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4 15

괴물과 초원사진관의 차이 [크리틱]

괴물과 초원사진관의 차이 [크리틱]수정 2025-04-09 18:48 등록 2025-04-09 18:45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스틸컷.  임우진 | 프랑스 국립 건축가  영화관에서 연간 73일 이상 한국영화를 의무적으로 상영해야 하는 ‘스크린쿼터’ 제도가 아직도 존재한다는 사실이 뜬금없을 정도로, 지난 30년 한국영화는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체결과 투자협정(BIT)을 위해 스크린쿼터를 축소하려던 정부에 맞서 영화계 전체가 투사로 변신했던 1998년, 아름답고 잔잔한 영화 하나가 극장에 걸린다. ‘8월의 크리스마스’다. 주인공 한석규가 일하던 ‘초원사진관’은 영화 자체와 동일시될 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지금도 군산시 신창동을 찾은 많은 이들은 사진관 앞에서 영화 속 주..

칼럼읽다 2025.04.13

고양이 나라

고양이 나라 수정 2025.04.09 21:33 임의진 시인   재작년인가 ‘이매진도서관’ 식구들이 시사만화가 박순찬 화백을 한번 뵙고 싶다고 요청. 이전에 사석에서 인연도 있어 강연회에 모셨다. 고양이 캐릭터 ‘냥도리’가 등장하는 만화를 화면 가득 보면서 정치 풍자의 해학을 즐겼다. 강연 후엔 백지에 냥도리 사인도 나눔했지. 나도 한 장 받았는데 어디 뒀더라? 자취 집 데이트 신청이 과거엔 “라면 먹고 갈래?”였는데 요샌 “고양이 보고 갈래?”로 바뀌었단다. 애묘인들이 상당히 많아졌다. 고양이가 대세다. 지난주 헌재 재판정 풍경을 생중계로 구경하면서 ‘은하철도 999’의 원작자 미야자와 겐지의 우화소설 고양이 사무소-어느 작은 관공서에 관한 환상>을 떠올렸다. 내 묘한 기억력은 가끔 소설이나 영화의 장..

칼럼읽다 2025.04.13

새로운 날은 과거의 실수를 제물로 삼아 온다

새로운 날은 과거의 실수를 제물로 삼아 온다 수정 2025.04.10 21:28 레나 사진작가  빨리 핀 꽃들은 지고, 그 위를 새로운 꽃들이 덮는다. 미련 없이 돌아서는 꽃들처럼 인간도 과욕을 버릴 수 있다면. ⓒ레나  햇볕이 부쩍 맑고 따뜻해졌다. 봄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버스를 타고 가는 길에 창밖을 보니 꽃들이 만개해 있었다. 마흔 중반을 훌쩍 넘겼으니, 봄꽃을 본 날이 어쩌면 봄꽃을 볼 날보다 많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을 했더니 꽃 한 송이 한 송이가 더 곱고 아름답게 보였다. 이번 봄꽃이 유난히 반가운 것은 겨울이 그만큼 추웠기 때문이리라. 러시아의 작곡가 이고르 스트라빈스키는 1910년 ‘불새’를 탈고한 후 고대 러시아 축제의 환영을 보게 된다. 그는 자서전에 ‘봄의 제..

사진놀이 2025.04.12

투명한 승부에 끌린다

투명한 승부에 끌린다 수정 2025.04.10 21:35 김봉석 문화평론가   한국 최고의 바둑 기사이며 사제지간인 조훈현과 이창호의 드라마틱한 승부를 그린 영화 승부>.  바둑은 둘 줄 모른다. 할아버지는 바둑을 즐겨 두셨고, 바둑을 두는 친구들과도 가까웠지만 딱히 배우지 않았다. 잡기를 싫어한 건 아니다. 중국과 일본 장기, 체스를 두고 화투와 포커 등도 한다. 바둑을 볼 줄은 안다. 어릴 때 할아버지의 바둑책을 그냥 읽었고, 신문에 나오는 기보도 매번 들여다봤다. 무슨 의미인지도 모르면서 집에 있던 책과 잡지, 신문을 다 읽을 때라 그랬다. 그러다 보니 서봉수와 조훈현의 스토리를 알게 됐고 차민수, 이창호, 이세돌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지난달 26일 개봉해 120만명이 넘는 관객이 들어 순항 중..

칼럼읽다 2025.04.11

내 나이 묻지 마세요

내 나이 묻지 마세요 수정 2025.04.09 21:33 김수동 탄탄주택협동조합 이사장  “왜들 그리 남의 나이를 궁금해하나 모르겠어.” 어머니께서 잔뜩 기분이 상해서 하시는 말씀이다. 이제 90대 중반을 지나 100세를 향해 가는 어머니는 어디를 가도 최고령자이고, 가는 곳마다 당신의 나이가 화제가 되는 것이 못마땅하다. 조금만 친해지면 형님, 동생이고 처음 보는 이에게도 이모, 삼촌, 어머님, 아버님을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지만 정작 나이 확인은 복잡하다. 음력, 양력 생일이 다르다. 누구는 ‘빠른 ○○년’이라 하고 또 누구는 호적이 잘못됐다고 한다. 출생연도를 기준으로 입학 시기를 정하고 만 나이 기준을 법으로 도입했지만, 나이에 따른 서열문화는 쉽사리 사그라지지 않는다. 적지 않은 관계에서 나이는 ..

