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을 차리다 [말글살이]
수정 2025-12-04 18:47 등록 2025-12-04 17:07
김진해 |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경희대 교수
할 수 있는 걸 찾아 안간힘을 써야 하건만,
몸은 괜히 분주하고 마음만 소란스러우니 나이를 헛먹은 게다.
며칠 전 설핏 잠이 든 새벽 왼쪽 다리에 쥐가 났다(이 나이에 자다가 쥐라니).
종아리 전체가 순식간에 벽돌처럼 딱딱하게 굳어 버렸다.
악악대며, 만지지도 못하는 다리가 제풀에 풀리기를 기다릴 뿐이다.
‘정신 못 차리고 사니 이러지’ 하는 목소리가 벽에서 들렸다.
‘차리다’는 쓰임새가 다채롭다.
‘밥상을 차리는’ 일은 그릇과 수저를 놓고, 밥과 반찬을 가지런히 배열하여 먹을 준비를 마치는 것이다.
가게를 차리려면 신경 쓸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여행 짐을 꾸릴 때도 ‘채비를 차린다’고 한다.
흩어진 것을 모아 질서를 잡고, 마땅히 있어야 할 상태로 만들어 놓는 것.
무질서에서 질서로,
준비되지 않음에서 준비됨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밟는 것이 ‘차리는’ 것이다.
손발을 놀리지 않고 저절로 차려지는 밥상은 없다.
몸을 움직여야 한다.
이 말이 눈에 보이지 않는 내면으로 향하면 ‘정신을 차리다’가 된다.
잃었던 의식을 되찾거나,
흐리멍덩해진 생각과 태도를 가다듬어 올바른 판단력을 갖춘다는 뜻이다.
몸의 기운이든 마음의 중심이든, 잃어버리거나 흐트러진 것을 다시 꽉 붙들어 매는 행위다.
그러므로 정신을 차리는 것은 혼란을 끝내고 정상으로 복귀하는 첫 단추다.
정신을 차리는 것은 마음의 문제 같아 보이지만, 결국 몸의 일이다.
정신을 차리는 일은 언제 어디에서 누구와 무엇을 도모할지를 달리하는 것.
각성 또는 회심의 성패는 마음이 아니라 당신의 발길이 어디를 향하느냐로 판가름 난다.
나처럼 아침에 정신을 차린 듯싶다가 점심 밥숟가락 들 때쯤이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흐트러지는 자는 평생 이 모양 이 꼴로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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