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읽다

칼의 배달길 <책 산책가>

닭털주 2026. 4. 21. 12:21

칼의 배달길

안드레아 함께 산책하는 반려동물 고양이, 멍멍이, 개소리를 내기 때문이다.

가끔은 자신의 입이 뇌와 합의를 거치지 않고 말들을 내뱉어버럈다.

롱스타킹 부인, 체리맛 사탕 & 레몬맛 사탕.

책 읽어주는 남자.

배낭이 비면 칼은 늘 쓸쓸해졌다. ~ 칼의 마지막 발걸음은 늘 시립공원묘지를 향했다. 그곳에 가면 마음이 차분해졌다. 언젠가 자신의 길이 어디서 끝나게 될지 안다는 것이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조금 덜어주었기 때문이다.

칼은 72. 4, 아내 없다.

책은 계속해서 칼에게 읽히고 싶어했다.

이불을 덮을 때면, 다음날에도 아주 특별한 책 한 권을 아주 특별한 고객들에게 가져다줄 수 있을 거라고 스스로 상기시켰다.

 

162~ 165

칼은 독자들을 토끼, 거북이와 물고리로 구분했다. 본인은 물고기였는데 때론 여유 있게, 때론 빠르게 책 속을 유영했다. 토끼는 속독가였다. 책 속을 전속력으로 달리고 조금 전에 무엇을 읽었는지도 매우 빨리 잊어버리는 부류였다. 그래서 내용이 무엇이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늘 다시 앞 페이지를 넘겨봐야 했다. 거북이도 마찬가지였는데, 너무 느리게 읽고 책 한 권을 다 읽기까지 몇 달이 걸리곤 했기 때문이다. 저녁마다 한 페이지만 읽고 잠들어 버렸다. 그리고 가끔은 어디까지 읽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아서 다음 날 저녁 같은 페이지를 또 읽곤 했다. 모든 동물은 단기적으로 호기심 많은 댕기물떼새가 될 수도 있었다. 댕기물떼새들은 훌쩍 끝으로 뛰어 결말을 먼저 확인한 후 나머지를 읽었다. 칼은 그게 식당에서 디저트부터 먹는 것처럼 느껴졌다. 당장 달콤하고 맛은 있겠지만, 정성 어린 음식들을 먹으면서 점점 커질 디저트에 대한 기대감은 없을 테니까.

어떤 동물이든 상관없이 새 책을 펼치는 순간은 늘 특별했다. 칼의 마음은 늘 요동치곤 했다. 제목과 표지와 소개 글에서 내비친 것들이 자신의 기대에 과연 부응할까? 혹시 기대를 더 뛰어넘을 수도 있을까? 언어와 문체가 자기를 감동시킬 수 있을까?

 

아름다운 책이 딱 맞는 단어들로 딱 맞는 시점에 마무리가 되고 그 뒤에 무언가가 덧붙여질 경우 그 완벽함이 깨진다고 하더라도, 글이 더 이어졌으면 하는 마음이 들기 마련이었다. 책 읽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흔히 갖게 되는 정신분열증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