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

한 해를 돌아보며 내가 나에게 바라는 것

닭털주 2025. 1. 2. 19:45

한 해를 돌아보며 내가 나에게 바라는 것

공자와 논어를 넘어... 재독한 <우리가 간신히 희망할 수 있는 것>

24.12.26 17:37l최종 업데이트 24.12.27 09:00l 노태헌(rth922)

 

 

연말이다. 크리스마스까지 지나갔다. 사람은 늘 생각을 하며 살아가기에 또다시 한해를 되돌아본다.

한해를 무턱대고 생각하면 먼저 떠오르는 기억은 좋았던 기억들보다 힘들었던 기억이 더 많아 보인다.

 

한 해 동안 목표로 하였으나 이루어 내지 못한 것들도 떠올린다. 이런저런 상념과 부정적인 생각이 밀려올 때는 걷기나 책의 도움을 받아 본다. 그러한 행위들 속에서 또 다른 상념에 빠지기도 하지만 그 샛길은 처음에 밀려왔던 부정적인 감각에서 조금 벗어나게 해주기도 한다.

 

그리고 마음을 먹고 책장에서 책을 한 권 뽑아 든다.

며칠 남아 있지 않은 2024년의 마지막 언저리에 어떤 책이 어울릴지 잠시 고민하고 고른 책.

김영민 교수의 <우리가 간신히 희망할 수 있는 것> 책의 제목이다.

이 책은 이번이 두 번째 독서다. 두 번 읽는 책들은 이유가 있다.

 

책은 연말에 꽤 많은 생각거리와 가슴의 울림을 준다. 논어와 공자에 관련된 에세이집으로 잘 쓴 글이며 저자가 보는 삶의 본질이 담겨 있다.

이 책은 논어와 공자에 관해 이야기로 시작해서 그 시대와 현재까지 이어진 공자의 사상적 의미에 관해 이야기한다.

 

최근 사상이나 철학 영화나 시 등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연결시키면서도 결코 중심을 잃지 않는다. 차분한 논조로 공자와 논어에 대해 세상에 대해 대부분 즐겁게 때론 냉소적으로 이야기하는 모습을 책 읽는 내내 느낄 수 있다.

 

공자는 춘추시대 학자다. 서양에서는 소크라테스가 있다면 동양에서는 공자를 들 수 있다. 공자는 주나라의 예()와 악()을 정리하고 제자들에게 설파했다. 그의 사상은 아시아적 휴머니즘이라고 할 수 있는 ""의 사상을 기반으로 든다. 논어는 공자와 그의 제자들의 어록을 엮은 경전으로 공자의 사상을 집대성한 책이다.

 

 

우리가 간신히 희망할 수 있는 것아름다운 표지입니다. 별 빛 아래 소녀가 책을 들고 앉아 있습니다.

책을 읽던 소녀는 반짝이는 작은 별과 조우하게 됩니다. 그녀의 꿈은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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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에 밤과 어둠의 어스름이 보인다. 그리고 거대한 책 위에 소녀가 앉아 있다. 거대한 책은 얼핏 보면 집의 지붕처럼도 보이나 소녀의 수십 배 만한 책이다.

한밤, 책 지붕에 앉아 있는 소녀가 홀로 아담한 책 한 권을 펼치고 별을 보며 앉아 있다.

 

책을 읽는 소녀는 문득 반짝이는 별을 바라본다. 저 멀리 별들이 보이고 나무 숲의 실루엣이 보인다.

숲은 지혜를 상징했던가. 소녀는 반짝이는 별과 조우하는 중이다.

 

"무언가에 매료된 이들은 텍스트를 남기고, 남겨진 텍스트는 상대(남긴 이)를 불멸케 한다."라고 저자는 서두를 시작 한다. 그리고 책의 끝으로 가면 다시 처음에 논했던 주제로 돌아온다. 구성이 꽉 찬 책이다. 텍스트를 읽는 이유와 고전을 읽는 이유에 대하여 이야기를 시작하며 사상가들의 고민을 같이 공유하면서 수많은 갈림길의 사색을 보여 준다.

 

과감하게 논어에 담긴 생각은 지금의 세대와 맞지 않고 그 시대에서도 전부 인과 예와 의만으로 삶을 행할 수 없음을, 즉 사람이란 모순된 존재라는 예를 책 곳곳에 밝힌다. 그리고, 인간과 역사의 조건을 반영해서 텍스트와 콘텍스트를 읽어내자라는 단서 조항을 독자에게 제시한다.