칼럼읽다 2025.04.10

주총장에서 머리 숙인 백종원씨에게 [뉴스룸에서]

주총장에서 머리 숙인 백종원씨에게 [뉴스룸에서]김경락기자 수정 2025-04-03 08:51 등록 2025-04-03 08:00 김경락 | 경제산업부장  프랜차이즈 사업가이자 방송인인 백종원씨가 얼마 전 열린 주주총회에서 머리를 숙였다. ‘빽햄 논란’에서부터 ‘원산지 표기 오기’에 이르기까지 그가 꾸린 사업 전반에 흠결이 드러난데다 주식시장에서도 초기 투자자에게 큰 손실을 안겼기 때문이다. 주총에서 그의 사과는 꽤나 진실해 보였다. 방송에서 늘 푸근한 표정인 백종원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 둘을 둔 아빠로서 주말엔 두어끼를 직접 만들기 위해 백종원의 유튜브 영상을 탐하고 있다. 나에게 백종원씨는 어남선생과 더불어 우리 집밥을 ‘계몽’한 인물이다. 지난 주말에도 그 덕분에 ‘감바스 알 아히요’로 아이들한..

칼럼읽다 2025.04.09

일주일에 한 번 경상남도에서 경상북도를 오간다

2025년 4월 9일 수요일 동대구 다녀오다 매주 하루는 동대구를 간다. 동구를 지나 요양병원이다.양산 석산에서 26번 버스를 타고 물금역에 내려 20여분 황성공원을 산책하고 무궁화호로 동대구로 간다. 가는 길이 참 아름답다. 삼랑진까지는 낙동강이 흐른다.예전에는 버스로 갔다. 시외버스다. 그런데 기차는 다르다. 주변 풍경을 보면서 간다. 버스는 그냥 갇혀있는 느낌이지만 기차는 여행하는 느낌으로 간다. 하루를 꼬박 동대구로 어머니를 만나러 간다. 빨리 회복해서 집으로 모시고 싶은 마음이지만 그건 그냥 바램일 뿐이다.동대구에 내려서 다시 버스를 탄다. 25분 남짓 가서 내린다. 9층에서 방명록에 적고 7층으로 내려가 병실로 간다. 오후 2시경 병원을 나와야 한다. 기차시간 때문이다. 버스시간 때문이다. 누..

하루하루 2025.04.09

요양시설, ‘현대판 고려장’이 아니길 바란다

요양시설, ‘현대판 고려장’이 아니길 바란다입력 : 2025.04.07 21:00 수정 : 2025.04.07. 21:03 최성용 서울여대 명예교수  한국은 마침내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했다. 경제의 압축성장으로 선진국 대열에 올라선 이래 급격한 인구 감소는 장래를 암울케 하는 국가적·사회적 문제로 대두됐다. 결혼과 출산 기피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한국은 이민자 유치에 의한 인구 유지 정책이 불가피하게 됐다. 무엇보다도 65세 이상 노인 인구의 증가는 매우 중요한 사회적 문제로 나타나고 있으며 이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 장래 국가 소멸의 위기가 가시화할 우려에 봉착할 것이 틀림없다. 늘어난 평균 수명에 따라 의료 문제나 부모 돌봄 문제는 한국 사회가 해결해야 할 큰 사회 문제다. 핵가족 증가로 부모와의 동..

칼럼읽다 2025.04.08

지브리풍 이미지가 던지는 질문

지브리풍 이미지가 던지는 질문입력 : 2025.04.06 20:34 수정 : 2025.04.06. 20:47 이윤주 정책사회부장  최근 카카오톡에서 업데이트된 친구 프로필을 보면 십중팔구는 챗GPT를 이용한 ‘지브리풍’ 이미지다. 대세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지브리풍 프로필 사진 하나 정도 업데이트하는 편이 나을까 고민하다 어쩐지 내키지 않아서 멈췄다. 챗GPT가 생성하는 지브리풍 이미지는 따뜻한 분위기의 배경에 부드러운 선으로 귀엽게 인물을 묘사해 지브리 스튜디오 애니메이션과 비슷한 느낌을 만들어내는 것이 특징이다. 지난달 말 오픈AI가 ‘챗GPT-4o’에 이미지 생성 기능을 추가하면서 가능해졌는데, 사용자들이 지브리풍 이미지에 열광하기 시작하며 유행이 됐다. 2022년 11월 챗GPT가 출시된 이후 산..

칼럼읽다 2025.04.07

소득과 소비

소득과 소비입력 : 2025.04.02 21:36 수정 : 2025.04.02. 21:38 유재연 옐로우독 파트너  3년 후, 5년 후 미래를 내다보고 연구·개발(R&D) 관련 투자를 하는 게 맞는지 아닌지를 고민하고 평가하는 일을 하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기술 생태계뿐 아니라 국제 정치 상황과 경제 전망까지 덩달아 울렁이고 있으니, 당장 다음주에도 무슨 일이 벌어질지 가늠이 안 되는 와중이다. 그래도 세상은 균형을 이루어 나간다는 큰 전제를 깔고, 한편에서는 오늘의 사과나무를 심어야 하는 법이다. 인공지능(AI) 기술이 바꾸어놓을 일의 미래 양상이 이전과는 퍽 다를 거라고 생각한다. 나름의 이유가 있다. 소득의 원천과 소비의 대상이라는 잣대를 두고 생각해보고 있다. 기업에서 주어진 일을 기능적으로 해..

칼럼읽다 2025.0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