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 393

이 책방에 세면대가 두대인 이유 [.txt]

이 책방에 세면대가 두대인 이유 [.txt]우리 책방은요수정 2025-05-23 14:30 등록 2025-05-23 14:00 경기 수원시 팔달구 행궁동에 위치한 독립서점 ‘큰새’. “손이라도 닦고 가세요”라고 적힌 철제 선간판이 눈길을 끈다. 책방지기 제공 경기 수원시 팔달구 행궁동 북적거리는 중심가를 조금 지나면 입구부터 유쾌한 기운을 머금은 서점 하나가 있다. “손이라도 닦고 가세요.” 이렇게 적힌 철제 선간판이 행인들을 향해 손짓하는 듯하다. 책방 이름은 ‘큰새’. 25평 규모 아담한 책방이지만 이름만큼은 ‘큰새’다. 우리 책방은 대형 서점과는 조금 다르다. 빼곡한 신간 코너, 시끌벅적한 베스트셀러 랭킹 같은 건 어디에도 없다. 대신 서가에 비치한 책들마다 손 글씨로 써 내려간 문장이 붙어 있..

책이야기 2025.05.25

부글부글·풍덩…감정에 색깔 입히는 의성의태어 [.txt]

부글부글·풍덩…감정에 색깔 입히는 의성의태어 [.txt]신견식의 세계 마음 사전 추상적 감정 구체화하는 의성의태어 한국·아시아·아프리카어에 많아 복잡한 감정의 결 살려 생동감 더해 수정 2025-05-24 17:51등록 2025-05-24 02:00 ‘부글부글’은 원래 액체가 계속 야단스럽게 끓어오르는 소리나 모양을 일컫는데 울화나 분노, 언짢은 생각이 치밀어 오르는 모양도 빗댄다. 게티이미지뱅크 언어 기호의 자의성은 언어학자 소쉬르가 주창한 이래로 널리 알려진 언어학의 기본 개념이다. 예컨대 한국어 ‘나무’, 중국어 ‘木’, 영어 ‘tree’의 말소리는 이것이 일컫는 말뜻과 아무 상관이 없다. 추상명사로 가면 그 정도는 더한데 ‘사랑’, ‘愛’, ‘love’가 왜 하필 그 뜻인지는 설명하기 어렵다...

책이야기 2025.05.25

존재는 실천을 통해 증대된다 [.txt]

존재는 실천을 통해 증대된다 [.txt]수정 2025-05-09 14:02 등록 2025-05-09 14:00 오스트레일리아의 간병인 브로니 웨어는 수많은 말기 환자를 돌보며 그들이 마지막 순간에 쏟아내는 후회가 대체로 비슷하다는 걸 깨달았다. 그 내용을 정리해 ‘나의 오늘은 내일로 이어지지 않는다’(원제, ‘죽을 때 가장 후회하는 다섯 가지’)라는 책을 냈다. 그 다섯 가지를 하나하나 살펴보면, 통장 잔액을 더 늘리지 못한 후회, 강남 8학군 50평대 아파트에서 살지 못한 후회, 서울대·하버드대·예일대에 가지 못한 후회 같은 건 없다. 가장 많이 하는 후회는 ‘다른 사람이 아닌,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았더라면’이다. 마지막 순간, 사람들은 못 번 ‘돈’이 아니라 못 살아본 ‘시간’을 후회한다. 소..

책이야기 2025.05.17

소설 쓰기는 솔직히 괴롭기도 하지만 그만큼 정말 짜릿하고 재밌어요

소설 쓰기는 솔직히 괴롭기도 하지만 그만큼 정말 짜릿하고 재밌어요. 절대 제 마음대로 되지 않아서,마지막엔 예상 못 한 곳에 도착해 있는 게 너무 매력적이거든요. 강보라 작가 들어가며 뜻한 대로 흘러가지 않는 이야기,그 불확실성에 기꺼이 이끌리는 사람.4월의 햇살 아래, 강보라 작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Q.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2021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고, 대학 졸업 후에는 약 15년간 라이프스타일 잡지 업계에서 에디터로 일했습니다. 지금은 독립 에디터로 이런저런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소설도 함께 쓰고 있어요. Q. 제16회 젊은작가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바우어의 정원』으로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계신데요, 최근의 근..

책이야기 2025.05.16

도서전 논쟁을 지켜보며 [.txt]

도서전 논쟁을 지켜보며 [.txt]책거리양선아기자 수정 2025-05-03 10:40 등록 2025-05-03 07:00 2024년 서울국제도서전의 모습. 양선아 기자 서울국제도서전을 둘러싸고 최근 일주일 동안 출판계가 요동쳤습니다. 대한출판문화협회(이하 출협)가 도서전 운영을 주식회사 형태로 전환한 것을 두고 ‘사유화’라고 비판하는 성명이 나왔고, 출협은 “도서전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조치였지, 사유화가 아니다”고 반박했습니다. ‘한겨레’는 양쪽의 주장을 충분히 들어 기사를 쓰기도 했습니다. 출판인은 책을 만드는 사람들입니다. 말과 언어를 다루고, 세상의 수많은 목소리를 정성스럽게 길어 올려 책이라는 형태로 빚어냅니다. 말의 숲에서 길을 내는 이들이기에, 출판계의 논쟁은 다를 것이라 기대했습니..

