 민간 위탁기관 네곳,

가정형 위탁기관 두곳,

교육청이 직접 운영하는 1년제 위탁교육기관 한곳을 두고 있다.

위탁 기간은 6개월을 기준으로 삼는다.

학생이 원할 때는 연중 한번 더 연장할 수 있다.

만약 어느 한해 위탁교육기관에서 지냈던 경험이 좋았다면

이듬해에 또 신청하여 다닐 수도 있다.

, 학기마다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는 원적 학교로 출석해서 치러야 한다.

 

내가 두런두런소속 교사라 상상해 보았다.

쉽지 않을 것 같았다.

제천간디학교에서 가르칠 때는 저항과 일탈 의식을 강하게 드러내는 아이들을 꽤 만났다.

나무늘보처럼 책상 위에 늘어져서 아무 의욕 없는 아이들이 내 교실의 80%를 차지한다면? 두말하지 않고 도망칠 것이다.

긴 세월 동안, 이 일을 묵묵히 감내해온 다섯 교사가 두런두런을 지키고 있다.

엄청난 내공을 지닌 교육자들이다.

 

내가 지닌 외경심이 깊을수록, 교육 당국이 위탁교육기관 상근 교사를 대우하는 방식 앞에서 분노가 솟구친다. 동일한 현장에서 십수년을 근무해도 이들의 급여는 월 220~240만원을 살짝 웃도는 정도이다. 게다가 교사 급여를 1년에 11개월만 준단다. 민간 위탁교육기관은 2년에 한번씩 교육청 공모사업에 지원하여 계약이 갱신되기에 교육청이 고용 책임을 질 수 없기 때문이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교육지표 2025’ 자료를 찾아보았다. 2022년 기준 한국 학생 1인당 연간 공교육비가 2916만원으로 집계됐다. 2025년 두런두런에 지급된 교육운영비는 위탁 학생’ 1인당 고작 618만원에 그쳤다. 학업 상황 유지에 훨씬 큰 어려움이 있는 학생들 아닌가. 더 많은 지원이 따르기는커녕 공정하게 나눠야 할 공교육비 차액 2300만원마저 지급하지 않는 셈이 됐다.

 

전국 대안교육 위탁교육기관 현황 자료를 찾아 헤맸다.

교육부나 교육통계서비스 누리집 어디에서도 검색되지 않았다.

아뿔싸. 통계 자료에 드러나지 않는 것이 당연하지.

학생들 이름은 어느 멀쩡한·고등학교 학적부에 올라가 있을 터이니 말이다.

상황이 이렇기에 아쉬운 사람이 개별 시·도교육청 누리집을 일일이 방문해 자료 취합을 해야 한다. 우리 학과의 여태전 교수가 몇년 전 이 같은 방식으로 윤곽을 잡아 추정해봤다.

전국에 공립 위탁교육기관이 30여곳,

민간 위탁교육기관까지 포함하면 300여개인 것으로 비공식 집계됐다.

 

나는 아직도 모른다.

우리나라에 대안교육 위탁교육기관과 연관된 학생 수, 교사 수, 교육과정의 종류, 성장 경로와 성패 경험이 어떠한지 말이다.

통계와 자료가 부재하다는 사실은 관심과 정책 모두 없다는 말이다.

한국 교육에서 이처럼 남루한 유배지가 또 어디에 있을까?

책임 있는 교육 당국의 적극적인 정책 행동을 강렬하게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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