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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희은의 어떤 날] 목소리는 낮게, 구두는 가볍게

[양희은의 어떤 날] 목소리는 낮게, 구두는 가볍게 이십대 청년이 먼저 읽고 그리다. 김예원 양희은 | 가수 기운이 떨어져 머릿속도 텅 비고 도무지 참신한 그 무엇이 떠오르지 않아 하는 일이 제자리걸음일 때, 다들 어떤 방법으로 늪에서 벗어나는지 궁금하다. 오래전 태릉선수촌 동년배들과 슬럼프 극복하는 각자의 경험을 나눈 적이 있다. 쉬는 날에도 혼자 나와 안되는 부분을 죽어라고 연습한다는 친구, 아니면 거리를 두고 슬렁슬렁 무심하게 딴짓하며 보낸다는 친구, 내 경우는 그 두 가지를 다 한다. ‘날으는 작은 새’ 국대 조혜정 선수와는 아시아 사람 하나도 없는 이탈리아 안코나에서 둘이 지낸 시간이 있고 서로 의지한 우정도 깊었다. 배구 경기가 있을 때마다 소도시 여러 곳을 함께 여행했는데 자기는 배구공에 마..

칼럼읽다 2022.03.04

푸틴의 논리, 우크라이나의 이야기

푸틴의 논리, 우크라이나의 이야기 백승찬 문화부 차장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압도적인 군사력의 러시아가 조기에 전쟁을 끝내리라는 예상은 빗나가는 중이다. 초조해진 러시아가 조금 더 과격한 수단을 동원해 우크라이나를 공격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은 침공 3일 전인 지난달 21일 55분간의 TV 연설에서 침공의 논리를 설명했다. 그는 상세한 통계와 함께 소련 붕괴 이후 러시아가 부채탕감 의무를 떠안으면서도 독립한 국가들에 경제적 지원을 했지만, 우크라이나는 반러시아 행보를 보였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냉전 시절 소련에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소련 붕괴 이후 약속을 어기고 러시아 쪽으로 동진하고 있음을 비판했다. 우..

칼럼읽다 2022.03.04

숨그네와 홀로도모르 / 안영춘

숨그네와 홀로도모르 / 안영춘 2009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헤르타 뮐러의 영롱한 장편소설 는 1945년 1월 루마니아의 한 소도시에서 시작된다. 독일계 17살 소년 레오폴트 아우베르크는 소련 강제수용소 이송자 명단에 오른다. 소년은 축음기 상자를 트렁크 삼아 아버지의 먼지막이 외투, 할아버지의 우단 깃이 달린 도회풍 외투, 삼촌의 니커보커 바지(무릎 아래 부분을 졸라맨 짧은 바지), 이웃 아저씨의 가죽 각반, 고모의 초록색 양모 장갑, 자신의 포도주색 실크 스카프를 꾸려 넣는다. 이 무계통의 물건들이 보여주는 건, 소년은 물론 그에게 뭐라도 쥐여 보내려는 누구도 강제수용소가 어떤 곳이고 거기서 무슨 일을 겪을지 전혀 가늠하지 못하는 짙은 막막함이다. 결국 물건들의 쓸모는 굶어 죽거나 얼어 죽지 않으려..

책이야기 2022.0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