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단어는 삶을 관통한다입력 : 2024.10.30 21:07 수정 : 2024.10.30. 21:08 오은 시인 20년 전의 일이다. 집에 가는 길에 문득 혼잣말이 튀어나왔다. “블로그를 개설해야겠어!” 나지막한 음성이었지만 결의로 가득 차 있었다. 그때 그 길이 오르막길이어서 그랬을지도 모른다. 비탈진 길을 걸을 때면 온몸에 힘이 들어가니까. 그 힘이 간혹 난데없는 결심을 싹 틔우기도 하니까. 내가 살던 집은 언덕에 있었다. 일명 고시촌이라 불리던 곳이었다. 위로 올라갈수록 보증금과 월세가 조금씩 내려가던 길이었다. 안온해 보였지만 속을 까뒤집어보면 치열함으로 들끓는 곳이었다. 하루에도 몇번씩 그 길을 오르면서 나는 언젠가는 내려갈 수 있기를 바라고 또 바랐다. 블로그를 미래의 새로운 둥지로 여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