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왈츠
첫문장
얼마 전 동생 부부와 교외에 있는 숲속식당에 다녀온 후부터 나는 오래전에 지나가버린 청춘의 한 시절을 자꾸 되돌아보는 버릇이 생겼다...
시간이 내 삶에서 나를 이토록 타인처럼, 무력한 관객처럼 만든다는 게... 동생부부는 혼자 사는 노모를 챙기듯 나를 챙긴다.
내가 동생에게 경탄하는 동시에 가슴 아프게 생각하는 대목이 이것이다. 어떻게 살아왔기에 이렇게 금새 풀고 마는가. 중요한 건 그 당시의 내가 시시각각 이상한 불안과 충동에 시달렸으며 그로 인해 실제로 고통스러워했다는 사실이다. 그러는 와중에도, 아니 그렇기 때문에 더 나는 하루하루의 삶에 탐욕스러울 만큼 집착했다.
경서, 구선배, 승희(동기)
아버지 간암판정, 유산문제를 협의하는 과정에서 나와 동생은 어머니와 오빠로부터 의절을 당하고 집에서 쫓겨나다시피 나와야 했다... 홍보실 취업...
소송을 통해 나와 동생 몫의 유산을 받는데 삼년이 넘게 걸렸다. 그 돈으로 나는 작은 아파트를 샀고 동생은 제부와 결혼했다.
... 은퇴까지 30년 근속 공무원...
경서는 동봉한 편지에서 자신이 중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십년 동안 써온 일기들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보낸다고 적었다... 나보고 이걸 어쩌라는 거지? 설마 다 읽으라는 거야?...
어느날 경서가 내게 일기를 다 읽었느냐고, 다 읽었으면 돌려달라고 했다... 이후 집에서 쫓겨날 즈음 돌려주었다...
운이 좋으면 죽기 전에 한번 더 진정한 왈츠의 날을 맞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날 나는 숲속 식당의 마당에 홀로 서 있지 않을 것이다. 다리가 불편한 숙녀에게 춤을 권하듯 누군가 내게 손을 내밀테고 우리는 마주 서서 인사하고 빙글, 돌아갈 것이다....
마지막 문장
기억이 나를 타인처럼, 관객처럼 만든게 아니라 비로소 나를 제자리에 돌려 놓았다는 걸 아니까.
'책을읽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에트르, 서유미 (0) | 2026.06.02 |
|---|---|
| 밥은 내가 가질게, 안보윤 (1) | 2026.05.26 |
| 사슴벌레식 문답, 권여선 (0) | 2026.05.20 |
| 최종화 <빛나는 날의 궁> 마루야 사이이치 그리고 문호들이 사랑한 맥주 (1) | 2026.05.17 |
| 제5화 <마차를 사고 싶어!. 가시마 시게루 그리고 이케나마 쇼타로가 사랑한 야키소바 (0) | 2026.05.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