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3/10 3

탁구대 건너편

탁구대 건너편입력 : 2025.03.05 20:57 수정 : 2025.03.05. 21:02 임의진 시인  어릴 때 교회에 탁구대가 있었다. 동네 형들에게 배운 건 탁구보다 욕이나 부잡스러운 장난들이었지만 “탁구공 있냐잉. 그거 조깐 줘보그라잉.” 갓 낳은 계란이 오지듯 탁구공을 쥐게 된 형들이 나를 ‘있는 자’ 취급을 해주어 좋았었다. 똑같은 촌구석에 뒹구는데 ‘저소득층 아이들’과 ‘고소득층 자제들’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뭐 그냥. 탁구를 할 때 보면 또 숨은 성격들이 나와. 내기를 하다 대판 싸우기도 했던 모양. 탁구공을 사다 나르던 목사님이 그만 중단하고 마을 회관에다가 탁구대를 기증했다. 형들이 이번에는 회관으로 죄다 출근을 했어. 탁구공이 부딪히는 딱딱 소리가 경쾌해 그 근처를 지나면 어김..

칼럼읽다 2025.03.10

이야기가 우리를 구원할 거야 [정끝별의 소소한 시선]

이야기가 우리를 구원할 거야 [정끝별의 소소한 시선]수정 2025-03-09 21:47 등록 2025-03-09 18:48  이십대 청년이 먼저 읽고 그리다. 김재영  정끝별 | 시인·이화여대 교수   “너 있으나 나 없고 너 없어 나도 없던/ 시작되지 않은 허구한 이야기들/ 허구에 찬 불구의 그 많은 엔딩들은/ 어느 생에서야 다 완성되는 걸까”(정끝별, ‘끝없는 이야기’). 이 시를 쓸 때 나는, 어긋나 시작되지도 못했던, 그래서 서로의 이야기가 되지 못했던, 허구한 허구의 이야기들을 얘기하고 싶었다. 영화 ‘더 폴(The Fall)’을 보면서 오늘이라는 매일매일이, 내가 너와 함께 써 내려 가는 환상적인 모험이자 위대한 이야기라는 걸 다시 확인했다. 좋은 이야기의 힘이 바로 나와 너를 구원해 주기도 ..

책이야기 2025.03.10

재수가 없으니 땡전도 없다

재수가 없으니 땡전도 없다입력 : 2025.03.09 21:46 수정 : 2025.03.09. 21:50 김선경 교열부 선임기자  예능 방송에서 유명 연예인이 학생들 앞에서 이런 말을 했다. “내가 땡전 한 푼 못 받아도 이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연기를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어느 날 연기를 하는 게 너무 싫어져 연예계를 떠난 뒤 복귀하면서 한 말이었다. 지금껏 살면서 땡전 한 푼 못 받아도 하고 싶은 일이 있었을까. 일에 대한 그런 열정이 한 번이라도 있었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지 않는다. 일이 안 풀릴 땐 으레 ‘재수가 없어서’라는 말을 쉼 없이 내뱉으면서 그럭저럭 그 시간을 버틴 듯하다. 재수가 없으니 땡전이 한 푼도 없다. 땡전이 들어올 운수가 없는데 어찌 내 주머니에 돈이 많을 수..

칼럼읽다 2025.0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