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멩이, 이층, 카프카입력 : 2024.06.20. 20:55 이갑수 궁리출판 대표 일은 꼬이고 울적해 발길에 걸리는 대로 걷어차며 걸을 때, 아무 잘못도 없이 애꿎게 당하는 건 대개 돌멩이거나 나뭇가지인데 그냥 시키는 대로 하기만 하던 발끝에서 옛생각 하나 몰려나오기도 한다. 어린 시절 뒹군 고향의 이웃 마을은 거창군 고제면이다. 한자로 高梯, 하늘에 걸친 ‘높은 사다리’라는 뜻. 덕유산 자락인 고제는 한때 금 광산도 있고, 오일장도 열리며 번성했으나, 옛 자취는 흔적 없고 그 시절을 기억해 줄 어른들마저 사다리 타고 거의 다 올라가신 듯하다. 지금은 농협 하나로마트가 그나마 큰 건물이고, 보건소와 면사무소는 시무룩하게 서 있을 뿐이다. 그 곁에서 눈을 씻고 보면 ‘높은 다리’가 뱀 허물처럼 앉아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