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글살이] 막내
수정 2025-10-02 20:20 등록 2025-10-02 20:16
김진해 |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경희대 교수
‘막내’에서 ‘막’은 ‘마지막’이 줄어들어 된 말로 ‘막바지, 막장, 막차, 막판’에 쓰인다.
‘-내’는 ‘낳다’의 ‘낳-’에 ‘-이’가 붙어 생긴 말이다.
‘마지막에 낳은 아이’.
말은 신발과 닮아서 오래 쓰다 보면 흙이 묻거나 닳는다.
혈액형으로 성격 파악하듯이 몇째냐에 따라 성향이나 행동이 다르다고 말한다.
‘맏이는 의젓하고 신중하다’
‘막내는 버릇없고 자유분방하다’
‘중간은 어정쩡하다’는 식.
서열 사회에서 먼저와 나중은 시간상의 선후 문제가 아닌 것으로 바뀐다.
순서에 따라 권한이나 권리, 책임과 의무가 달리 할당되고 거기에 따른 사회적·심리적 기대치가 달라진다.
회사에서 ‘막내’라는 말은 ‘귀여움’보다는 ‘미성숙, 경험 부족, 눈치 없음’의 이미지가 강하다.
잔심부름이나 기계적인 일만 맡기고 온당한 발언권을 인정하지 않는다.
중요한 결정을 할 때에는 ‘열외’이다.
“니가 뭘 안다고!”
그러면서도 이들에게 원하는 건 역설적이게도 ‘눈치 있음, 성숙함’ 같은 것.
불안한 막내는 뭘 할지도 모르면서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더 빨리 달려 나간다.
내 평생 막내로 살아봐서 아는데, 막내의 난감함은 놀랍게도 ‘먼저 온 사람(선배들)의 미성숙함’ 때문에 생긴다.
이방인처럼 막내는 먼저 온 사람들의 ‘언어’를 모른다.
(막내 빼고) 먼저 온 사람들끼리는 빤히 다 알고 있지만 문서로는 분명하게 기록되어 있지 않은 지식의 총체(암묵지)를 모른다.
그걸 말해주는 법을 모르면서 ‘막내가 눈치가 없네, 버릇이 없네’ 한다.
살다 보면 ‘막내의 의젓함’이나 ‘맏이의 어리광’도 흔히 보게 된다.
결국 선후와 성격은 관계가 없다.
누가 먼저이고 나중인가가 아니라, 말을 어떻게 주고받고 있는가가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