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글살이] 피장파장
김진해 |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경희대 교수
“자고 일어나면 이불을 개야지!” “아빠도 안 개더만.” “일찍 좀 자라!” “아빠도 새벽에 자더만.” 사춘기의 반항심은 ‘어른’의 모순을 목격하면서 시작된다. 아이가 성숙의 첫발을 내딛는 순간은 완벽한 세계였던 부모가 실은 겉과 속이 다르고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모순덩어리임을 눈치챌 때다. 그 순간 무적의 논리 하나가 혀끝에 장착되는데, 바로 피장파장의 검이다!
“당신도 마찬가지야.”
이 검을 제대로 휘두른 이는 예수다.
그는 간음하다 잡혀온 여인을 돌로 쳐 죽여야 하지 않느냐는 율법주의자들의 다그침에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쳐라”고 되받아친다. 이 말에 움찔한 사람들은 돌을 내려놓고 흩어진다.
범법자들에게는 고개를 빳빳이 쳐들게 하는 ‘기쁜 소식’(복음)이다.
“당신들은 얼마나 깨끗한데?” “남들도 다 하는데….” “왜 나만 갖고 그래?”
피장파장의 논법은 해당 사안의 진상, 성격, 심각성, 책임과 같은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질문을 가로막는다.
법정에서는 전혀 안 통하는 변론법이지만, 정치 토론에서는 밥 먹듯이 등장한다.
별다른 노력 없이도 쉽게 써먹을 수 있고 효과도 쏠쏠하기 때문이다.
행주와 걸레를 한 세숫대야에 넣어 삶아버리니 보는 사람 마음속에 좌절, 냉소, 낭패의 감정이 들 수밖에. 이번 선거도 이미 피장파장의 논리가 난무한다.
피장파장의 게거품을 걸러내기만 해도, 우리 머릿속은 이성과 합리로 가득할 것이다.
현란한 혀놀림 속에서도 정신을 단단히 차리면서 질문을 제자리로 되돌리는 주문을 외치자.
“그건 그거, 이건 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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