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놀이 36

오마주와 짝퉁

오마주와 짝퉁 수정 2025.05.29 20:58 김지연 사진작가 5월을 보내며. 2025. ⓒ김지연 오마주는 프랑스어로 ‘존경’ ‘경의’를 의미하며, 예술에서 원작자의 작품을 참조하거나 재구성하는 행위를 말한다. 반면에 짝퉁은 가짜나 모조품을 속되게 부르는 말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일은 2009년 5월23일이다. 나는 그날 시골에서 전구를 사려고 철물 가게에 들렀다. 철물 가게에는 오래된 텔레비전이 있었다. 화면에서 속보로 노 전 대통령 서거를 알리는 뉴스가 나왔다. “할아버지, 저게 무슨 소리예요?”라고 물었다. “글씨, 나도 무슨 소린지 모르것네요”라고 할아버지도 멍한 얼굴로 대답했다. 밖으로 나왔더니 어느 집 담장에 빨간 장미가 눈부시게 피어 있었다. 그 뒤로 매년 장미가 피는 오월이 ..

사진놀이 2025.05.30

예측 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믿음 [포토에세이]

예측 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믿음 [포토에세이]윤운식기자수정 2025-05-26 18:54 등록 2025-05-26 17:21 대낮 도로를 달리다 깜깜한 터널에 들어오면 더 어둡게 느껴진다. 항상 그랬듯이 자동차의 라이트를 켜고 흔들리는 불빛을 보면서 따라가다 보면 어느덧 터널의 끝에서 암흑을 밀고 들어오는 햇빛이 보이게 된다. 어둠을 통과하리라는 예측은 끝이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신뢰는 사회를 유지하는 힘이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사진놀이 2025.05.29

단순한 세상

단순한 세상 수정 2025.05.19 20:47 김상민 기자 종이에 아크릴(53×78㎝) 세상 모든 일들이 복잡하지 않고 단순하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도 없고, 고민할 필요도 없이 간단하게 모든 일들을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지금은 너무 신경 써야 할 것들이 많습니다. 그 말 뒤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그 웃음 뒤에 무엇이 있는지, 이것 뒤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 복잡하게 앞뒤 좌우 그 뒤에 보이지 않는 것들까지도 다 살펴보아야 합니다. 이런 복잡하게 꼬여 있는 그림 말고, 아이들의 그림처럼 단순하고 명확하게 세상이 그려져 있으면 좋겠습니다. 싫으면 싫고, 좋으면 좋고, 아니면 아니고, 맞으면 맞는 그런 확실한 세상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사진놀이 2025.05.20

새로운 날은 과거의 실수를 제물로 삼아 온다

새로운 날은 과거의 실수를 제물로 삼아 온다 수정 2025.04.10 21:28 레나 사진작가  빨리 핀 꽃들은 지고, 그 위를 새로운 꽃들이 덮는다. 미련 없이 돌아서는 꽃들처럼 인간도 과욕을 버릴 수 있다면. ⓒ레나  햇볕이 부쩍 맑고 따뜻해졌다. 봄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버스를 타고 가는 길에 창밖을 보니 꽃들이 만개해 있었다. 마흔 중반을 훌쩍 넘겼으니, 봄꽃을 본 날이 어쩌면 봄꽃을 볼 날보다 많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을 했더니 꽃 한 송이 한 송이가 더 곱고 아름답게 보였다. 이번 봄꽃이 유난히 반가운 것은 겨울이 그만큼 추웠기 때문이리라. 러시아의 작곡가 이고르 스트라빈스키는 1910년 ‘불새’를 탈고한 후 고대 러시아 축제의 환영을 보게 된다. 그는 자서전에 ‘봄의 제..

사진놀이 2025.0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