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탁구대 건너편입력 : 2025.03.05 20:57 수정 : 2025.03.05. 21:02 임의진 시인 어릴 때 교회에 탁구대가 있었다. 동네 형들에게 배운 건 탁구보다 욕이나 부잡스러운 장난들이었지만 “탁구공 있냐잉. 그거 조깐 줘보그라잉.” 갓 낳은 계란이 오지듯 탁구공을 쥐게 된 형들이 나를 ‘있는 자’ 취급을 해주어 좋았었다. 똑같은 촌구석에 뒹구는데 ‘저소득층 아이들’과 ‘고소득층 자제들’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뭐 그냥. 탁구를 할 때 보면 또 숨은 성격들이 나와. 내기를 하다 대판 싸우기도 했던 모양. 탁구공을 사다 나르던 목사님이 그만 중단하고 마을 회관에다가 탁구대를 기증했다. 형들이 이번에는 회관으로 죄다 출근을 했어. 탁구공이 부딪히는 딱딱 소리가 경쾌해 그 근처를 지나면 어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