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읽다

학교에 체험학습의 계절이 왔지만… [왜냐면]

닭털주 2025. 3. 11. 10:50

학교에 체험학습의 계절이 왔지만[왜냐면]

수정 2025-03-10 18:41 등록 2025-03-10 16:58

 

 

 

전국적으로 봄비가 내린 2023418일 오전 현장체험학습으로 국회를 방문한 서울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우산을 쓴 채 국회 경내를 걸어가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홍제남 | 다같이배움연구소장·전 오류중 교장

 

 

 

학교가 개학했다. 고요했던 학교는 학생들의 재잘거림과 웃음이 넘쳐나며 분주할 거다. 학교는 1년간 교육계획에 따라 운영될 거다. 올해는 학교 밖 체험계획이 어느 정도로 수립되었을까 궁금하고 걱정된다.

 

교사를 하며 체험학습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실천했다. 수학여행 외에도 반 학생들과 학교 밖 12일 야영과 23일 농촌봉사활동을 진행했다. 교장일 때는 교사들의 다양한 체험활동을 코로나19 시기일 때도 적극 지원했다. 당시 교사들은 사람이 적어서 학생들이 차분하게 잘 배울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고 평가했다.

 

오류중 교장이던 2022년 가을에 신규 2년차인 교사가 교장실을 찾아왔다. 부탁을 꼭 들어달라며 말을 시작했다.

반 학생을 상담했는데 한 학생이 아직 한 번도 바다를 가보지 못해서 바다 보는 게 소원이라 합니다. 그 학생을 포함해서 몇몇 학생과 동해에 가고 싶은데 예산이 부족합니다. 꼭 지원해주셨으면 합니다.”

학생을 생각하는 그 교사의 마음이 정말 고마웠다.

 

나는 사비라도 보태줄 테니 걱정 말고 안전하게 잘 다녀오라 격려하였다. 얼마 뒤 휴일에 그 교사는 7명의 학생과 정동진행 새벽 기차에 올랐다. 여행 중 보내온 메시지를 보면 학생은 물론이고 교사 또한 좋은 시간이 된 거 같다.

 

푸른 바다를 처음 본 학생, 뛸 듯이 기뻐하는 학생 모습을 보는 신규 교사에게 이 여행은 어떤 의미였을까? 학생에겐 평생 잊지 못할 소중한 경험과 고마움이, 교사에게는 학교와 교사의 존재 이유를 생각하며 한 뼘 성장하는 시간이었으리라.

 

학교의 체험활동 학습프로그램은 여전히 필요하다.

다양한 체험을 제공받지 못하는 어려운 상황에 놓인 학생들에겐 더욱 소중하다. 그러나 위 교사가 우리 학교라서 가능하다고 거듭 고마워한 것처럼, 이런 체험활동은 점점 더 어렵고 특별한 일이 되었다.

 

학교 체험학습은 많은 행정업무가 뒤따른다.

방대한 계획서부터 동의서 수합, 숙소 답사, 버스 예약에다 활동비 정산 업무 등으로 담당교사는 수업과 별도로 수많은 업무를 해야 한다.

그러나 업무보다 더 무서운것은 혹시 모를 사고 시에 짊어져야 할 책임이다.

 

지난 2월 춘천지법은 20221111일 체험학습 중에 학생이 버스에 치여 사망한 사건에 대해, 1심에서 교사에게 금고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018년 대구지법은 체험학습 이동 중에 부모 동의로 학생을 휴게소에 두고 떠난 초등교사에게 아동 유기·방임 혐의로 벌금 800만원을 선고했다.

교사에게 직을 상실한 정도의 무한 책임을 지우는 상황에서, 초등학교를 시작으로 중학교까지 점차 체험학습 계획을 없애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얼마 전에는 교사 가운데 81%가 체험학습을 반대한다는 교원단체 조사 결과도 나왔다.

 

교육 당국에 바란다. 교사가 두려움 없이다양한 경험을 학생에게 제공하는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실효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준비 과정 간소화와 진행 과정 안전 등을 지원하고, 불의의 사고 시에 교사에게 책임을 부과하는 것에 신중해야 한다.

 

그래야 교육사상가 존 듀이가 말했던 것처럼 교육적 경험을 통해 배움이 일어나는좋은 교육 기회가 학생들에게 제공될 수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사상가 마르틴 부버의 언명처럼, 세상의 모든 것을 나와 그것이 아닌 나와 너로 받아들이며 세상과 공존하는 진정한 나를 찾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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