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슴벌레식 문답
정원의 이십주기 추모모임 단체 대화방에 나는 부영과 경애를 초대했다...
그렇게 부영은 끝까지 메시지를 읽지 않은 ‘1’의 숫자로 남아 있었다. 올해에도 정원의 추모모임에 간 사람은 나 혼자였다...
같이 하숙한 사이, 동양사학과 고경애
신입생시절 넷, 같은 하숙집, 2명씩 같은 방.
감싸면서 단련시키려 했고 아끼면서 통제했다.
2학년때 흩어지고, 한 달 한 번 만나고 생일을 챙김.
나는 술 먹고 점점 부영에게뿐 아니라 누구에게도 전화하지 않게 되었다.
나, 준희- 자서전 대필작업 정원 중등교사 연극한다고 학교를 그만 두고
예술대학원 입학 위해 과외와 알바
강촌마을 숙소. 정원에게 전해들은 사슴벌레 이야기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
인간은 무엇으로든 살아...
너는 어떤 소설을 쓸거야?
나는 어떤 소설이든 쓸거야.
정원과 나는 이런 대화법을 의젓한 사슴벌레식 문답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장면이 하나 있으면, 관객들은 쓱 보고 지나가면 그만이지만, 그거 쓸 대는 거기 들어갈 배경, 인물, 구도, 제스처, 대사 그런 걸 하나하나 상상하면서 다음으로 가야 되거든. 빈칸을 메우듯이.
차근차근 해나가는 그 과정이 난 좋아. 그러면서 알게 되고 느끼게 되고 경험하게 되는 게 너무 좋아... 내가 지금 바라는 건...... 경애가 고개를 들고 숨을 토하듯 말했다. 모든 관계를 끊고 사는 거.
정원이....
무슨 관계를 끊어.
우리가 어떻게든 관계를 끊고 살아.
그로부터 십년 뒤 정원은 자살했다......
우리는 어떻게 이렇게 됐을까?
우리는 어떻게든 이렇게 됐어.
부영의 모습은 그려지는데 경애는 안개 속처럼 흐릿하다....
나는 사슴벌레가 된 경애를 상상한다....
나 어떻게 이러냐? 니가 어떻게 이래?
나 어떻게든 이래. 내가 어떻게든 이래...
두진씨는 팔년형을 받고 실형을 꽉 채워 살았다...
두진씨 면회 갈 대도 따라온다고. (부영)...
부영은 남편이 구속되어 수감된 지 사년 뒤에 뇌출혈로 입원해 수술을 했고 일주일 넘게 깨어나지 못했다고 했다.
인간의 자기합리화는 타인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비합리적인 경로로 끝없이 뻗어나가기 마련이므로, 결국 자기합리화는 모순이다. 자기합리화는 자기가 도저히 합리화될 수 없는 경우에만 작동하는 기제이니까...
직시하지 않는 자는 과녁을 놓치는 벌을 받는다....
<끝문장>
갇힌 기억 속의 내옆에 쌍둥이처럼 갇힌 지금의 내가 웅크리고 있다.
각각의 계절, 권여선 에서
'책을읽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밥은 내가 가질게, 안보윤 (1) | 2026.05.26 |
|---|---|
| 기억의 왈츠, 권여선 (0) | 2026.05.26 |
| 최종화 <빛나는 날의 궁> 마루야 사이이치 그리고 문호들이 사랑한 맥주 (1) | 2026.05.17 |
| 제5화 <마차를 사고 싶어!. 가시마 시게루 그리고 이케나마 쇼타로가 사랑한 야키소바 (0) | 2026.05.17 |
| 제4화 <오토기조시> 그리고 따끈따끈한 카레빵 (1) | 2026.05.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