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칼럼

한통속 [말글살이]

닭털주 2025. 12. 21. 10:36

한통속 [말글살이]

 

수정 2025-12-19 07:29 등록 2025-12-18 20:35

 

김진해 |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경희대 교수

 

 

한통속을 쪼개 보면 + + 이다.

하나같음이고, ‘은 물건 담는 그릇이나 대나무 마디 같은 공간이다.

그러니 한통속은 같은 그릇 안에 함께 들어 있는 처지를 빗댄 말이다.

좁은 공간에서 서로 살을 맞대고 숨결을 나누며,

흔들리면 흔들리는 대로 함께 굴러가야 하는 한배를 탄사이다.

 

이 살가운 말이 요즘엔 죄다 나쁜 뜻으로만 쓰인다.

서로 결탁하여 나쁜 짓을 꾸미는 무리라는 뜻으로 전락했다.

자기들만의 이권을 공유하고 권력을 독점하기 위해 앞에서 끌어 주고 뒤에서 밀어 주는

일당들을 싸잡아 비난할 때 으레 저것들 다 한통속이야라고 쏘아붙인다.

끼리끼리논다는 야유와 카르텔이라는 비난을 받는다.

 

한통속이라는 손가락질을 받지 않기 위해 사람들은 지레 관계에 선을 긋는다.

혹여 괜한 불똥이라도 튈까 봐 슬그머니 뒷걸음질 치고 짐짓 모른 체한다.

기계적인 중립을 택하고 차가운 원리원칙을 방패 삼는다.

우리가 서로 섞이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는 사이,

정작 힘 있는 자들은 자기들끼리 더욱 견고한 한통속이 되어 이익을 독점한다.

통 밖의 사람들이 넘볼 수 없게 빗장을 단단히 걸어 잠근 채.

 

나는 여전히 한통속이란 말이 좋다.

오히려 당신과 내가 한통속이 되지 못해 아쉽다.

마음 놓고 한통속이라 부를 사람이 점점 줄어들어 외롭다.

한통속은 가볍게는 허물없는 친구이고, 무겁게는 뜻을 같이하는 동지이다.

좋은 일을 도모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당면한 난관을 함께 뚫고 나가는 이들이야말로 진짜 한통속이다.

 

비정한 합리나 무책임한 중립보다는 믿고 의지하며 살 비비고 땀 냄새 나누는 한통속이 간절하다.

당신 곁에 한통속이라 부를 사람이 두명 정도는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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