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 290

당신 이야기 담은 책, 이렇게나 다양한 출판 경로가 있다

당신 이야기 담은 책, 이렇게나 다양한 출판 경로가 있다웹소설 외에도 다분야 자가출판 가능… 그렇게 출간한 책 1년간 순수익 셈해보니24.06.17 18:07l최종 업데이트 24.06.18 09:52l 김예지(luckyyeji)  바로 며칠 전의 일이다. 나는 틈틈이 집필한 초단편(약 2만 자~4만 자 이내) 로맨스판타지 웹소설을 탈고했다. 짧지만 애정을 담아 집필한 원고를, 웹소설 투고 사이트인 '투고하다'(링크)에서 리뷰가 좋은 출판사에 투고했다. 초단편은 길이가 짧아서 빠르면 하루, 늦어도 일주일 이내로 당락이 결정된다. 과연 투고한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해당 출판사로부터 연락이 왔다. "저희 출판사와는 출간 방향이 맞지 않습니다. 작가님의 작품 활동을 응원하며, 다음 기회에 뵙겠습니다." 나..

책이야기 2024.06.24

출산율과 독서율의 ‘기묘한’ 평행이론

출산율과 독서율의 ‘기묘한’ 평행이론입력 : 2024.06.23 20:08 수정 : 2024.06.23. 20:09 고미숙 고전평론가  최근 한 유튜브 채널과 인터뷰할 기회가 있었다. 주제가 ‘출산율 저하와 인문학의 위기’였는데, 처음엔 좀 뜨악했다. 저출산이 심각한 건 알겠는데 그게 인문학의 위기랑 어떻게 연결되지? 한데, 토론 과정에서 몇 가지 흥미로운 자료를 접하게 되었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가 발표한 자료다. ‘삶에서 가장 중요한 항목’을 묻는 질문에 서방국가 대부분은 ‘가족’을 꼽은 데 반해, 한국은 첫째가 ‘물질적 풍요’였다. ‘인생에서 친구나 공동체적 유대가 지니는 중요성’을 묻는 질문에는 겨우 3%만 응답했고, 세계 최하였다. 직업의 가치를 묻는 항목 역시 마찬가지. 이 자료들을..

책이야기 2024.06.24

계속 쓰는 삶을 위한 스킬

계속 쓰는 삶을 위한 스킬온 몸으로 글쓰기24.06.22 14:31l최종 업데이트 24.06.22 14:31l 강주은(danmoo777)  '원컨대, 내 생각이 명확한 표현을 찾게 해주소서.' 단테신곡 천국편 24곡에 있는 문장이다. 책상 위, 이 문구를 볼 때마다 나도 간절히 바랐었다. 프렉탈 구조처럼 얽히고 설킨 생각을 또렷하고 적절한 단어와 문장으로 가지런히 표현할 길은 없을까? 하고 말이다. 마음속 말을 다 쓸 수 없어 답답한 고구마를 먹던 날들에 고해본다. 나는 이제부터 마음의 빗장을 열 텐데 부디 질서 있게 나와다오! 어떤 재료로도 맛있게 우아하게 요리를 내올 테니 기다려 주겠니? 적어도 목 메는 고구마보다야 더 요리다운 요리를 약속하지. 요리에 대한 값은 시간과 열정과 성실로 대신하고 마침내..

책이야기 2024.06.23

여름을 받아들이기

여름을 받아들이기입력 : 2024.06.19 20:39 수정 : 2024.06.19. 20:40 인아영 문학평론가  폭염주의보가 발령되었으니 진짜 여름이 시작된 것일까. 주변에 여름을 사랑하는 친구들이 많은 가운데 나는 예전부터 어쩐지 그러지를 못했다. 여름은 상쾌하고 시원하고 생기 있는 계절이지만 동시에 무덥고 끈적이고 지치는 계절이니까. 아니, 그보다 모든 것이 빨리 상하고 쉽게 썩고 금방 사라지는 계절이니까. 겨울에 모든 것이 얼어붙고 잠들어 시간이 고요하고 느리게 흐른다면 여름은 그 반대라고 생각했다. 많은 것이 태어나고 자라지만 그만큼 많은 것이 시들고 죽는다고. 금세 지는 꽃잎이나 맥없이 죽는 벌레를 볼 때마다 이렇게나 많은 생명이 요란하게 태어났다가 빠르게 사라지는 계절이 슬프다고 생각했다...

책이야기 2024.06.20

이상문학상

이상문학상입력 : 2024.06.13. 18:11 이명희 논설위원  1977년 제정된 이상문학상 역대 수상작 표지. 문학사상 제공  “이 상 역시 제 마음자리 가장 깊은 곳에 소중하게 간직했다가 소설 쓰는 일에 바치는 수고에 지쳤을 때, 그 일이 허망하고 허망해서 망막해졌을 때 꺼내 볼 겁니다. 그때 그것은 한가닥 빛으로든, 모진 채찍으로든, 저에게 큰 용기가 되어줄 겁니다.” 고 박완서 작가가 1981년 엄마의 말뚝 2>로 제5회 이상문학상 대상을 수상하고 전한 연설문의 끝부분이다. 박 작가는 첫해부터 내리 4년간 우수상을 받았다. 대상을 받고 연설문에서 그는 작가에게 문학상이 어떤 의미인지 솔직하게 전했다. 이상문학상은 작가 이상(1910~1937)의 문학적 업적을 기려 ‘문학사상’이 1977년 제정..

