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은 내가 가질게, 안보윤
주승이가 우리 어린이집에 입학했을 때 가족관계증명서보다 먼저 도착한 건 아동복지국 공문이었다....
선생님이 우리 주승이 때렸어요?...
나는 보상을 바라는 게 아니에요!... 여자는 나가버렸다... 내일 아침에 상처난 곳이 있으면 그건 어머니가 그러신 거예요. 아시겠어여?
이선은 엄마를 한 번도 본 적 없는데 내가 엄마 얘기를 하면 늘 알 것 같다고 말했다. 너네 엄마가 어떤 사람인지 알 것 같아....
기도원에 들어간다던 언니가 사라지자 엄마는 경찰서며 흥신소를 헤집고 다니며 언니를 찾았다... 통영에서...
300일 동안 전국을 떠돌면서 명상을 하면 우주 진리를 통달할 수 있게 된다나...
내가 보기에 언니는 불행해지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사람같았다.
더욱 최악인 건 도무지 지치질 않는다는 점이었다. 그만큼 속았으면 무기력해질 법도 한데 언니는 끝도 없이 사람을 믿었다. <언니 34세>
가족이라는 단어로 묶일때마다 나는 여러 가지를 헐값에 팔아 넘기는 기분에 사로잡히곤 했다... 볼이 홀쭉하고 이마가 새까매진 언니가 현관문 앞에 서 있었다.
원장은 나를 나무야, 라고 부르고 내 밑의 신참을 나무반, 이라고 불렀다.
나- 주임교사
주승아 할아버지가 맡고 8시반... 늦게 데리러 온다.
내일부턴 보내지 마세요...
이 세상은 공평해. 네가 선을 가지면 저쪽이 악을 가져. 네가 만만하고 짓밟기 좋은 선인이 되면 저쪽은 자기가 제멋대로 굴어도 되는 줄 안다고....
언니와 함께 살기 시작하면서 내 감정 상태는 엉망진창이었다...
매일을 필사적으로 살고 있는 내가 바보가 된 기분이었다... 문제는 그동안 언니가 거둬 먹인 동물들이 교활하고 욕심많고 폭력적인 데 있었다...
주승이 할아버지 원장에게 애걸... 주승이 다시. 주승이가 똥을 바닥에... 시금치.. 자기 딸에게 시금치 먹였다고... 체해서 응급실... 시금치 한 통 가자고 왔다...
다른 사람을 괴롭히겠다는 일념으로 어떻게 그렇게까지 부지런해질 수 있었을까...
그 나이 먹도록 엄마한테 생활비 받아 쓰는 주제에 이젠 개까지 키워달라고 할 셈이야?../
버려진 개 몇 마리 돌봐줬다고 자기가 뭐라도 된 거 같대? 자기 앞가림도 못하면서 무슨 주제 넘은 소리야!... 이선은 그대로 나를 지나쳤다...
나 혼자 현실 속에 있으니 나는 평생 저들에게 악인이겠지.
... 개 입양
밤은 내가 가질게.
언니가 개의 귀에 작게 속삭였다. 늙고 새까맣고 병든 개의 이름은 토리가 되었다.
공존하는 소설, 창비교육,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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