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읽다

8만 기간제교사에 대한 차별 철폐는 역사적 필연이다

닭털주 2025. 1. 1. 10:51

8만 기간제교사에 대한 차별 철폐는 역사적 필연이다

[14회 비정규 노동수기 공모전 대상]

수정 2024-12-31 17:01 등록 2024-12-31 16:52

 

한정일 | 기간제교사

 

 

1. 국가인권위원회마저도 외면한 기간제교사 차별

 

2020년의 일이다.

옆 반 담임 선생님이 갑작스러운 병가로 일주일 동안 학교를 나오지 않았다.

이유인즉슨 조회 시간에 학생에게 폭언과 쌍욕을 들어서라고 했다.

평소 그 학생의 성정을 잘 알던 터라 그런 일이 생기고도 남겠다 싶었다.

병가를 낸 선생님은 평소 학생들에게 존경을 한몸에 받는 분인데, 이런 일이 생겼다.

교사 경력이 많지 않은 나에게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겠다 싶었다.

 

그러던 중 더케이손해보험에서 교직원안심보험이라는 것이 생겼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내용을 살펴보니 특약이 맘에 들었다. 학생들에게 폭언과 욕설을 듣는 등 교권 침해가 명백한 경우에 위로금으로 200만원을 준다는 것이다. 물론 200만원을 받아서 완벽한 치유와 회복이 되겠냐만은 그래도 그게 어딘가라는 맘에서 보험회사에 전화했다.

가입 절차를 거의 마치고 마지막으로 상담원분께서 나에게 선생님은 정규 교사인가요? 아니면 기간제교사인가요?” 물어보길래 나는 기간제교사이고 현재 담임 교사를 맡고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그러자 상담원은 기간제교사의 경우에는 교직원안심보험 가입은 가능하나 특약에는 가입이 안 됩니다라는 것이다.

학생들이 정규직 교사에게만 골라서 교권 침해 행위를 하는 것이 아닌데, 가입이 안 되는 게 어딨습니까?”라고 항의했더니 상담원은 회사 지침이 그렇다라며 가입을 거절하고 통화는 끝이 났다.

 

너무나도 부당한 마음이 들어서 광주지역 시민단체인 학벌없는 사회를 위한 시민모임박고형준 활동가에 이 사실을 알렸다. 그러자 박고형준 활동가는 교직원안심보험에 가입은 가능하지만, 특약에만 기간제 교사가 제외되는 것은 명백한 차별행위라는 인식을 함께하였다.

그리고 아래와 같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넣었다.

 

 

 

진정서를 넣고 박고형준 활동가와 나는 국가위원회가 차별 시정 권고를 내리리라는 기대하고 결과를 기다렸다. 진정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 차별시정위원회의 결정은 7개월 뒤인, 202011월에 나왔다. 당연히 차별로 인정받고 시정조치를 기대했으나 예상을 깨고 기각을 결정하였다. 즉 기간제 교사 특성상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차별이라는 것이다.

 

인권의 마지막 보루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기각 결정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한달 뒤인 12, 함께 진정을 넣은 활동가와 나는 기각 결정 처분에 대해서 취소를 구하는 행정심판을 청구하였다.

 

이번에는 내가 가입한 전국기간제교사노조 박혜성 위원장의 도움을 얻어 좀 더 구체적인 통계자료와 내용으로 행정심판을 아래와 같이 진행하였다.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기간제 교원은 원칙적으로 정규 교원의 휴직, 직무이탈, 특정 교과의 한시적 담당, 정규 교원의 퇴직 등 정규 교원의 일시적 결원을 보충하기 위해 임용시험 없이 한시적으로 임용되나, 반복적인 계약 갱신을 통해 최대 4년에 걸쳐 임용되기도 하고 담임 업무를 수행하기도 하는 등 업무에 있어 정규 교원과 큰 차이가 없다.

 

전국기간제교사노동조합에서 20202월에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40%10년 이상 근무하고 있고, 5년 이상 10년 미만 역시 40%가 넘는다.

또한 정부는 학령인구감소에 따라 기간제 교원을 증가시키는 수급 정책을 펴고 있어,

단지 단기채용이라는 이유만으로 기간제 교원의 교육활동이 계약종료 후 중단된다고 단정 지을 수 없으며, 오히려 기간제 교원의 고용안정과 교권 침해 예방을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사회적으로 대두되는 등 교권 침해 피해 특별약관 가입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이다.

 

우리는 이렇게 행정심판으로 기각된 진정 내용을 차별로 인정받으려고 했으나 재결 또한 기각으로 나왔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다시 한번 피진정인인 보험회사의 논리를 그대로 인용하였다.

 

사기업인 피진정인이 보험 상품을 설계하고 판매하면서 누구를 대상으로 어떠한 상품을 판매할 것인지는 사적 자치의 영역으로서 일정 부분 그 재량을 인정해야 할 것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보험기간이 5년에서 30년인 장기보험임에 따라 기간제 교원을 가입 대상에서 제외한 행위가 그 재량을 넘어선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행위라고 볼 수 없고, 기간제 교원의 계약 연장이 가능하다 하더라도 계약 연장은 확정적으로 정해진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그 기간을 보장할 수 없는바, 반복적인 계약 갱신을 통해 장기간의 근무가 가능하므로 보험 가입 배제는 차별이라는 청구인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할 것이다.

 

이렇게 국가인권위원회에서조차 차별을 인정받지 못했다.

 

그사이 한국교직원공제회 출자회사인 더케이손해보험은 하나손해보험으로 인수합병 되었다. 그러나 교직원안심보험은 그대로 유지 되었다. 그렇게 3년이 지났다.

