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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소끔 [말글살이]

한소끔 [말글살이]수정 2025-03-07 07:26 등록 2025-03-06 14:30  우리 엄마는 요리를 잘 못했다. 가난뱅이 손에 쥐어진 식재료가 마르고 앙상한 것밖에 없어서였겠지만, 그걸 입에 맞게 탈바꿈시키는 재주가 엄마에게는 없었다. 싼 물엿으로 조린 멸치볶음은 늘 딱딱하게 한 덩어리로 굳어 있어서 씹을 때마다 입천장을 찔렀다. 김치는 짜고 질겼고, ‘짠지’는 짰지만 물컹했다. 철 지난 자반고등어는 가시만 많고 살은 적어 성마른 젓가락질을 하다 보면 목에 가시가 자주 걸렸다. 소풍날 김밥은 진밥 때문인지 싸구려 김 때문인지 늘 터져 있었다. 특히 엄마가 잘 못 만드는 음식은 시금치나물이었다. 봄철 별미인 시금치나물은 시금치를 적당히 데치는 게 관건이다. 한소끔 끓어오를 때 불을 끄고 바로 건..

연재칼럼 09:01:15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것인가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것인가입력 : 2025.03.05 20:51 수정 : 2025.03.05. 20:57 전재학 전 인천 산곡남중 교장  철학자 게르트 아헨바흐는 나이와 나이 들어감에 관한 19세기의 금언과 속담을 500개 넘게 수집해 책으로 엮었다. 그는 그 책에서 이렇게 단정했다. “여러 민족의 속담 522개 중 오늘날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표현은 하나도 없었다. 확실히 이 비슷한 것조차 없다. 다시 말해서 이것은 정말 현대인들의 표현이다. 그것이 존중해야 할 ‘서민의 지혜’ 또는 ‘길거리의 지혜’인지는 좀 더 살펴봐야 한다. 세련되고 제법 그럴듯하게 들리는 표현이라고 해서 삶의 참된 지혜를 표현하는 것은 아니다. 이 표현도 마찬가지다.” 한 해 한 해 ‘나이 들어감’을..

칼럼읽다 2025.03.07

긍정보다 부정이 쉬운 이유

긍정보다 부정이 쉬운 이유입력 : 2025.03.05 20:52 수정 : 2025.03.05. 20:58 이은희 과학저술가  생물학적으로 본다면 인간은 여타 동물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한갓 미물이라 여기는 생쥐와 인간의 유전적 일치율은 80%에 달하고, 진화상 가장 최근에 갈라진 침팬지와의 유전적 차이는 1% 남짓이다. 그러나 나무 위의 침팬지들이 수백만년 동안 별 변화 없이 살아온 데 비해, 땅에 내려선 인류는 지형을 뒤바꿀 정도의 문명을 이루며 무려 80억이 넘는 수로 불어났다. 무엇이 침팬지와 인간을 이토록 다르게 만들었는가. 이런 의문에 일차적으로 떠오르는 답은 ‘지능’이다. 소위 ‘생각하는 존재’인 인간은 커다란 두뇌를 가졌기에 주변을 관찰해 얻은 정보와 경험을 통해 습득한 기억을 바탕으로 다..

칼럼읽다 2025.0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