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예수의 나이는 2025세보다 많다
입력 : 2024.12.29 21:08 수정 : 2024.12.29. 21:15
난데없는 계엄령 선포와 대통령 탄핵소추 등 다사다난(多事多難)이라는 말이 저절로 떠오르는 올해가 저물고 있다.
이제 이틀 후면 새해인 서기 2025년이 시작된다.
서기(西紀)는 ‘서양의 기원’을 줄인 말로, 많은 사람이 알고 있듯이 예수가 태어난 해를 원년으로 삼아 연도를 표기한다.
‘기원전’과 ‘기원후’를 나타내는 영어 약자 ‘B.C.’와 ‘A.D.’에도 그런 의미가 담겨 있다.
‘B.C.’는 Before Christ의 약자로, 직역하면 ‘예수 탄생 이전’을 뜻한다.
‘A.D.’는 Anno Domini의 약자로, 이는 ‘예수가 태어난 해’라는 뜻의 라틴어다.
이런 점을 생각하면 새해는 예수가 태어난 지 햇수로 2025년이 된다.
그러나 실제는 그렇지가 않다. 예수는 그보다 더 일찍 태어났다는 게 학계의 정설이다.
기원후 500년께 당시 기독교 수도사이자 신학자인 디오니시우스 엑시구스가 “예수가 태어난 해를 원년으로 하는 새로운 달력을 만들겠다”고 나섰고, 이를 통해 기원전과 기원후가 갈리게 됐다. 하지만 훗날 그의 계산이 잘못됐으며, 예수는 기원전 6~4년 사이에 태어났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현재 <표준국어대사전>도 예수의 생몰연도를 ‘B.C.4?~A.D.30?’으로 밝히고 있다. ‘기원전 4년’에 태어났다고 하면서, 이마저도 정확하지는 않다는 의미에서 물음표를 달아 놓은 것이다. 다시 말하여 새해 예수의 나이는 2025세가 아니라 그보다 4~6세 더 많다.
한편 언젠가부터 우리 사회에서 해가 바뀔 무렵이면 서기와 육십갑자를 짝짓는 이상한 표현이 많이 쓰인다.
요즘 신문과 방송에 많이 나오는 ‘2025년 을사년’처럼 말이다.
그러나 이는 옳지 않다.
서양의 서기는 양력을 기준으로 하지만, 동양의 육십갑자는 음력에 맞춰 바뀌기 때문이다.
즉 을사년은 이틀 후가 아니라 다가오는 설날인 1월29일 시작된다.
양력 2025년 1월1일은 음력으론 갑진년 섣달 초이틀이다.
“음력으로 한 해의 맨 끝 달”을 뜻하는 ‘섣달’은 “설을 앞둔 달”이라는 의미의 ‘설달’이 변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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