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치다 [말글살이]
수정 2025-11-21 07:29 등록 2025-11-20 20:55

클립아트코리아
김진해 |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경희대 교수
‘지나치다’라는 말은 동사로 쓸 때와 형용사로 쓸 때의 뜻이 사뭇 다르다.
동사로 쓸 때는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쳤다’처럼 어떤 곳을 들르지 않고 그냥 지나간다는 뜻이다.
장소 외에 어떤 일을 지나쳤다면 그 일을 놓친 것이고,
심각한 문제를 지나쳤다면 실수로든 일부러든 꼼꼼히 들여다보지 않고 그냥 넘어간 것이다.
이 말을 어떤 행동이나 현상을 평가하는 형용사로 쓰면 ‘너무 심하다’는 뜻의 부정적인 말맛이 강해진다.
장난이 지나치거나 욕심이 지나치면 결과가 좋지 않고, 지나친 친절은 무심함보다 더 불편하듯이.
유교 경전에도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하여 ‘지나침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고 가르친다.
직역하면 넘치든 모자라든 매한가지라는 뜻.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우리는 대개 모자란 것보다 넘치는 것을 더 나쁜 것으로 여긴다.
과식보다는 소식을, 과욕보다는 절제와 금욕을 미덕으로 여기지 않는가.
그래서 과하게 말하거나 행동하는 사람,
과하게 몰입하는 사람에게 ‘적당히 하라’거나 ‘오버하지 말라’고 핀잔을 준다.
본분을 어기고 튀는 걸 못 견뎌 하는 사회에서 자신에게 허락된 선을 넘어서는 것,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보다 한발 더 내딛는 것은 인심을 잃고 관계를 망가뜨리는 계기가 된다.
위험한 제안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당신에게도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것이 하나쯤은 있으면 좋겠다.
‘어중띠게’ 이도 저도 아닌 것보다 낫지 아니한가.
선을 지나쳐 본 사람만이 선을 선명하게 본다.
지나쳐 봐야 비로소 그 안이 보인다.
선 안에만 머물면 선의 그림자만을 볼 뿐, 선 밖의 세상은커녕 선 안의 세상도 모른다.
초과는 가끔 초월을 낳는다.
'연재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정신을 차리다 (0) | 2025.12.06 |
|---|---|
| 코맹맹이 소리 [말글살이] (0) | 2025.11.27 |
| 그럴듯하다 (0) | 2025.11.07 |
| 그가 남긴 마지막 말 1 부처 (0) | 2025.11.04 |
| 다 와 가? (0) | 2025.10.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