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 위기 속에서 독자 되는 법
수정 2026.05.20 20:16
신새벽 민음사 편집자
<독자 되는 법>이라는 제목의 책이 출간되어서 황급히 저자 정보를 확인했다.
문화면 기자로 일하고 있는 저자 한소범은 스스로 “1시간 동안 책을 읽는다면 그중 40분은 사실상 인스타그램 릴스와 X(트위터)의 새 게시글을 스크롤하는 데 썼다”고 털어놓는다.
나와 다르지 않은 독서 환경에 있는 사람임을 확인하고 책을 주문했다.
저자 되는 법도 아니고 독자 되는 법을 배운다고?
이때 독자란 시키지 않아도 책을 읽는 사람과 1년에 한 권을 읽는 사람 사이의 존재다.
주의를 빼앗아가는 디지털 플랫폼에 사로잡힌 존재.
현란한 스마트폰 화면을 밀다가 손가락을 딱 떼고 책을 읽으려면 몸이 바뀌어야 한다.
먼저 마음을 먹고, 시간을 내서 책에 집중하기란
처음 학교에 들어가서 교실에 앉아 있는 법을 배우기나 비슷하다.
읽기가 이렇게 어려운 시절에 인문학 팟캐스트를 시작했다.
내가 만든 책을 좀 더 널리 읽혀서 연봉 인상에 도움이 되기를 기대했지만
인플루언서가 아닌 사람이 추천해서는 판매량이 움직이지 않았다.
그것은 피디와 마케터가 바라는 바도 아니었다.
팟캐스트는 보통 1회에 30분~1시간 분량인데 유튜브 촬영에 비해 편집하는 분량이 적다.
한번 녹음에 상대적으로 많이 떠들어야 한다.
첫 녹음은 다섯 시간 녹음해서 각 1시간15분, 45분 2회로 나갔다.
같이 진행하는 동료 편집자와 둘이만 아는 이야기,
설명 없는 개념어 언급 모두 편집 대상이었다.
책에 대한 몰입이 부족한가 해서 어두운 나의 이야기를 분출시킨 대목도 편집되었다.
편집본을 들으며 ‘아, 듣는 입장에서 재미없는 부분이 잘리는구나’ 싶었다.
진행하는 입장에서는 일방적으로 말하는 즐거움을 숨길 수 없었다.
내 목소리가 언제 자신 없어지는지, 언제 힘이 실리는지 의식되고
지금 다루는 책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었다.
지식 밑천이 드러날까 봐 어렵게 책 읽는 시간을 마련하면서 어떻든 독자로 지속하게 되었다.
<읽기의 위기>에 따르면 팟캐스트 청취자는 진행자에게 “피곤한 활동, 시간 낭비, 신체적 요구의 측면에서 매력적이지 않은 활동으로 경험한 독서를 위임한다”.
독일 미디어학자 크리스토프 엥게만은 오늘날 말하기와 듣기 기반의 디지털 플랫폼에서 독자는 가상의 존재가 되어간다고 분석한다.
팟캐스트는 책을 읽을 수 있지만 읽기를 위임한 가상의 독자가 듣는다.
이런 관찰은 피디와 마케터가 일러준 것과 같다.
그런데 청중이 책으로 진입하기보다 책 이야기를 듣는 데 만족한다면 책은 팔리지 않을 것이다. 책을 읽어야 말할 수 있는 진행자와 책 읽기를 위임하는 청중의 독서 격차가 벌어질 것이다. 엥게만이 말하는 ‘텍스트 노동자 계급’에 속하는 나는 덫에 놓인 기분이다.
내가 힘들여 읽을 때 인공지능은 고전문학에서 유튜브까지 무차별로 읽어치우고 있다.
읽기에 관해서는 그와 겨룰 수 없다.
한소범은 나보다 많이 읽었을 미래의 나와 겨루자고 한다.
주변에 지루해하는 어린이에게 책을 건네주자고도 한다.
책 안 읽는 어린이야 뭐 내 안에도 살고 있다.
그 손에 책을 쥐어보는 게 독자 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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