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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균과 방풍

허균과 방풍입력 : 2025.03.10 21:07 수정 : 2025.03.10. 21:10 이선 한국전통문화대 명예교수  요즘은 TV 오락 프로그램에도 온통 전쟁 모드다. 춤과 노래 경연은 물론 퇴역 군인들의 힘겨루기와 요리사들의 대결까지 격렬한 전투다. 음악으로, 힘으로, 또는 맛으로 상대방을 꺾고 올라가 깃발을 쟁취해야만 한다. 그중 요리 경연은 남녀노소 모두가 좋아하는 데다, 불과 칼을 다루는 종목이다 보니 더욱 치열하고 살벌하다. 그러나 그 결과물에는 모두 환호한다. 이름이 오르내린 식당 앞에 새벽부터 장사진을 이룬 손님들이 이를 증명한다. 어느 한 민족의 문화에서 음식만큼 대표성을 띠는 것도 없다. 문화이기 전에 생존과 직결되니 가장 본질적이다. 흔히 의식주라고 하지만, 그 중요도로 치자면 북한..

칼럼읽다 20:03:02

겨울의 터널을 지나며 [포토에세이]

겨울의 터널을 지나며 [포토에세이]수정 2025-03-10 18:43 등록 2025-03-10 16:39   창문 너머 메마른 가지에 아침 햇빛이 부드럽게 비추고 있다. 이 순간, 자연은 인내와 참음의 상징처럼 보인다. 겨울의 긴 터널을 지나, 포근한 햇빛을 받으면 그 가지에서 분명 새싹이 틀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올해 겨울은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혹독했다. 지난해 12월부터 몰아친 마음 속 추위는 더욱 뼈아프게 느껴졌다. 몸은 옷으로 따뜻하게 감쌀 수 있지만, 마음은 그럴 수 없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엄혹하고 살얼음 같은 시간이 지나고 나면, 다시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사진놀이 18:38:19

치매 100만명

치매 100만명입력 : 2025.03.12. 18:06 김광호 논설위원  지난 1월 대법원은 70대 아내를 목졸라 숨지게 한 80대 남성에 대해 징역 3년의 원심을 확정했다. 그 자신도 약을 먹었지만 목숨은 건졌다. 2020년 7월부터 치매 진단을 받은 아내를 4년째 홀로 돌보며 지내다 벌어진 비극이었다. 지난해 1월엔 대구에서 50대 남성이 치매 앓는 80대 아버지를 15년간 간병해오다 숨지게 한 뒤 “아버지와 함께 묻히고 싶다”는 짧은 유서를 남기고 목숨을 끊었다. 보건복지부가 12일 공개한 치매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치매 환자 수가 내년 100만명을 넘을 것으로 예측됐다. 2016년 조사보다 노인 치매 유병률(9.25%)은 낮아졌지만, 고령화로 노인 인구가 늘어 치매 환자 수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칼럼읽다 11:07:14

둘도 없는 것

둘도 없는 것입력 : 2025.03.12 20:47 수정 : 2025.03.12. 20:53 양다솔 작가  서울 관악구에 있는 작은 영화관 앞에 도착했다. 영화관 앞 카페에서 감독과 제작진을 만났다. 춥고 청명한 주말 오후, 카페 안은 만원이었다. “먼 길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살갑게 인사를 나누고 커피를 주문했다. 나는 한 영화의 감독과의 대화를 진행하기 위해 막 지방에서 올라온 차였다. 몇주간 기다리던 시간을 앞두고 조금 들떠 있었다. 이런저런 무대 경험이 있었지만, 감독과의 대화는 처음이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영화를 거듭하여 보고, 질문을 적어둔 메모가 깜지를 이뤘다. 내가 말했다. “제가 좀 서툴더라도 잘 부탁드려요.” 그때 감독과 제작진 사이에 알 수 없는 눈빛 교환이 이뤄졌다. 모두가 ..

칼럼읽다 10:0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