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칼럼

둘 [말글살이

닭털주 2026. 2. 6. 17:59

[말글살이]

 

수정 2026-02-05 18:42 등록 2026-02-05 16:25

 

 

클립아트코리아

 

 

김진해 |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경희대 교수

 

 

한없이 무디다. 사물이 여럿 있다는 것을 문법적으로 표시하려면 명사 뒤에 ‘-을 붙이면 되는데. ‘-은 한없이 무딘 연장이다.

사과가 두개여도 사과들이고, 백개여도 사과들이다. 둘과 백을 복수라는 같은 자루에 넣어 버린다. 영어도 애플’(apple) 뒤에 ‘-s’를 붙여 복수를 만들면 그만이다.

 

옛날 사람들의 셈법은 좀 더 살뜰했다.

고대 그리스어, 아랍어, 슬로베니아어 같은 언어에는 단수(하나)와 복수(여럿) 사이에 양수’(兩數)라는 게 있다. 하나면 단수, 셋 이상이면 복수이지만, 딱 둘일 때 따로 양수라는 걸 표시한다. 가령 고대 그리스어에서 친구 한명은 필로스’(philos), 친구 여럿은 필로이’(philoi)인데, 딱 둘일 땐 필로’(philo)라고 따로 불렀다. 아마존의 피라항족이나 호주(오스트레일리아)의 원주민들은 수를 셀 때 하나, , 많다로 끝낸다. 셋부터는 그저 무리일 뿐이다.

 

에 대한 남다른 감각은 몸에서 왔을지 모른다.

, , 귀가 둘이고 손도 발도 둘이고, 뇌도 좌뇌와 우뇌, 심장도 좌심실과 우심실로 나뉜다.

왼쪽 눈과 오른쪽 눈은 분리되어 있지만, ‘본다는 행위 안에서 하나가 된다.

하늘과 땅, 낮과 밤, 나와 너처럼 우리는 세계를 둘로 나누지만,

양극단의 분리를 강하게 느낄수록 역설적으로 그 둘의 단일성도 강하게 느낀다.

 

사랑은 (2)의 경험이다.

철학자 알랭 바디우의 말이다.

둘이 만나 하나가 되는 것이라 말하지만, 그렇지 않다.

랑은 하나로 뭉개지는 게 아니라, ‘이 끝까지 로 남는 것이다.

타인이라는 완전히 낯선 존재가 내 삶에 침입하여, 나의 관점이 아닌 의 관점에서 세상을 재구성하는 혁명적 사건이다. 그것이 사라지면, 보통 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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