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놀이 10

부글부글·풍덩…감정에 색깔 입히는 의성의태어 [.txt]

부글부글·풍덩…감정에 색깔 입히는 의성의태어 [.txt]신견식의 세계 마음 사전 추상적 감정 구체화하는 의성의태어 한국·아시아·아프리카어에 많아 복잡한 감정의 결 살려 생동감 더해 수정 2025-05-24 17:51등록 2025-05-24 02:00 ‘부글부글’은 원래 액체가 계속 야단스럽게 끓어오르는 소리나 모양을 일컫는데 울화나 분노, 언짢은 생각이 치밀어 오르는 모양도 빗댄다. 게티이미지뱅크 언어 기호의 자의성은 언어학자 소쉬르가 주창한 이래로 널리 알려진 언어학의 기본 개념이다. 예컨대 한국어 ‘나무’, 중국어 ‘木’, 영어 ‘tree’의 말소리는 이것이 일컫는 말뜻과 아무 상관이 없다. 추상명사로 가면 그 정도는 더한데 ‘사랑’, ‘愛’, ‘love’가 왜 하필 그 뜻인지는 설명하기 어렵다...

문장놀이 2025.06.22

왜 우리는 ‘불’을 끈다고 할까

왜 우리는 ‘불’을 끈다고 할까 수정 2025.06.15 20:56 김선경 교열부 선임기자 ‘Turn off the light.’ 우리말로 “불을 끄세요”다. 영어 ‘light’는 ‘빛’이지만, 우리는 조명을 켜고 끄는 행위를 ‘불’과 연결해 표현한다. ‘불’이 ‘fire’인 영어권에서는 우리말 “불을 끄세요”를 듣고 전등이 아닌 다른 ‘불’을 상상하며 의아해할 수도 있다. 이러한 언어적 특성은 우리말 ‘불’의 의미가 확장된 사실과 관련이 있다. 과거 옛사람들에게 ‘불’은 어둠을 밝히는 유일한 수단이었다. 등잔불, 촛불, 호롱불 등 밤을 밝히던 거의 모든 조명은 불을 사용했다. ‘불’과 ‘빛’이 동일시되던 언어 습관이 지금까지 이어져 전기 조명을 끄는 행위마저도 ‘불을 끈다’고 말한다. 자동차 연료가 ..

문장놀이 2025.06.16

‘골탕’의 변신

‘골탕’의 변신 수정 2025.05.18 19:51 김선경 교열부 선임기자 힘든 날이다. 오늘따라 유독 ‘골탕 먹었다’는 말이 자꾸 입가를 맴돈다. 일이 실타래처럼 엉킨 하루였다. 아침부터 서두르다 버스를 잘못 탔고, 오후에는 예상치 못한 일로 친구와 한 점심 약속마저 깨졌다. 연이어 터지는 난감한 상황에 ‘골탕 먹었네!’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퇴근길, 익숙한 골목길 단골 식당의 따뜻한 불빛이 위로처럼 느껴진다. 뜨끈한 주꾸미탕을 앞에 두고 오늘 하루를 떠올리니 쓴웃음이 나온다. 따뜻한 음식을 먹다 생각해보니 우리는 곤란하거나 손해를 볼 때 ‘골탕 먹었다’는 표현을 쓴다. ‘골탕’은 본래 음식 이름이었다. 예전에는 소의 등골이나 머릿골에 녹말이나 밀가루를 묻혀 기름에 지지고, 달걀물을 입혀 맑은장국에..

문장놀이 2025.05.21

꼴값하며 살고 싶다

꼴값하며 살고 싶다 수정 2025.05.11 20:12 김선경 교열부 선임기자 살다 보면 우리는 일상에서 다양한 사람들의 얼굴을 마주하게 된다. 따뜻한 봄날 내리쬐는 햇살처럼 기분 좋은 얼굴도 만나고, 때로는 눈살이 저절로 찌푸려질 만큼 불편한 ‘꼴’과도 마주친다. 꼴불견을 넘어 분위기가 사늘해지는 꼴사나운 광경과 맞닥뜨리면 괜스레 마음 한구석이 불편해진다. 우리는 ‘꼴’이라는 단어를 유쾌하지 않은 상황과 연관 지어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좋지 않은 상황을 콕 집어 ‘꼴좋다’며 빈정거리기도 하고, 엉뚱하고 어리석은 행동을 하는 사람에게는 ‘꼴값한다’거나 ‘꼴값을 떤다’며 핀잔을 주기도 한다. ‘꼴’은 주로 마뜩잖은 상황이나 눈에 거슬리는 모습, 우스꽝스러운 행동 등 부정적인 맥락에서 사용된다. ‘꼴’도..

문장놀이 2025.05.12

엉겁결

엉겁결 수정 2025.04.13 21:21 김선경 기자 햇살이 따뜻하다. 산책하기에 딱 좋은 날이다. 간밤에 비가 조금 내려 땅이 촉촉이 젖어 있다. 신이 나서 뛰어다니는 강아지를 따라 망우산 둘레길을 걷던 중, 그만 순간적으로 무언가를 밟아버렸다. 신발은 엿처럼 끈적끈적한 진흙으로 엉겁이 되었다. 야단났다. 또 ‘털팔이’처럼 뭘 묻히고 왔다고 아내에게 한 소리 듣게 생겼다. ‘엉겁’은 엿처럼 끈끈한 물건이 범벅이 되어 달라붙은 상태를 가리킨다. 이 ‘엉겁’은 요즘 하는 일 없이 사전 깊숙한 곳에 쓸쓸히 앉아 있다. 단짝 ‘결’이 오기만을 기다리는 것 외에 딱히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결’이라는 발음 때문에 간혹 엉겁이 ‘엉겹’으로 잘못 불리기도 하지만 그래도 ‘결’을 만나면 즐겁다. 함께 뭉..

문장놀이 2025.04.15

이오덕 선생님이 말하는 나쁜 글

나쁜 글이란 무엇을 썼는지 알 수 없는 글, 알 수는 있어도 재미가 없는 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것을 그대로만 쓴 글, 자기 생각은 없고 남의 생각이나 행동을 흉내낸 글, 마음에도 없는 것을 쓴 글, 꼭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갈피를 잡을 수 없도록 쓴 글, 읽어서 얻을 만한 내용이 없는 글, 곧 가치가 없는 글, 재주 있게 멋지게 썼구나 싶은데 마음에 느껴지는 것이 없는 글이다. 이오덕

문장놀이 2023.01.17