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읽다

25년 공교육을 떠나며

닭털주 2026. 4. 25. 19:53

25년 공교육을 떠나며

 

 

 

지난해 4, 지역갈등을 줄이자는 취지로 대구에서 광주를 걷는 세상보기모습.

강지나 제공

 

 

강지나 | 교사·‘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저자

 

지금 옹기종기(교무실)에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노래를 부르고 있다.

온 누리에 활짝~ 참 평화의 꽃~” 그 옆에선 몇몇이 우쿨렐레를 들고 연습 중이다.

안쪽 자리에선 다른 아이들이 과제를 한다.

이들은 백마고지의 역사, 민간인 통제구역의 형성, 그리고 한반도 평화협정 등을 조사하고 있다. 학생들이 지금 하는 일은 모두 13일에 출발하는 평화를 위한 2주간의 도보여행 세상보기준비다. 이 글이 지면상에 게재될 때면 나와 학생들은 비무장지대(DMZ) 길을 한참 걷고 있을 것이다.

 

공립학교와는 좀 다른 풍경이라는 것을 눈치챘을 것이다.

여기는 지리산 자락에 자리 잡은 실상사 작은학교’.

나는 올해 25년간 근무했던 공립학교를 떠나 대안학교에 깃들었다.

주위에서는 왜 이런 결정을 했냐고 묻는다.

단순하게 답하자면,

나는 공립학교에서 했던 시도와 노력을 조금 다른 틀에서 계속해보고자 대안학교에 왔다.

내가 몸담고 있던 기간 동안 공교육은 상당히 민주화되고 다양화됐다.

지식을 암기시키기보다는 학생들이 스스로 발견하도록 하는 교육과정이 도입됐고, 수업 시간에 학생들의 역량을 발휘하게 하는 과정 평가가 마련됐다. 물론 대학 입시가 의미 있는 시도들을 껍데기만 남도록 만들었지만, 그래도 나는 그 틈새에서 다채로운 교육활동을 해왔다.

교과서 외에 현실에서 사용하는 생생한 자료를 활용했고, 지역사회 전문가들을 모셔서 배우기도 했으며, 학생의 진로와 관심에 맞춰 개별화 수업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동료 교사들과 협력하고 관리자의 협조를 얻었으며, 때로는 교육청과 협업하기도 했다.

나는 25년간 가능한 자원과 방안을 활용해서 신나게 교직 생활을 했다.

혹자는 이런 나를 두고 운이 좋았다고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학생들이 자기 색깔을 발현할 수 있도록 진정성을 갖고 노력했다고 생각한다.

나는 공립학교를 떠났지만, 그건 실패하거나 실망해서 떠난 것이 아니다.

같은 목표를 가지고 다른 방향으로 시도해 보고 싶어서 대안학교를 선택했다.

 

실상사 작은학교는 비인가 대안학교로 26년의 역사를 가졌다.

큰 울타리가 되는 인드라망 생명공동체의 가치(우정, 생태, 자립, 공동체 등)를 실천하는 곳이다.

특히 학생들이 퇴비를 만드는 일부터 수확까지 직접 생태 농법으로 농사를 짓고, 거기서 생산된 농산물로 자급자족한다.

앞에서 학생들이 준비하고 있는 모습을 묘사한 세상보기는 이 학교의 중심 프로젝트다.

올해는 한반도 분단 상황뿐 아니라 전세계가 전쟁으로 고통받고 있으므로 평화라는 주제를 갖고 비무장지대를 걷기로 했다. 종이 지도와 나침반을 들고 하루에 대략 20씩 걷는, 소위 아날로그식 여행이다.

10이상의 배낭에 직접 식재료를 짊어지고 다니며 삼시세끼 밥을 해 먹고, 숙소는 주민들에게 부탁해서 마을회관에서 잔다.

10대 학생들에게는 고된 여행이지만, 체험이 강렬하면 배움도 크다고 했던가.

아이들은 세상보기때 경험을 일년 내내 얘기한다.

또한 여행을 끝내고 나면 모둠 안에서 서로서로 친밀한 관계가 된다.

몸을 고단하게 쓰는 체험과 사람과의 관계에서 배우는 경험을 농밀하게 하는 셈이다.

공립학교에서는 지식 중심의 교육을 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관계에 대해 익힐 기회가 적다. ‘관계에 대한 교육은 자신의 한계를 들여다보게 하고 나와 네가 서로 의지할 수밖에 없는 연결된 존재라는 것을 경험으로 깨닫게 한다.

 

대안교육이 교육 현장의 많은 문제에 답이 되지는 않는다.

아이들을 교육하는 여러 방법의 하나일 뿐이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지식과 정보를 대신 찾아주고, 교육공동체는 약해져 어떤 희망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지금, 사람이 성장하는 기본 바탕을 다시 다져야 할 때 아닌가 생각한다.

지리산 골 깊은 곳에 자리 잡은, 아직도 나무를 때서 난방을 하고, 가난하고 생태적인 삶을 지향하는 작은학교에서, 옥수수를 심기 위한 두둑을 아이들과 함께 만들며, 나는 땀의 정직함과 공동체의 가치를 마음에 새겨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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