 

논어라는 텍스트를 부활시키기 위해서 논어의 주체자인 공자와 제자들 그리고 주위 환경이었던 주나라를 살피고 그들의 이야기를 현재에 맞게 재해석하자 라는 논지를 펼친다. 역사적 맥락이라는 매개를 거쳐 책 속에 담겨있는 것들을 끄집어내자고 한다. 그래야 우리가 간신히 희망할 수 있는 삶이라는 세상을, 세상이란 텍스트를 읽어낼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고 한다.

 

[논어에서] 선생님(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말을 하지 않고자 한다"

자공이 말했다.

"선생님께서 말을 하지 않으신다면, 저희들은 무엇을 좇는단 말입니까?"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하늘이 무엇을 말하더냐. 사계절이 운행하고 만물이 생장한다. 하늘이 무엇을 말하더냐."

 

관행을 비틀고 필요할 때는 침묵하거나 침묵에 대해서는 과잉 해석은 하지 말자고 하면서 엄혹한 나치즘의 시대를 살았던 베르톨트의 시 일부를 보여준다.

 

"나무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것이, 세상에 널린 끔찍한 짓에 대한 침묵이므로 거의 죄악이라면, 그 시대는 어떠한 시대인가"

<베로톨트 브레히트/후손들에게 중에서>

 

저자는 공자가 행한 모순된 행동도 지적한다.

그토록 예를 소중히 이야기한 공자는 왜 보란 듯이 예를 어기며 조국 노나라를 황급히 떠나버렸는지. 거기에는 어떤 숨은 의도가 있었는지 모르는 일이라며.

사랑했던 나라를 위한 배려였는지 침묵과 함께 행동을 한 것인지.

여기에서 우리는 콘텍스트를 다양하게 상상할 수 있다고. 상상하는 것은 독자의 몫이라고.

 

공자와 제자들과 논어를 이야기하다

잠시 이를 현대적으로 잘 연결시키기 위해 다른 이야기도 들려준다.

 

예를 들어 어셀라 K. 르귄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도 그중 하나다.

이야기의 배경은 꿈에도 그리던 복지 사회가 구현된 밝은 도시이다. 그러나 이곳 사람들이 풍요를 누리기 위해서는 응분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 단 한 명의 아이가 어두운 지하실에서 박약한 상태로 가두어져서 고통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만 하면 나머지 모든 사람은 풍요를 구가할 수 있다.

 

나만의 사랑을 발명하고 싶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달콤한 풍요가 바로 그 아이의 비참한 처지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고 풍요로운 삶을 기꺼이 누린다. 아이 한 명은 지하실에서 고통받고 있을지라도. 하지만 여기에도 기적이 일어난다. 단지, 한 명으로 시작된 누군가가 고통받는 아이를 보고서 한참 동안 침묵 속에 서 있다. 그 고통받는 아이를 뇌리에서 지울 수 없기에, 그리고 그는 오멜라스를 떠난다.

 

이것은 '사랑'의 기적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가브리엘 마스셀의 한 문장, "사랑을 받는다는 것은 '당신은 죽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듣는다는 것". 누군가를 진심으로 동정한다는 것은, 그 순간 타인의 삶과 자신의 삶을 연결시키고 그를 죽음으로부터 구하기 위해 뛰어 드는 것이라고.

 

공자는 자신을 이기고 예로 돌아가는 것이 인이라고 말하고 인을 이루는 것은 자신에게 달려 있는 것이라고 피력한다.

자신을 이기는 삶은 어떤 삶일까.

 

2024년 한 해가 마무리되고 있다. 힘들고 어려움을 느낄 때마다 나는 나만의 사랑을 발명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내 안에 남겨진 것이 별로 없을 때 더더욱 남에게 따뜻한 마음이라도 전해 주고 싶다. 침묵이라는 지혜가 나에게도 스며들었으면 좋겠다.

 

책을 읽기 전까지 유독 여러 일들이 많아 힘든 한 해였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가만히 있으면 떠오르는 것들이 많았다.

하늘과 구름과 바람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지나가는 기억들을 한참 동안 쳐다본다.

 

인과 예까지는 아니라 하더라도 그렇다고 나쁜 일만 일어난 해는 아니었다.

새해에는 자유롭게 하고자 하는 일을 더 해나가고 싶다.

나에게 희망은 그런 것일 거라 생각한다.

힘들어도 저 너머의 곳으로 가는 것.

그 너머에 무엇이 있을지 모르는 상태로라도.

 

 

우리가 간신히 희망할 수 있는 것 - 김영민 논어 에세이

김영민 (지은이), 사회평론(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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