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1922

오만가지 감정을 담는 숫자, 5만

오만가지 감정을 담는 숫자, 5만 수정 2025.06.08 21:03 김선경 교열부 선임기자 숫자 5만은 그저 크기만 한 수로 여겨진다. 그 너머, ‘오만(五萬)’은 단순히 숫자를 뛰어넘는, 특별한 의미와 감정을 담아내는 ‘말그릇’이다. 우리말에서 오만은 헤아릴 수 없이 많거나, 매우 복잡하고 강렬한 감정 또는 상태를 표현하는 특별한 단어다. 이는 숫자가 가진 명확한 경계를 허물고, 감정과 비유를 담아내는 우리말의 독특한 특성을 잘 보여준다. “오만가지 생각이 든다”는 말이 있다. 이는 그저 생각이 많다는 의미를 넘어선다. 근심, 기대, 후회 등 온갖 감정들이 한꺼번에 밀려오는 복잡한 내면을 잘 나타낸다. 정확히 5만개일 리는 없지만, 그만큼 많고 복잡해서 헤아릴 수 없을 때 ‘오만가지’라는 표현을 써..

칼럼읽다 2025.06.09

바뀌지 않는 것들만 나를 살린다

바뀌지 않는 것들만 나를 살린다이재훈 염려가 찾아왔다.숨이 가쁘고 피가 돌지 않는다.쓰레기를 버리지 못하고 자꾸 간직한다.치욕을 기억하려고 밤마다 휴대폰을 충전한다. 반은 깨지고 반만 돌아와 가난해졌다.모두 바뀌는 것들만 궁금해한다. 숲을 찾았다.사라지지 않을 물과사라지지 않을 공기와 나무에게 입술을 대었다. 집도 자동차도 직업도 사람도 모두 바뀐다.저물녘과 새벽만 바뀌지 않는다. 가난한 것만이 변하지 않는다.죽기 전까지 함께할 것들이 나를 살린다. 화분에 쌓인 돌을 오래 보았다.부정한 입술이 맑아졌다.

시를읽다 2025.06.08

수치심 넘어, 보이는 존재 되기

수치심 넘어, 보이는 존재 되기입력 2025.06.04 01:06 하미나 아무튼, 잠수>저자 베를린에서 열리는 다양한 예술 행사에 참가하다 보면 생각보다 행사의 밀도가 높지 않아 놀랄 때가 잦다. 좋게 말하면 소박하고 거칠게 말하면 별것 없을 때가 많다. 잔뜩 기대했다가 실망하고 돌아오는 날이 부지기수다. 그럴 때면 두 가지 마음이 든다. 하나는 나도 (그리고 내 친구도) 할 수 있겠다는 마음. 다른 하나는 이렇게 무엇이든 시도할 수 있고 기회를 주는 환경이어서 훌륭한 작가 혹은 예술가가 탄생할 수 있는 거구나 하는 마음. 위대한 예술가는 홀로 탄생하지 않고 어쩌면 이들보다 더 훌륭한 관객이나 독자가 만드는 것 같다. 베를린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보다 나는 더 자주 이곳의 관객에게 감탄한다. 아무리 시시해..

칼럼읽다 2025.0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