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글살이] 오촌 아재 김진해 ㅣ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경희대 교수 옛 시골에선 겨울에 산문이 열린다. 이웃들이 함께 산에 올라 땔감을 한다. 하지만 어찌 한날한시에 다 모일 수 있으랴. 노가다판에 가 있기도 하고 낫질하다 손가락이 상해 못 나오기도 하지. 으스름 저녁 이고지고 온 나무를 마당에 부리고 나면, 분배가 문제. 식구 수에 따라 나누자니 저 집은 한 사람밖에 안 나왔다고 투덜. 똑같이 나누자니 저 집 나무는 짱짱한데, 내 건 다 썩어 호로록 타버리겠다고 씨부렁. 거기에 오촌 아재 등장. ‘오촌’은 ‘적당한 거리감’의 상징. 막걸리잔 부딪치며 ‘행님 나무가 짱짱하니 고 정도로 참으쇼.’ ‘저 동상네 아부지가 션찮으니 몸이라도 지지게 좀 더 줍시다.’ 한다. 다툼은 쪼잔한 데서 시작된다.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