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읽다

고요한 밤, 거룩한 밤. 김숨

닭털주 2026. 6. 4. 20:54

고요한 밤, 거룩한 밤. 김숨

 

첫문장

아까부터 방안에 들어찬 적막을 송곳처럼 찔러오는 소리는 수도꼭지에서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였다...

 

그는 몸이 냉동실 깊숙이 처박힌 조기처럼 얼어붙는 걸 느꼈다...

아내가 동물병원 앞 개..안락사 시킨다길래...

그럼 어디서 키워요. 쪽방에 사는 처지에, 곧 날도 추워질테고.”

전 주인이 짖지 못하게 수술을...

폭삭 늙은 나를 마다하지 않고 손이며 발을 핥아주는 개가 기특하고 고마워요.”...

온종일 폐휴지 주워 고물상에 가져가 봐야 오륙천 원밖에 그의 손에 쥐여지지 않았다.... 법적 부양자 자식.. 기초보호대상자가 안 되었다.

금이빨 13만원.. 사내 한쪽은 개눈...

“... 온기를 구할 게 개말고는 아무것도 없다고요.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알이에요

에스키모인...

그는 죽은 아내의 육신에 떠돌던 온기가 다 그리웠다... 아들은 오년 전 이혼을 했다. 부모라고 어쩌다 찾아올 때마다 술주정이나 부려댔다...

이년만에 공장은 문을 닫고, 아무 책임도 없던 동생들은 빚쟁이가 됐다. 충격으로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동생들은 철천지 원수나 되는 듯 그와 의절했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빚을 갚기 위해 아내는 식당에 일을 다녔다. 술밖에는 그가 의지할 것이 없었다. ...40대에...

개가 기습하듯 달려들어 그의 귀를 물어뜯은 것이었다...

그렇게나 까맣게 모를 수가...... 그는 아내가 죽어가는 것을 전혀 몰랐다....... 죽어가는 날 지키는 게... 저 개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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