책이야기 2025.05.10

함윤이의 ‘지금, 이 문장’

함윤이의 ‘지금, 이 문장’수정 2025-04-27 09:46 등록 2025-04-27 06:00 낯선 도시에 머물기. 이는 새로운 길과 건물을 발견하거나 거닐며 특정한 지리에 녹아드는 과정을 의미한다. 동시에 한 장소에 누적된 문화와 역사, 즉 계속해서 쌓여왔고 지금도 쌓이는 중인 시간의 요소로서 자기 자신을 변모시키는 일을 뜻하기도 한다. ‘시에나에서의 한 달’의 저자, 히샴 마타르가 낯선 도시에서 한 달을 머물고자 결심한 까닭은 그가 오래도록 시에나 화파의 그림에 품은 관심 때문이며, 그만큼 긴 시간 자신 안에 고여온 상실과 마주하기 위해서다. 저자의 상실은 그가 열아홉살 적 리비아 독재정권에 반기를 들었다는 이유로 납치된 아버지의 실종에서 비롯되었다. 시에나는 아버지의 존재 그리고 부재와 아무..

책이야기 2025.04.27

정은정, ‘저 사람들’이 주인공이다

한겨레21이 사랑한 논픽션 작가 1405호정은정, ‘저 사람들’이 주인공이다 [21WRITERS①][한겨레21이 사랑한 논픽션 작가]대한민국 치킨전(展)> 쓴 정은정 작가 인터뷰황예랑기자 사진=김진수 선임기자 이 글에서 나는 의식적으로 글을 ‘쓴다’라는 말 대신 ‘적는다’라는 말을 선택했다. 사전적 의미로는 차이가 없다. 다만 이 단어를 선택한 이유는 글을 쓰는 단계 이전에 철저히(때로는 처절히) 기록하고 적어두는 이의 엄중함을 드러내고 싶어서였다. 나는 이제 백남기 농민을 적을 것이다. (…) 한국 농업, 농촌의 역사에서 이미 많은 백남기들이 있어왔음을 적으려 한다. 어머니의 죽음을 ‘여성 농민’의 죽음으로 받아들이면서 한 걸음 걸어 나왔던 것처럼, 이제 나는 백남기 농민을 적으면서 두 걸음 더 ..

책이야기 2025.04.20

노란 차를 모는 시인, 하루 두번 출근합니다

노란 차를 모는 시인, 하루 두번 출근합니다 [.txt]일하는 사람의 초상 l 학원 통원차량 지입 기사 이영박씨 분 단위의 차량 운행표, 아이들 수송하는 하루10년 동안 무사고…“목숨 걸고 지키는 안전”아이들에게 ‘세상 바라보는 창문’이란 사명감노동의 뿌리에서 피어나는 시어로 시를 써 수정 2025-04-06 09:10등록 2025-04-06 08:00 운행을 앞두고 자신의 통원차량 운전석에서 핸들을 잡은 이영박씨. 염기원 제공 우리는 일을 해서 돈을 벌고, 타인과 관계를 맺으며, 보람도 얻습니다. 지금 한국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일 이야기를 ‘월급사실주의’ 동인 소설가들이만나 듣고 글로 전합니다. 도시 중심가는 대개 비슷하게 생겼다. 송도 새도시 역시 익숙한 이름의 카페와 식당, 편의점이 눈 ..

책이야기 2025.04.20

학습과 문화가 만나 '양산지혜마루'가 탄생했습니다

학습과 문화가 만나 '양산지혜마루'가 탄생했습니다기자명 반수현 기자 승인 2023.12.08 07:54 "양산지혜마루가 물금·동면지역 주민 뿐만 아니라 전 시민에게 독서와 평생교육이 융합된 복합문화공간의 역할을 수행함과 동시에 책과 평생학습과의 일상을 선물하는 쉼터 같은 공간이 되어 지역문화 융성을 주도하는 허브 역할을 할 것이다"라고 이 내용은 나동연 시장이 개관식을 앞두고 지난 1일 시범 운영에 들어가면서 밝힌 말이다. 동면 금산리에 둥지를 튼 양산지혜마루는 평생학습관(사진 전경 왼쪽 건물)과 삼산도서관(사진 전경 오른쪽 건물)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복합문화공간으로 양산에서는 최초로 만들어졌다. 공모를 통해 선정된 양산지혜마루는 지혜의 산실이자 공동된 집합체이며 모든 지식과 지혜를 배울 수 있는 넓..

책이야기 2025.04.19

무 수정 2025.04.13 21:26 이설야 시인    시골집 텃밭에 쭈그려 앉아 무를 뽑았다희고 투실투실한 무였다너희들 나눠 주고도 이걸 다 어떻게 하냐시장에 나가서라도 팔아 볼거나어머니는 뜻하지 않은 욕심이 생겼다머릿속을 텅 비게 해 주는 무였다손이 부지런히 움직였고 마음은 쉬었다 뽑아낸 자리마다 근심을 묻었다이 무를 숭숭 썰어 넣고 국을 끓이면 얼마나 시원하려나내 근심 묻은 자리마다 무가 다시 자라날 것을어머니도 알고 나도 알았다애초에 어머니도 무였고 나도 무였으니그러니 걱정할 게 아무것도 없었다 하상욱(1967~2023)  시인의 첫 시집이자, 유고 시집을 읽는다. 시인은 ‘달나라 청소’라는 상호가 적힌 명함을 들고 다니면서 계단 닦는 일을 했다. 그는 청소용품을 차에 싣고 어디든 달려갔을 것이..

책이야기 2025.0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