책이야기 2024.06.16

책을 읽다가 [서울 말고]

책을 읽다가 [서울 말고]수정 2024-06-02 19:18등록 2024-06-02 19:13  게티이미지뱅크  이고운 | 부산 엠비시 피디  어린 시절, 부모님이 집을 비울 때면 까치발을 들고 부모님의 책장을 구경했다. 한자가 많아 도저히 읽을 수 없는 책, 사진이 많아 읽기 좋은 잡지, 손때 묻은 소설책을 뒤적이다 보면 가끔 부모님이 선물 받은 것 같은 낡은 책들도 만났다. 그런 책의 첫 장엔 꼭 어른스러운 글씨로 새겨진 짧은 문장이 있었다. 나의 소중한 친구에게, 천구백팔십몇년 모월 모일. 그런 글씨를 볼 때면 내가 모르는 시절의 부모님에게 누군가 건넸을 어떤 단정한 마음에 대해 상상했다. 쑥스럽지만 손글씨가 새겨진 책이 세상에서 가장 낭만적인 선물 같다고 믿던 시절도 있었다. 그 무렵 누구에게, ..

책이야기 2024.06.09

‘창가의 토토’에게 배운 자유

‘창가의 토토’에게 배운 자유입력 : 2024.06.06 20:46 수정 : 2024.06.06. 20:49 김봉석 문화평론가  구로야나기 데쓰코의 자전 소설을 각색한 애니메이션 창가의 토토>.  매월 마지막 수요일에는 영화를 보러 간다. 문화의날이라 영화 관람료가 절반이다. 하루 중에 할인되는 시간이 정해져 있지만 그래도 일정을 맞춰 보러 간다. 코로나를 거치면서 관람료가 1만5000원까지 올랐기 때문에, 잘 모르겠는데 일단 아무 영화나 보러 갈까라는 선택은 사라졌다. 이 영화를 꼭 보고 싶은지, 몇번이나 생각하고 신중하게 결정한다. 5월의 마지막 수요일, 집에서 가까운 극장의 상영표를 살펴봤다. 시간대로 훑어내리다, 창가의 토토>를 발견했다. 내가 아는 창가의 토토> 맞나? 개봉 소식을 어디에서도 듣..

책이야기 2024.06.08

버섯과 원고료

버섯과 원고료입력 : 2024.06.03 20:27 수정 : 2024.06.03. 20:32 심완선 SF평론가  막막(makmak)을 뒤집으면 캄캄(kamkam)이라는 말장난을 보았다. 관점을 바꿔도 앞이 보이지 않는다니, 어쩜 그리도 막막하고 캄캄한지…. 작가로 지내면서 나도 종종 그런 감정에 빠졌다. 마감일이 코앞인데 한 글자도 쓰지 못했을 때. 당장 닥쳐오는 일정에 허덕이느라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고 느낄 때. 프리랜서로 몇년 혹은 몇십년을 버틸 수 있을지 궁금해질 때. 통계청의 예술인 실태조사를 참고하면 작가 중에서 예술활동으로 최저임금 이상의 소득을 얻는 사람은 전체의 10% 이하다. 앞날이 창창한 사람이 한국에 얼마나 많겠냐마는, 책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은 상당량의 불안과 우울을 공유하는 편이..

책이야기 2024.06.04

원초를 향해 나아가는 문학

원초를 향해 나아가는 문학입력 : 2024.05.22 20:48 수정 : 2024.05.22. 20:49 인아영 문학평론가  1920년 우크라이나에서 태어났지만 1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생후 2개월에 브라질로 이민 간 여아가 있었다. 10대에 어머니를 잃고 가난한 이민자로 살았지만, 문학을 몹시 사랑했고 1943년 23세에 출간한 첫 소설 야생의 심장 가까이>로 포르투갈어로 쓰인 최고의 소설이란 평을 들었다. 포르투갈어에 강한 애착이 있었지만, 이국적 이름 탓에 명성을 얻은 후에도 브라질에서 이민자 작가로 여겨졌다. 키 큰 금발에 화려한 외모로도 주목받았지만, 수줍음 많고 예민한 성향으로 세간의 오해를 사기도 했다. 평생 브라질의 버지니아 울프라 불렸지만, 울프의 자살을 용서할 수 없다며 작가에게 주어진 ..

책이야기 2024.05.24

편집자가 눈에 선해지기까지

편집자가 눈에 선해지기까지입력 : 2024.05.19 20:35 수정 : 2024.05.19. 20:41 이슬아 작가  한창 책을 만드는 시기엔 꿈에 꼭 편집자가 등장한다. 꿈속에서 편집자는 휴양지로 도망친 나를 기어코 찾아내거나(도대체 어떻게 알고 오셨을까) 별 수확이 없을 게 뻔한 나의 텃밭을 둘러보며 해결책을 강구하고(마냥 송구스럽다) 혹은 별말 없이 내 책상 근처에 앉아 그저 커피를 홀짝이곤 한다(이 경우가 가장 신경 쓰인다). 무의식에서도 편집자가 보일 만큼 출간 과정 내내 그를 의식하며 지내는 것이다. 문학 편집자로 일하는 사람들을 두려워하고 신뢰하기 때문이다. 이들이 글을 읽고 돌려주는 피드백에는 대부분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데뷔 전부터 나는 여러 편집자들 근처를 맴돌았다. 무수한 작가들의..

책이야기 2024.05.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