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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글살이] 오촌 아재 -김진해 ㅣ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경희대 교수

[말글살이] 오촌 아재 김진해 ㅣ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경희대 교수 옛 시골에선 겨울에 산문이 열린다. 이웃들이 함께 산에 올라 땔감을 한다. 하지만 어찌 한날한시에 다 모일 수 있으랴. 노가다판에 가 있기도 하고 낫질하다 손가락이 상해 못 나오기도 하지. 으스름 저녁 이고지고 온 나무를 마당에 부리고 나면, 분배가 문제. 식구 수에 따라 나누자니 저 집은 한 사람밖에 안 나왔다고 투덜. 똑같이 나누자니 저 집 나무는 짱짱한데, 내 건 다 썩어 호로록 타버리겠다고 씨부렁. 거기에 오촌 아재 등장. ‘오촌’은 ‘적당한 거리감’의 상징. 막걸리잔 부딪치며 ‘행님 나무가 짱짱하니 고 정도로 참으쇼.’ ‘저 동상네 아부지가 션찮으니 몸이라도 지지게 좀 더 줍시다.’ 한다. 다툼은 쪼잔한 데서 시작된다. 우리..

연재칼럼 2022.02.03

어른을 사로잡는 그림책 보실래요? -조은숙 그림책 연구자

설 연휴, 어른을 사로잡는 그림책 보실래요? 어른들을 울리고 토론하게 하는 그림책들로 내면에 말 걸어보자 인도 전통미술, 나이별 잠언집에 시 그림책과 탈모 그림책까지 혹시 아시는지? 어른들이 그림책을 보며 눈시울을 붉히고, 때론 열띠게 이야기를 나누는 풍경은 이제 웬만한 공간에서 흔한 풍경이 됐다는 것을. 압축된 언어와 이미지로 우리의 의식과 무의식을 두드리는 그림책들을 보며, 새해를 자신의 내면에 말 걸기로 시작하면 어떨까? 표지. 보림 제공 (바주 샴 ‧ 두르가 바이 ‧ 람 싱 우르베티 지음, 이상희 옮김, 보림, 2012)은 당산나무 아래에서 새해의 희망을 기원했던 옛사람들의 경건함을 떠올리게 한다. 이 책은 인도 중부 곤드족의 전통 미술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원래 숲에 살던 곤드족에게 나무는 인..

책이야기 2022.02.03

세는나이를 내버려두라 -장유승 단국대 동양학연구원 연구교수

세는나이를 내버려두라 장유승 단국대 동양학연구원 연구교수 맬컴 글래드웰의 에 나오는 이야기다. 캐나다 프로 하키 선수는 1~3월생이 많다. 어째서일까. 어릴 적에는 개월 수에 따라 성장차가 크다. 같은 해 태어난 아이들끼리 경쟁하면 1~3월생이 유리하다. 그 차이가 유소년 리그와 청소년 리그를 거쳐 성인 리그까지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제야 알겠다. 내가 초등학교 6년 내내 학급에서 키가 가장 작았던 이유를. 내 생일은 2월 하순, 속칭 ‘빠른 연생’이다. 꼭 그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동급생보다 신체적 성장이 늦은 편이었다. 모르긴 하지만 지적 성장도 차이가 났을 것이다. 당시 1, 2월생 자녀의 부모들은 입학 시기를 일부러 늦추는 것도 고민해야 했다. ‘빠른 연생’이 유리한 점도 있지만 불리한 점이 많았던..

칼럼읽다 2022.0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