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의 배달길
안드레아 함께 산책하는 반려동물 고양이, 멍멍이, 개소리를 내기 때문이다.
가끔은 자신의 입이 뇌와 합의를 거치지 않고 말들을 내뱉어버럈다.
롱스타킹 부인, 체리맛 사탕 & 레몬맛 사탕.
책 읽어주는 남자.
배낭이 비면 칼은 늘 쓸쓸해졌다. ~ 칼의 마지막 발걸음은 늘 시립공원묘지를 향했다. 그곳에 가면 마음이 차분해졌다. 언젠가 자신의 길이 어디서 끝나게 될지 안다는 것이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조금 덜어주었기 때문이다.
칼은 72세. 방 4개, 아내 없다.
책은 계속해서 칼에게 읽히고 싶어했다.
이불을 덮을 때면, 다음날에도 아주 특별한 책 한 권을 아주 특별한 고객들에게 가져다줄 수 있을 거라고 스스로 상기시켰다.
162쪽 ~ 165쪽
칼은 독자들을 토끼, 거북이와 물고리로 구분했다. 본인은 물고기였는데 때론 여유 있게, 때론 빠르게 책 속을 유영했다. 토끼는 속독가였다. 책 속을 전속력으로 달리고 조금 전에 무엇을 읽었는지도 매우 빨리 잊어버리는 부류였다. 그래서 내용이 무엇이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늘 다시 앞 페이지를 넘겨봐야 했다. 거북이도 마찬가지였는데, 너무 느리게 읽고 책 한 권을 다 읽기까지 몇 달이 걸리곤 했기 때문이다. 저녁마다 한 페이지만 읽고 잠들어 버렸다. 그리고 가끔은 어디까지 읽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아서 다음 날 저녁 같은 페이지를 또 읽곤 했다. 모든 동물은 단기적으로 호기심 많은 댕기물떼새가 될 수도 있었다. 댕기물떼새들은 훌쩍 끝으로 뛰어 결말을 먼저 확인한 후 나머지를 읽었다. 칼은 그게 식당에서 디저트부터 먹는 것처럼 느껴졌다. 당장 달콤하고 맛은 있겠지만, 정성 어린 음식들을 먹으면서 점점 커질 디저트에 대한 기대감은 없을 테니까.
어떤 동물이든 상관없이 새 책을 펼치는 순간은 늘 특별했다. 칼의 마음은 늘 요동치곤 했다. 제목과 표지와 소개 글에서 내비친 것들이 자신의 기대에 과연 부응할까? 혹시 기대를 더 뛰어넘을 수도 있을까? 언어와 문체가 자기를 감동시킬 수 있을까?
아름다운 책이 딱 맞는 단어들로 딱 맞는 시점에 마무리가 되고 그 뒤에 무언가가 덧붙여질 경우 그 완벽함이 깨진다고 하더라도, 글이 더 이어졌으면 하는 마음이 들기 마련이었다. 책 읽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흔히 갖게 되는 정신분열증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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