 

2024102, 하나손해보험교직원안심보험 가입 대상 확대 기사가 나왔다.

이제는 기간제교사도 특약 가입이 된다는 것이다.

진짜인지 확인해보고 싶은 마음에 다시 보험회사에 전화했고, 기간제교사도 특약 가입되냐고 물어보았다. 상담원은 그런 기사는 나왔지만, 본사 지침을 확인해본다는 것이다.

조금 후 상담원에게 전화가 왔다. 기간제교사도 특약 적용된다고 했다. 나는 바로 보험에 가입하였다. 지난 시간 우리의 몸부림과 투쟁이 헛된 일이 아니었음이 증명되었다.

 

우리의 기간제교사 특약 배제 차별 철폐 투쟁의 시작과 끝을 아래 표로 정리하였다.

 

 

이제 전국의 8만여 기간제교사도 교직원안심보험 교권 침해 특약에 가입이 가능하게 되어 보험이라는 안전망 안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2. 기간제교사는 성과급에서도 차별받고 있다

 

2023년의 일이다.

나는 2021년부터 전남 신안군 신의도 섬마을 중학교에서 근무하였다.

2022년 말에는 교육부 장관 표창을 받을 정도로 섬마을 중학교에서 일을 많이 했고 인정을 받았다. 내가 했던 진로 교육활동 사례가 여러 언론에 소개되었고, 한국방송(KBS) 라디오 방송에도 인터뷰하였다.

 

그런데 나는 2022년 말, 학교 교사 중에 성과급 교사 등급이 최하위로 나왔다.

왜냐면 나는 기간제교사이기 때문이다.

정규직 교사의 가장 낮은 성과급 등급이 기간제 교사의 최상위 등급보다 성과급이 많은 것이다. 게다가 내가 근무하는 학교에는 나 혼자 기간제교사여서 최상위 S등급보다 낮은 A등급을 받게 된 것이다. 당연히 성과급 금액도 제일 적은 금액을 받았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가?

 

나는 전국기간제교사노조와 전교조 기간제교사특위 조합원이다.

내가 속한 두 곳의 노조에서도 이러한 기간제 교사 성과급 차별 문제를 제기하고 시정하고자 투쟁하고 있다. ‘단지 기간제교사라는 이유만으로 성과급을 차별해서 받는 것이 말이 되는가?’ 앞으로 두 노조와 함께 기간제교사 차별 철폐 투쟁을 하려고 한다.

 

3. 이럴 때도 수업 실연을 해야 하다니

 

2024년의 일이다.

못하겠습니다. 이렇게 수업 실연까지, 포기하겠습니다.”

나도 모르게 이런 말이 나와 버렸다.

수업 실연 시작한 지 2분 만에 일이다.

학교에서 제가 필요하다고 해서 왔는데. 저는 집으로 돌아가겠습니다라고 말한 뒤 수업 실연장을 나와버렸다.

면접자의 갑작스러운 수업 실연 포기 발언에 면접위원 교사 모두는 당황해하는 표정이 역력하였다.

 

지난주에 학교에서 먼저 나에게 연락이 왔고 근무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기간제교사 지원자가 나 혼자인데 이렇게 수업 실연까지 해야 하나,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그것도 나이가 나보다 한참 어린 조카뻘의 선생님들 앞에서 수업 실연을 해야 한다니. 이전에 근무했던 광주와 전남 학교에서는 면접만 보았다.

 

수업 실연장을 박차고 나온 뒤, 씩씩거리며 곧장 차를 타고 광주 집으로 향했다.

군산에 숙소까지 알아보고 살 집까지 다 챙기며 나왔는데, 짐을 풀어보지도 못한 채 집으로 향했다.

 

5분 정도 지났을까?

실업급여를 받는다지만 백수 주제에 자존심만 세웠던 건 아닌가, 자존심이 상한다고 하여 그렇다고 그렇게 면접장을 나오는 건 아니었는데후회가 밀려왔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아니던가. 군산에 오기 전 이삼일 전부터 내 짐을 챙겨준 아내에게 미안했고, 3인 딸에게도 금요일 수업 마치고 보자고 했는데. 창피했다.

그런 생각이 들면서도 광주로 향하는 차는 달리고 있었다.

 

10분 정도 지났을까 교감 선생님 전화가 왔다.

 

그 전화를 받고 우여곡절 끝에 학교로 돌아가서 결정을 번복하고 근무하게 되었다.

학교라는 공간이 얼마나 소문이 빠른가?’ 나 역시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스스로 쪽팔린 행동을 한 것을 잘 알았기에, 선생님들과 마주치지 않으려고 학교 식당에서 점심을 먹지 않았다. 그랬더니 일주일 만에 몸무게가 5이나 빠졌다.

 

어쨌든 이 학교에서 잘 버텨내서 4개월째 근무하고 있다. 물론 내년 2월까지다.

기간제교사 7년 차인데 올해가 벌써 열번째 학교다.

이제 내년 3월에 갈, 열한번째 학교를 찾아야 한다.

그렇지만 앞으로는 수업 실연을 하지 않는 학교만 지원할 생각이다.

 

이외에도 기간제교사에 대한 차별은 부지기수다.

기간제교사를 포함하여 비정규직 차별 철폐는 역사적 필연의 길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나는 비정규직 차별 철폐의 길을 가려고 한다. 기대하셔도 좋다.

 

이 글은 한국비정규노동센터가 올해 주최한 ‘14회 비정규 노동 수기 공모전대상 수상작입니다.

    한겨레는 해마다 수상작 일부를 게재해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